쇠락하던 청량리 상권에 봄이 찾아왔다. 정비 사업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초고층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면서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청량리 상권은 어떻게 도약하고 있을까.

[상권 분석]
청량리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청량리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쇠락 상권에서 ‘힙량리’로…탈바꿈하는 청량리 상권
서울 동북권 교통의 요지로 꼽히는 청량리 상권은 6개의 지하철·철도 노선이 지나가고 버스환승센터도 있는 다중 역세권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머물고 싶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청량리역 일대 정비사업으로 인해 상권 확장이 정체돼 있었고, 그나마 전통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가 이끌던 기존 상권마저 쇠락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물어 가는 줄만 알았던 청량리 상권에 봄이 찾아왔다. 정비사업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초고층 주상복합단지가 하나씩 들어서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대형 개발·교통 호재들도 예고돼 있어 청량리 상권의 향후 10년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예고돼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청량리 상권은 어떻게 도약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고객으로 붐비는 청량리종합시장. 사진=한국경제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고객으로 붐비는 청량리종합시장. 사진=한국경제
엔데믹 이후 몸집 키우는 청량리 상권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6년간(2019~2024년) 청량리 상권의 1~11월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규모는 2024년 59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증가했다. 청량리 상권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1.2% 역성장했으나, 엔데믹 시기인 2022년 이후로는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쇠락 상권에서 ‘힙량리’로…탈바꿈하는 청량리 상권
지난 6년간(2019~2024년) 청량리 상권의 업종별 매출액을 보면, 소매 업종의 비중이 62.4%로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량리역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위치해 있어 인근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청량리 상권은 소매업 의존도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75.4%)과 비교하면 이미 소매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반면 청량리 상권에서 꾸준히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외식업과 의료 업종이다. 특히 소매 업종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외식 업종은 2024년에만 매출이 전년 대비 33.2% 급증하며 지난해 청량리 상권의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이외에도 숙박(58.6%), 서비스(33.3%), 의료(27.8%), 오락(26.9%), 교육(11.9%) 업종 등 소매업(6%)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며 청량리 상권의 고속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노선 지나는 다중 역세권
쇠락 상권에서 ‘힙량리’로…탈바꿈하는 청량리 상권
청량리 상권의 중심인 청량리역은 현재 서울지하철 1호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중앙선, KTX강릉선 등 총 6개의 노선이 지나는 다중 역세권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청량리역 롯데캐슬을 비롯한 초고층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며 주거인구와 유동인구가 모두 늘어나고 있다.

청량리역 인근 주거인구는 2024년 상반기에 2023년 하반기 대비 주거인구가 42.8% 급증하는 등 지난 1년간 신축 주상복합단지와 아파트들의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배후 소비층도 더욱 두터워지는 양상을 보였다.

매출 큰손은 5060…뉴트로 열풍에 30대 증가

청량리 상권의 큰손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53.8%를 차지하는 5060이다. 그중에서도 60대 이상 비율이 30.9%에 달할 정도로 고령층의 방문 비중이 높다. 전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결제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쇠락 상권에서 ‘힙량리’로…탈바꿈하는 청량리 상권
쇠락 상권에서 ‘힙량리’로…탈바꿈하는 청량리 상권
지난해 청량리 상권의 매출 증가세를 이끈 것도 50대(17.98%)와 60대(17.77%)였다. 30대의 매출 증가 폭도 15.46%을 기록하며 40대보다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남성(15.95%)의 매출 증가 폭이 여성(13.6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0대의 매출 증가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난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젊은 층을 더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밝을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 상권의 시간대별 매출 증감률을 보면 심야·새벽 시간대 매출이 지난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벽(오전 1~5시) 시간대 매출은 무려 65.03% 증가했고, 심야(오후 10~오전 1시) 시간대가 40.76%, 밤(오후 8~10시) 시간대도 25.10% 증가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핫플들이 점차 생겨나면서 이들의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청량리 4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선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 건설 장면. 사진=롯데건설 제공
지난 2022년 청량리 4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선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 건설 장면. 사진=롯데건설 제공
소비자 거주지는 서울 동북권·남양주

마지막으로 청량리 상권을 찾는 소비자들의 거주 지역을 살펴보면 왜 청량리 상권이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상권인지 알 수 있다. 청량리 상권에서 결제한 소비자 중 청량리 상권이 위치한 서울 동대문구(1736억 원) 거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 성북구(404억 원), 서울 중랑구(363억 원), 서울 성동구(249억 원), 서울 노원구(184억 원), 서울 강북구(103억 원), 서울 도봉구(96억 원), 서울 광진구(89억 원) 등 서울 동북권의 8개 자치구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청량리 상권의 큰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청량리 상권과 가까운 서울 종로구(107억 원)와 경기도 남양주시(173억 원)에 거주하는 소비자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청량리 상권은 지금까지는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앞으로는 강북의 랜드마크 상권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초대형 교통 호재가 예고돼 있다. 기존 6개 노선 외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GTX-C 노선, 면목선, 강북횡단선 등 4개 노선 신설이 예정돼 있어 모두 실현된다면 무려 10개 노선이 정차하는 강북 최대 교통 허브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GTX 2개 노선이 정차하는 곳도 서울역, 삼성역과 함께 서울에서 3곳에 불과한 만큼 국내 유일무이의 멀티 역세권으로 거듭날 예정이며, 이들 노선을 연계한 광역환승센터도 추진될 계획이다.

재개발사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청량리역 일대는 청량리 6구역, 7구역, 8구역과 제기 4구역, 6구역에서는 시공사가 선정돼 이미 사업이 시작됐고, 추가 정비사업들도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서울 도심 속 신흥 주거지로 급부상하는 청량리 상권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아직도 많은 주거, 교통 관련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예고돼 있는 만큼 향후 10년은 청량리 상권이 기존의 옷을 벗고 새로 갈아입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개벽이 예고된 청량리 상권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창업가나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상권의 특성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의사결정에 참고하길 바란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