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자동차 전시회인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11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업체가 참여했고, 약 56만 명이 다녀갔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행사의 지속 여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들린다.

[서울모빌리티쇼]
2025 서울모빌리티쇼 전경(사진 제공=한경 DB)
2025 서울모빌리티쇼 전경(사진 제공=한경 DB)
지난 4월 3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렸다. 서울모빌리티쇼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역대 최대 규모인 12개국 451개 기업 및 기관이 참가했으며, 열흘간 약 56만 명이 다녀갔다. 2023년 51만 명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이에 조직위는 질적, 양적으로 모두 성장을 거두었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1995년 ‘제1회 서울모터쇼’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리는 서울모빌리티쇼는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자동차 전시회다. 2021년 서울모빌리티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자동차, 자율주행, 도심항공 등 미래 이동 수단 중심으로 전시회 방향을 전환했으며 올해로 3회째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조직위가 주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강남훈 조직위원장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융·복합 전시회로 탈바꿈한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 자신했다. 실제 2025 서울모빌리티쇼의 주제는 ‘모빌리티, 에브리웨어(Mobility, Everywhere)’였다. 모빌리티 기술이 육상뿐 아니라 해상, 항공 등 다양한 공간에서 구현되며 일상의 모든 순간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보모터스그룹의 다인승 수직 이착륙기와 국내 선박 제조사 빈센의 레저용 전기선박 ‘에포크2’,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로브로스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이그리스’ 등을 제외하고는 딱히 ‘해(海)’와 ‘공(空)’의 볼거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빈자리를 메운 것은 자율주행 관련 업체들이었다. 조직위에서 자랑하는 451개의 참여 기업 중 무려 59.6%가 자율주행 관련 업체였을 정도다. 서울모빌리티쇼가 기술·부품·소프트웨어 중심의 전시회로 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르지만,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이다 보니 전시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화려한 볼거리가 줄어들었다는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BYD코리아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을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사진 제공 = BYD코리아)
BYD코리아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을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사진 제공 = BYD코리아)
서울모빌리티쇼의 ‘뿌리’는 완성차 전시다. 모빌리티쇼에 방문하는 첫 번째 이유는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자동차’를 보는 것에 있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는 총 12개의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가 참가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대 행사 중 이렇게 적은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한 사례가 있었나 싶을 만큼 규모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우선 국내 완성차 5사 중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 한국GM은 올해 전시에 참가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참가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가 부스를 따로 차려 적잖은 공간을 메웠다. 수입 완성차 업체의 참여는 더욱 처참했다. 30여 개의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 중 다수는 서울모빌리티쇼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그룹(BMW·미니), 포르쉐 등 국내 판매량이 높은 브랜드와 비교적 최근에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와 BYD, 로터스가 참여해 눈길을 끈 정도였다(그나마 로터스는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 부스 안에 차량을 전시했다). 완성차 업체가 서울모빌리티쇼에 불참한 이유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높은 참가 비용과 낮은 홍보 효과가 원인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가 고객을 만나는 방법이 과거보다 많아지다 보니 굳이 이러한 대형 전시에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기자와 만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참가비 및 부스 설치와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수십억 원을 써야 한다”며 “비용을 감수하기에는 서울모빌리티쇼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가 낮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적으로 조직위가 볼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한편 주요 업체의 불참 원인을 파악하고 참가 업체들과 소통을 통해 진보된 쇼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조직위가 잇속만 챙기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올해는 홍보 마케팅 활동조차 미미했다”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버스 광고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서울모빌리티쇼 개최 소식을 알려 왔지만 올해는 관련 광고를 거의 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전 안내 없이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리는 킨텍스 제1전시관의 주차장을 막아 두고 공사를 진행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HD 현대의 신형 굴착기 HX400 조종석 체험은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HD 현대의 신형 굴착기 HX400 조종석 체험은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전시 내용에도 아쉬움이 뒤따른다. 콘셉트카는 모터쇼의 핵심인데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콘셉트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 브랜드에서는 전시보다 굿즈 판매에 더 열을 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것은 건설기계 업체인 HD현대와 모빌리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롯데그룹의 참여였다. HD현대는 40톤급 굴착기와 24톤급 굴착기 2종을 최초로 공개했다. 특히 굴착기 조종석 체험은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는 이번 행사에서 전시 공간과 함께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자율주행 기술을 행사장 내 이동용 셔틀버스를 통해 시연하며 눈길을 끌었다. 참고로 HD현대와 롯데는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의 헤드라인 파트너였다.
제네시스는 ‘엑스 그란 쿠페 콘셉트’와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사진 제공 =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엑스 그란 쿠페 콘셉트’와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사진 제공 = 제네시스)
사실 자동차 관련 전시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는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비단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계 5대 모터쇼’로 알려진 제네바 모터쇼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도쿄,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터쇼란 향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예고하는 자리인데, 몇 년 전부터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가 자율주행과 친환경에 고정되면서 모터쇼보다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신차 발표가 더 많은 실상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서울모빌리티쇼에는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앞으로 서울모빌리티쇼가 ‘우리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넥쏘’와 ‘아이오닉 6’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긴 했지만, 수입차 업체 대부분은 국내 판매 중인 차량을 전시하는 데 그쳤다. 서울모빌리티쇼 직후 열린 ‘오토 상하이 2025’에서 100여 대의 신차가 공개된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오토 상하이에는 아우디와 볼보, 렉서스 등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여하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거 참가했다. 일정이 비슷하다 보니 시장 규모가 큰 중국 전시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울모빌리티쇼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전시 시기를 조정할 수는 없을까.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상하이 오토쇼는 중국 차들만 전시에 참여해도 부스가 다수 채워질 정도지만 서울모빌리티쇼는 보그워너,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부스를 차렸다”며 “통상 전시회가 4~5월, 9~10월에 많이 열리는 만큼 날짜가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