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선은 비수도권 최초의 전철 방식 광역철도로 구미-대구-경산을 연결하며 지역 교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배차 간격 등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역 균형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버스토리] 신규 노선 대해부-대경선
지난해 12월 14일 비수도권 최초로 개통한 도시철도 대경선이 구미 사곡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구미시 제공
지난해 12월 14일 비수도권 최초로 개통한 도시철도 대경선이 구미 사곡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구미시 제공
우리나라엔 1개 특별시와 6개 광역시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립하는 대도시권 광역교통계획에서는 이들 대도시와 주변 지역을 조합해 수도권, 부산울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의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광역교통 정책을 추진한다.

한편 수도권에서는 1974년 8월 15일 ‘전철’이 개통됐다. 전철은 전기철도의 약자이지만, 여기엔 액면 이상의 뜻이 들어 있다. 각 역에 높이가 높은 고상홈(高床 platform)을 설치하고, 객실 내엔 긴 좌석(롱시트)이 설치된 ‘전동차’를 도입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운영과 운임 체계를 갖춘다. 이를 ‘수도권 전철’이라고 부른다.

비수도권 최초의 전철 방식 광역철도
이제 전철 타고 출근하세요…대구·경북 상륙한 수도권 전철
이 방식은 계단이 필요 없어 승하차 시간이 짧게 걸리고, 실내공간도 넓어 입석승객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전후대칭형 차량 구조 덕분에 종착역에서 빠른 회차가 가능하며, 이는 회전율을 높여 적은 차량 대수로 많은 운행 횟수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야말로 대용량 수송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도권 전철은 개통 이후 수도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철이 지나가는 인천, 부천, 수원, 안양 등은 예외 없이 대도시로 발돋움했으며 신도림, 영등포, 노량진, 용산 등도 서울의 중요 역세권으로 발전했다. 수도권 전철망이 길어지고 복잡해진 지금도 최초의 수도권 전철은 ‘1호선 전철’이라는 이름으로 그 위상을 지키고 있다.

한편 지방 광역시는 서울과 달리 지하철을 먼저 짓고 전철은 나중에 개통시켰다. 부산울산권에서는 2016년에 동해선(광역전철)이, 대구권에서는 지난해 12월 14일에 ‘대경선(大慶線)’ 전철이 개통됐다. 두 노선의 운영 방식은 동일하지만, 대경선과 달리 동해선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 대경선 개통이 동해선보다 늦었음에도 대경선을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경선은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대구경북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지은 게 아니라 기존 노선(경부선)을 활용했다는 점, 폭 3.12m의 고상홈용 대형 전동차를 쓴다는 점, 노인 무임과 교통카드 등 전철 방식의 영업 체계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대경선은 구미역에서 시작해 왜관, 서대구, 대구, 동대구를 거쳐 경산역까지 운행된다. 총길이는 61.9km, 소요시간은 59.5분이며, 운임은 1500~2800원이다.

정시성과 저렴한 운임으로 수요 공략

대경선의 특징은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10량 1편성(개통 당시 6량)으로 운행되지만, 대경선은 2량 1편성이다. 또한 서울지하철 환승역에 전용 환승통로를 갖춘 수도권 전철과 달리, 대경선은 대구지하철 환승역에 환승통로가 없으며 역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는 방식으로 환승을 한다.

대경선이 개통되면서 구미~대구~경산을 오가는 승객에게 정시성을 갖춘 편리한 교통수단이 추가로 생겼다. 경부선 일반열차는 지정좌석제라 매번 예약을 해야 하며 시간표 확인도 필요하다. 운임도 비싸다(구미~동대구 무궁화호 3200원· ITX-새마을 4800원). 그러나 전철은 아무 때나 역에 와서 조금만 기다리면 탈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며 운임도 저렴하다(구미~동대구 2500원·67세 이상 무임(대구 기준)).
경부선을 운영하는 코레일에도 대경선은 큰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구미~대구 간 단거리 승객이 일반열차로 몰려들다 보니 그 구간에 만석이 발생하는 바람에 다른 구간에 좌석이 있어도 장거리 승객에게 표를 팔 수 없었다. 하지만 대경선이 구미~대구 단거리 수요를 대신 처리해주면 일반열차 좌석에 여유가 생긴다. 장거리 승객으로 공석을 채울 수 있으므로 수입도 늘릴 수 있다.

한편 대경선 연선(沿線)의 지자체들에게 대경선은 기회이자 위협이다. 특히 이 부분은 이미 시내버스나 대구지하철 2호선 등이 연결돼 있는 경산보다 경부선 일반철도로만 연결돼 있는 구미가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소비 증가 ‘봄바람’…광역생활권 형성 촉진

대경선 개통으로 기존 시외버스나 무궁화호보다 싸고 편리하게 구미에서 대구로 갈 수 있게 되면, 구미시는 대구에 경제력이 빨리는 ‘빨대효과’가 걱정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구미시는 대경선을 이용해 외부의 방문객을 끌어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관광지 교통 개선 등의 인프라 확충, 각종 관광명소 발굴, 숙박비 일부를 구미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는 등의 소비촉진 지원책 등을 시행했고, 대경선 개통 후 오히려 구미 시내 소비가 증가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전철 개통의 긍정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대경선 전철역 주변 역세권의 개발도 주목된다. 마침 올해 말 사곡~왜관 사이에 북삼역이 개통 예정인데 이곳은 칠곡북삼도시개발구역과 인접해 있다. 이렇게 전철역과 도시 개발이 시너지를 이루도록 해야 하며, 이는 이미 수도권 전철에서 성공한 모델이다.

배차 불규칙, 체감혼잡도 높아

다만 대경선에는 아직 개선할 점들이 있다. 우선 열차 간 간격이 명목상으로는 30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너무 불규칙하다. 운행 횟수가 같더라도 이렇게 운전시격이 들쭉날쭉하면 이용하기 불편하다.

이렇게 열차마다 승강장 대기시간이 달라지면 그만큼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수도 달라지기 때문에 열차별로 혼잡도가 제각각이 된다. 혼잡도가 높은 열차에는 더 많은 승객이 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승객이 더 높은 혼잡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체감혼잡도라는 개념이다. 평균혼잡도(총 승객÷총 정원)와 달리 체감혼잡도는 승객 수에 따른 가중치가 붙는다. 그래서 체감혼잡도를 낮추려면 열차별로 혼잡을 균일하게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13일 대경선 사곡역 개통 환영식 모습.
지난해 12월 13일 대경선 사곡역 개통 환영식 모습.
특히 대경선의 혼잡도는 낮 열차에서 심각하다. 그 이유는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경부선 주간 점검을 이유로 열차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미발 13시 3분 열차에는 1시간 동안 쌓인 승객이 집중되면서 혼잡도가 극도로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도심 방면으로 새벽에 출근하는 근로자가 많은 외곽 출발 시내버스에서도 벌어지는 일인데, 서울시에서는 새벽 첫차로 버스 여러 대를 동시에 내보내는 방법으로 혼잡을 줄이고 있다(146번 등). 마찬가지로 대경선에서도 선로 점검 1시간을 기다린 후 출발할 때는 열차를 짧은 간격으로 2대를 내보내는 등으로 혼잡도 완화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한우진 교통평론가·미래철도DB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