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을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19 서울 방화동
방화역
방화역
제2의 마곡, 방화
신방화역을 사이에 두고 마곡지구와 마주하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이곳엔 사연이 많습니다. 2003년 방화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9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하려 했거든요. 하지만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 하다가 2016년 1, 4, 7, 8구역 등 4개 구역이 해제됐습니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던 방화뉴타운에 요즘 다시 개발 훈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속도와 호흡으로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거든요. 방화뉴타운이 다시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방화의 강점 중 하나는 맞닿은 마곡지구입니다. 마곡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룬 곳이죠. "경기도에 판교가 있다면, 서울엔 마곡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LG사이언스파크와 코오롱, 대우조선해양, 롯데 등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입주하면서 자족 기능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초대형 업무·상업 복합시설인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와 서울식물원 등 다양한 편의시설 인프라도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김포공항 부지(43만㎡) 개발이 예정돼 있고요. 또 가양동 CJ공장 부지(10만㎡)에 업무시설과 복합쇼핑몰을 조성하는 개발도 추진 중입니다. 이 근처에서 진행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다 합치면 총 규모가 10조 원을 육박할 정도입니다.

교통망은 공항철도와 지하철 5호선, 9호선이 지나갑니다. 인근 김포공항역에는 부천 소사~고양 대곡을 잇는 서해선, GTX-B 노선이 예정돼 있죠. 사실 서울의 서쪽 끝이지만 크고 작은 호재 덕분에 입지적인 아쉬움을 상쇄할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방화5단지아파트
방화5단지아파트
방화5단지아파트
방화5단지아파트
제2의 마곡, 방화
초역세권 5단지…재건축 추진

방화역을 나오자마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 하나로마트를 지나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면 단지로 진입하는 쪽문이 보입니다. 초역세권인 방화 5단지입니다. 1994년 준공한 32년 차이고, 1372가구 규모입니다. 지하철역만 가까운 게 아니라 올림픽대로 타기에도 괜찮습니다. 6단지와 붙어 있는데, 6단지는 임대 아파트입니다.

외관을 한 번 볼까요. 복도식입니다. 전용 33·39·49㎡로 구성됐는데 가장 많은 게 전용 39㎡입니다. 시세는 4억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소형 평수이다 보니 신혼부부나 싱글 가구, 노인층 등이 많이 거주합니다.

뒤에 개화산이 있고 방화공원도 가깝습니다. 그래서 공기가 좋은 쾌적한 편입니다. 초등학교는 치현초에 배정되는데, 방화역을 건너야 하고 혁신학교입니다. 주민들은 분리수거를 매일 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해요. 다만 구축 특유의 크고 작은 불편함은 감수해야 합니다. 지하주차장이 있지만 꽤 작고, 오래된 아파트여서 겨울엔 좀 춥습니다.

단지 곳곳에 플래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강서구청에 재건축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겠다는 내용이예요. 정비사업 극초기 단계입니다. 단지의 용적률은 173%, 건폐율 18%예요. 대략 계산해보면 평균 대지지분이 29.7㎡ 정도 나옵니다.

하지만 옆 6단지가 임대아파트인 데다 근처 김포공항 때문에 고도제한이 있죠. 하지만 올해 공항 고도제한 완화 개정안이 나옵니다. 물론 기대하는 주민들도 많지만, "20년째 희망고문만 받고 있다"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결과가 괜찮게 나온다면 이 일대 정비사업의 마스터플랜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전망입니다.
제2의 마곡, 방화
강서구 개발 핵심 뉴타운

오래된 단독주택과 다세대, 다가구 빌라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등은 정비사업의 상징 같은 모습입니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방화뉴타운 중 구역 지정이 해제된 곳은 1, 4, 7, 8구역인데요. 이 중 4구역은 다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며, 7, 8구역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구역은 2, 3, 5, 6구역 총 4곳입니다.

가장 빠른 곳은 6구역입니다. 재건축을 통해 557가구 단지가 될 예정이고, 최근 시공사를 삼성물산으로 확정했습니다. 총 사업비는 2400억 원 규모입니다. 특히 6구역은 마곡지구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마곡지구의 편의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방화3구역은 두 번째로 넓은데, 1476가구 규모입니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컨소시엄입니다. 인근에 방화초·중학교가 위치해 있습니다. 방화2구역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습니다. 신통기획으로 추진되면 기존 방식보다 진행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방화 5구역
방화 5구역
제2의 마곡, 방화
방화 5구역
방화 5구역
공항동 18번지 일대의 방화5구역은 방화뉴타운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습니다. 총 16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위치도 괜찮아요. 9호선 공항시장역에 근접해 있고, 5호선 송정역과 9호선 신방화역도 가까운 '트리플 역세권'이거든요. 시공사는 GS건설입니다.

다만 유의하실 것들이 있습니다. 보통 뉴타운은 재개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방화뉴타운은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입니다. 그래서 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적용돼요. 조합설립인가 후에는 지위 양도가 금지돼 있습니다. 매물이 매우 적은 편이예요. 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추가 분담금 같은 사항도 감안해야 합니다. 게다가 인근 김포공항으로 인해 고도제한이 있어 층수가 15층 내외로 정해져 있다 보니 단지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방화뉴타운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정비사업장 중 하나입니다. 바로 옆 마곡 아파트가 성공사례를 보여줬고, 개발사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죠. '서울 뉴타운은 불패'라는 이야기도 있죠.

고도제한·재건축 규제 고려

다음은 마곡힐스테이트입니다. 신방화역부터 걸어서 5분 정도 걸립니다. 단지 주변을 마곡 엠밸리 아파트들이 감싼 구조입니다. 그래서 위치가 '사실상 마곡'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2015년에 입주했고 603가구 규모입니다.
마곡힐스테이트
마곡힐스테이트
마곡힐스테이트
마곡힐스테이트
아마 '긴등마을'이라는 이름 기억하실 것 같아요. '강서지역의 금싸라기 땅'으로 유명했었죠. 그 긴등마을이 독자적인 재건축을 통해 다시 태어난 곳이 이 마곡힐스테이트입니다. 방화뉴타운 중에서 유일하게 입주까지 끝낸 구역인 셈이죠. 마곡은 택지지구여서 임대 가구가 꽤 많은 편인데, 이곳은 민영입니다.

면적은 전용 59·84·114㎡로 구성됐습니다. 전용 84㎡ 시세가 14억 원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구조가 잘 빠진 편이라 실평수보다 넓어 보입니다. 초등학교는 공항초에 배정됩니다. 공항초 인근에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있는데 도서관 등을 잘 갖춰서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합니다.
방화 주민뿐 아니라 강서구 전체 구민들의 숙원사업이 방화차량기지 및 폐기물처리장 이전 문제입니다. 김포시와 지하철 5호선 연장을 논의하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죠. 그 넓은 땅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겁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문규 한국경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