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120조 원을 넘어섰다.

[커버스토리] 2025 자산관리 뉴 트렌드 | 해외 주식
뉴욕증권거래소 밖에 있는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밖에 있는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높은 거래 수수료와 세금, 환전 비용 등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배경에는 미국 증시 호황이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가가 치솟은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투자금이 쏠렸다.

국내 주식 시장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장주의 주가가 부진해지자 실망한 투자자들은 해외로 투자처를 옮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올해도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주식 시장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장주의 주가가 부진해지자 실망한 투자자들은 해외로 투자처를 옮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올해도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주식 열풍에 투자액 120조 돌파

자산 배분과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해외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양상과 투자 환경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자국 투자 편향이 높은 편이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 거래 구조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는 국내 및 해외 중개기관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내국인이 해외 현지 증권사를 통해 직접 계좌를 개설해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 관련 제반 수수료가 국내 주식보다 비싼 이유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국내 주요 증권사의 해외 주식 거래수수료는 7~25bp(1bp=0.01%) 수준으로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1~20bp)보다 높다. 국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2007년 평균 15bp였으나 증권사 간 경쟁과 신규 플랫폼 구축으로 지속해서 하락해 현재 평균 4bp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직접거래 수수료는 낮은 수준이다. 해외 주식 거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친 영향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주식 집중 예탁 구조도 거래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사의 해외 주식 예탁 및 보관 업무를 대행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협상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서 글로벌 보관기관보다 수수료를 낮출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를 통해 40여 개 국가의 상장주식을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해외 주식 거래 인프라가 보편화됐지만, 개미들이 해외 주식을 꺼렸던 대표적인 이유는 세금이다. 투자 상품은 국내 또는 해외 시장의 상장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다르게 매겨진다. 해외 주식을 직접 거래해 얻은 매매차익은 국내에 상장한 해외 주식형 펀드 상품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국내법상 펀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세금이 매겨지지만, 장외증권에 해당하는 해외 주식은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낮에도 매매…세상 편해진 해외 투자

양도소득세는 전체 매매차익에서 250만 원을 기본공제하고 나머지 차익에 대해 보유한 상품의 손익을 통합해 과세하는 손익통산이 적용된다. 해외 주식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250만 원 이하의 수익을 냈다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투자 수익 규모에 따라 과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 주식의 매매차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국내 상품은 매매차익 2000만 원 이상인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세제 혜택이 다른 만큼 절세를 위한 투자 방법도 다르다. 국내 주식은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절세가 가능하다. 해외 주식은 이런 계좌로 매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절세 혜택을 받기 어렵다.

거래 시간과 환율 변동성 등도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 걸림돌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투자자를 위해 주간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야간과 새벽 해외 증시가 개장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낮에도 거래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다. 주간 거래 서비스는 해외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위험을 개인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노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주식 시장이 급락했을 때 주문이 폭증하자 야간시장 거래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의 시스템 오류로 국내 1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6300억 원의 거래가 취소된 적이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주간 거래 독점 서비스 업체인 블루오션에 의존한 탓이다.

시차 외에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 등 현지화로 환전해야 한다는 번거로운 절차가 남아 있다.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변수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세판. 사진=연합UPI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세판. 사진=연합UPI
고수익 좇아 미국 기술주 쏠림 심화

국내 주식보다 투자 편의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 투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약 6300억 달러로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주식 투자 주체를 공공(정부)과 민간(금융기관·개인·비금융 기업) 부문으로 나눠보면 2020년 이전엔 공공 부문이 해외 주식 투자 성장세를 주도했다.

국민연금기금이 공격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다. 2023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약 31%를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공공 부문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의 약 70%, 우리나라 전체 해외 주식 투자 규모의 약 40%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2020년 이후부터는 민간 부문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 투자는 연평균 약 19% 성장했다.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2023년 말 기준 약 2800억 달러로, 우리나라 투자자 총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의 약 45%를 차지한다.

최근 해외 주식 투자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미국 기술주 쏠림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증시 호황과 AI 및 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역별로 미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잔액은 2024년 하반기 기준 약 890억 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의 90%를 차지했다.

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는 2016년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총 해외 주식 투자 잔액 대비 미국 상장주식 보유 비중은 2016년 말 약 30%였지만, 2020년 말 이후부터 80%를 상회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상승세를 탔고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가 미국 주식 열풍을 불러왔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반면 유럽, 중국, 일본 등 기타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은 줄었다. 한때 전 세계 자금이 쏠렸던 중국과 홍콩은 증시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의 중국 및 홍콩 투자 잔액은 2024년 2분기 기준 2.6%대로 하락했다. 일본과 홍콩의 비중도 각각 5%, 2%에 그친다.

위험 선호 개인들, 규제 피해 해외 투자로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종목도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개미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전체 보관 잔액의 50%에 달했다. 상위 1위 및 2위 종목인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주식 보유 비중은 같은 기간 약 26%에 달했다. 소수 인기 종목에 투자금이 몰리는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모델 Y. 사진=연합뉴스
독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모델 Y. 사진=연합뉴스
미국 기술주 외에도 개미들의 해외 투자 상위 종목에 레버리지 파생상품 등 고위험 종목이 다수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개인투자자의 보유 종목별 투자 잔액 중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은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 등의 투자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2%로 2020년 1%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최근 비트코인 관련 상품 및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에 대한 순매수도 늘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비트코인 관련 2배 레버리지 상품인 ‘Volaltiry Shares 2X Bitcoin Strategy ETF’ 보관 잔액은 약 3억 달러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 시가총액의 18%다.

위험을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규제를 피해 해외 투자로 옮겨 가는 추세다. 국내 상장된 파생상품은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이나 종목 구성 등에 제한이 있지만, 해외에 상장된 상품은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선택의 폭이 넓다. 국내에서는 해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상품의 경우 레버리지 배율 2배 이내 상품만 출시할 수 있다. 단일종목으로 구성된 ETF도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단일종목 외에 채권과 10개 이상의 기초자산을 넣은 혼합형 상품만이 출시돼 있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눈덩이

반면 해외에는 현물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비롯해 다양한 고위험 상품이 출시돼 있다. 유럽에선 최고 5배 레버리지 상품도 등장했다.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테슬라, 엔비디아 등의 종목을 고배율 레버리지로 투자하려면 해외 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수밖에 없다.

또 2020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된 ‘ETF ETN 건전화 방안’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예탁금 1000만 원을 내고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해외에 상장된 파생상품에 직접투자를 할 때는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상장 상품보다 오히려 해외 상품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은 것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미들의 공격적 투자 성향이 해외 투자를 통해 배가 되고 있다”며 “지역과 종목 편향이 강해지고 해외 고위험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위험 분산이 가능한 포트폴리오 투자의 이점을 개인투자자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증권사다.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방식에 의한 해외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벌어들인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1년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8507억 원으로 2018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과 2023년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각각 7243억 원, 6946억 원으로 7000억 원 안팎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수수료 수익도 전분기 대비 77% 증가한 2708억 원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수익이 가장 높았던 2021년 4분기 2137억 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국내 증권업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서 해외 주식 부문 비중도 많이 증가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전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었으나 2021년 약 1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엔 17% 수준까지 올라섰다.

서학개미 유치 경쟁 가열

해외 주식 시장이 커지자 증권사들도 서학개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주식 위탁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2017년 말 20개 사에서 2023년 말 27개 사로 늘었다. 위탁매매 부문은 2000년대 초반 증권업 순영업수익에서 60% 이상을 차지했던 주요 사업 부문으로 해외 주식을 중개하고 있지 않은 증권사들이 진입하기 쉬운 분야다.

중소형 증권사가 해외 주식 거래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상위 3개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2023년 51%로 2017년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상위 5위권에 중대형 증권사들이 포진하고 있으나 이 중 독점적인 지배력을 확보한 증권사는 없다.

수익 증가는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2019년 이후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위탁매매 평균 수수료율은 2019년 27bp에서 2023년 13bp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내 주식 위탁매매 평균 수수료율도 6bp에서 4bp로 하락했으나 해외 주식 대비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세금·환 리스크도 못 막아…해외 주식, 선택 아닌 필수로
마케팅 싸움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신규 해외 주식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매달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때 한시적으로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투자 비용 제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과 6개월 이상 거래가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간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무료로 내걸었다.

토스 증권은 ‘해외 주식 1주 선물 받기’ 이벤트를 통해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 첫 거래 고객에게 투자 지원금 40달러를 지급했다. 미국 주식 옵션 거래 시 수수료를 계약당 1달러로 적용하는 이벤트도 시행했다.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해외 주식 투자와 관련된 혜택과 연계 서비스들도 등장했다. 해외 소득세 신고 기간에 맞춰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 양도세 세금 신고를 무료로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으로 확보한 신규 투자자에게 AI를 활용한 자산 배분 투자 솔루션 등 개인 맞춤형 투자 상품을 제시하는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주식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위탁매매 수수료율도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수수료율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여러 계좌를 만들어 운용하거나 매매 주식의 일부를 다른 계좌로 옮기는 방식으로 혜택을 누리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