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감독 완전자율주행(FSD)의 상용화가 테슬라의 펀더멘털을 좌우한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약속한 대로 올해 자율주행, AI 시장에서 확실한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강정수 블루닷 AI연구센터장을 만나, 머스크와 테슬라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커버스토리] 강정수 블루닷 AI연구센터장
“테슬라 주가엔 ‘성장 기대치’만 반영…펀더멘털 개선되면 크게 오를 것”
“테슬라의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로 인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좌우하는 ‘연약한 주가’죠. 테슬라의 펀더멘털이 실제로 개선되는 순간, 주가는 대단히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봅니다.”

강정수 블루닷 AI연구센터장은 비감독 완전자율주행(FSD)이 상용화되고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을 ‘테슬라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순간’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에 가장 중요한 해로 평가받는 2025년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 인공지능(AI) 전문가이자 <테슬라 폭발적 성장 시나리오>의 저자인 강 센터장을 만나, 양날의 검과도 같은 머스크의 행보와 테슬라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테슬라 주가엔 ‘성장 기대치’만 반영…펀더멘털 개선되면 크게 오를 것”
테슬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꿈이죠. 일론 머스크는 비전과 드림을 팝니다. 머스크가 말하는 ‘화성으로 간다’는 꿈이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즈니스의 목표를 세우는 거죠. 화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주 발사선의 비용이 저렴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기술을 개발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도 돈을 벌어야 하니 저궤도 위성을 만들어 화성에 갈 수 있도록 만들자는 이야기예요.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에요. 차를 많이 팔자거나, 이동의 자율성을 만들어내자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테슬라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꿈꾸는 건가요.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그리고 인간이 더 이상 자동차 사고에 의해 죽거나 다치지 않는 사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려는 것이고, 자율주행 시장을 매스 마켓으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겁니다. 구글 웨이모는 기술력에선 대단히 앞서가고 있지만 그 방법론으로는 매스 마켓을 못 만든다는 게 테슬라와 차이점이에요. 라이다(LiDAR)와 레이다(radar)를 달아야 하고, 고해상도의 HD지도가 필요하죠. 택시 산업으로는 가능하지만 대중이 쓰는 상용차에 적용할 수는 없어요. 시장이 제한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장기적으로는 테슬라의 접근법이 맞다고 봅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기술은 모델3와 모델Y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구글 웨이모에 비해서는 느리게 가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고 나면 모든 차량에 적용될 수 있는 거죠. 이 시점에 마진율과 차량의 매력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는 거고요.”

비감독 완전자율주행(FSD)은 머스크의 말처럼 실제로 임박한 걸까요.
“머스크가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사람들이 나를 양치기 목동이라고 비유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늑대다’라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저는 여전히 양치기 목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머스크가 타임라인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난해 8월 로봇데이도 10월로 연기했잖아요. 사이버트럭도 2년이나 넘겨서 나왔고요. 올해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테스트한다고 발표한 것도 저는 크게 믿지는 않습니다. 물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미뤄보면 이번에도 연기되는 게 매우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다만 테슬라가 타임라인을 늦춘 적은 있어도 약속했던 목표를 이루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기가 미뤄지더라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4분기에 테슬라 실적이 안 좋았습니다.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사실은 4분기 자체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기보다는 1·2분기 실적을 커버할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다고 봅니다. 지난해 실적이 안 좋았던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럽 내수 시장이 얼어붙은 게 컸습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성장했거든요. 미국 시장에서도 생각보다 성장률이 둔화됐는데, 미국은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비율이 90%가 넘어요. 이자가 높은 상황이어서 금융 비용이 증가했고, 차량의 실질 구매 가격이 증가한 거죠. 이런 요인이 실적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윤율이 악화한 것은 흔히 말하는 ‘오스본 효과’ 때문이죠. 신차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비자들은 대기 수요로 전환됩니다. 페이스 리프트에 대한 소문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테슬라가 할인 판매 정책을 썼죠. 기업의 이익률이 저하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테슬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추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테슬라의 주가가 전고점을 찍었던 배경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져서가 아닙니다. 성장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죠. 4분기 실적을 발표할 당시에는 주가가 대단히 떨어졌어요. 그러다 콘퍼런스 콜에서 로보택시에 대한 타임라인을 6월로 제시하니 다시 반등했죠. 그 이후 테슬라의 성장 기대치를 꺾는 뉴스들이 나왔습니다.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 판매가 안 된거나, 머스크의 지나친 정치 개입으로 유럽 내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가 겹치면서 주가를 낮췄죠. 결국 테슬라에 나쁜 뉴스가 나오면 주가는 떨어지고, 반대로 좋은 뉴스가 나오면 주가는 올라갈 거라고 봐요.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기대치만으로 움직이는 연약한 주가이기 때문에 당분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펀더멘털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순간부터 주가는 크게 상승세를 타겠죠. 비감독 FSD(Full-Self Driving)에 의한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이 바로 그때입니다. 자동차 기업이 AI로 매출을 내는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 거품론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는데요.
“현시점에는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는 생각해요. 다만 앞서 설명했듯 펀더멘털이 받쳐준다면 이 주가는 정당화될 수 있겠죠. 머스크 본인이 테슬라를 AI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고, 월가의 기관투자가들도 테슬라를 평가하는 기준에 AI라는 요소를 집어넣기 시작했어요. 기존에는 AI를 테슬라의 평가 요소로 보지 않았거든요. 이런 시장의 기대치를 언제쯤 맞춰줄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올해 실적은 어떨까요.
“테슬라가 아직 양산도 하지 않은 신형 모델Y의 구매 예약을 1월부터 받기 시작했는데요. 3월부터 딜리버리하는 차량이라면 2월 정도부터 예약을 받았어야 했는데, 너무 이르게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델 체인지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1분기에 매출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1~2월은 차량 판매가 안 된다는 얘기예요. 딜리버리 숫자가 발표되는 4월 2일과 실적 발표를 하는 4월 말에 테슬라 주가가 많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후 2분기부터는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 주가엔 ‘성장 기대치’만 반영…펀더멘털 개선되면 크게 오를 것”
테슬라의 가장 큰 경쟁자로 중국 BYD를 꼽으셨죠. 어떤 점 때문인가요.
“BYD는 사실 버티컬 인터그레이션(vertical intergration·수직계열화)을 하고 있습니다. 비용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유럽 자동차 기업이 고전하는 이유는 내연기관차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존의 생산라인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동시에 신규 사업인 전기차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이중고를 안고 있죠. 반면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더 쉬운 길을 갈 수 있어요. 특히 BYD는 배터리 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이에요. 그러다 국영 자동차 기업을 인수하면서 전기차 사업에 진출했죠. 버티컬 인터그레이션이 잘돼 있다는 점에서 BYD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봤어요. 배터리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마진율 측면에서 유리하고, 그만큼 차를 저가로 만들 수 있는 거고요.”

BYD의 자율주행 기술은 테슬라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BYD가 최근 딥시크와 협업해 개발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God's Eye)’에 대해 발표했죠.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하는데요. 그동안은 타사 기술을 응용해서 쓰고 있었는데,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의 실력을 실제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BYD 또한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BYD는 라이다를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주행하는 도시에 대한 HD급 지도를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그 비용을 써서라도 자율주행을 하겠다는 거겠죠. 아직 의구심도 있어요. 자체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를 안 가지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시장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질 것 같은데요. 테슬라가 계속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테슬라가 시장을 독주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고요. 머스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자율주행이 안 되는 차는 피처폰이고, 적용된 차는 스마트폰이라고요. 다른 업체들도 피처폰만 계속해서 팔 수는 없겠죠. 포드는 라이선싱을 통해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도요타와 일부 독일 기업들은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을 것 같고요. 현재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 면에서 엔비디아를 앞섰지만 기술의 간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향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구글 등 삼자 경쟁 구도가 될 것 같습니다.”

테슬라의 가장 큰 리스크는 뭘까요.
“CEO 리스크라고 생각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를 선호하지는 않는데요. 머스크는 굉장히 목적지향적인 사람입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바꾸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효과적 가속주의’를 통해 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인류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트럼프 쪽에 서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지나치게 니힐리즘에 빠져 있다고도 봅니다. 의미 없이 독일, 영국, 이탈리아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치명적으로 악화시키는 방향이죠. 정치적 행보와 기업의 운명을 함께 걸어놓는다는 것은 너무 큰 베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머스크의 행보로 인해 테슬라가 얻는 것이 많아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반감을 상쇄할 정도의 이익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테슬라의 주가가 대단히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어요. 트럼프 집권 2기이기 때문에 3~4년 차에는 레임덕이 발생할 것이고, 머스크는 앞으로 1~2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2025년이 테슬라에 가장 중요한 해인 이유죠. 이 시점에 의미 있는 성적을 못 낸다면 머스크의 정치적 베팅에 대한 부정 평가들이 주가에 강력하게 반영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가장 큰 장점이자 리스크가 CEO인 거네요.
“동전의 양면 같은 면이 있습니다. 머스크는 기술 기업의 리더로서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여러 저항을 뚫고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뚝심, 꿈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비전을 판매하는 것,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가의 이런 면이 사람들을 가슴 뛰게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머스크가 정치적인 메시지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본인의 판단으로는 정치가 기업의 장애 요건이 됐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1980년대에 만들어져 있던 산업 규제 프레임으로 2025년 미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술 기업을 규제한다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저도 듭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를 통해 기술 관련 규제를 해결한다면 머스크도 한 발 물러서는 시점이 와야 하는데, 한 번 정치에 빠져버리면 잘 물러서지 못하죠. 트럼프와 관련된 머스크의 리스크는 대단히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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