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방산·항공우주 중심의 사업 재편과 대규모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총주주수익률 1591%를 기록하며 ‘2025 밸류업 CEO 50’ 1위에 올랐다

[커버스토리] 2025 밸류업 CEO 50 -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산업 1위)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2025 밸류업 CEO 50’ 1위에 선정됐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방산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과 실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며 회사를 방산·항공우주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총주주수익률(TSR) 1591.3%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TSR는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한 수치로, 기업에 투자했을 때 실제로 얻게 되는 총수익을 의미한다. 주주 및 투자자 관점에서 장기적인 기업 가치,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통한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손 대표 취임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2년 10월 당시 5만7757원이었던 주가는 2025년 7월 16일 종가 기준 85만1550원까지 오르며 약 15배 뛰었다. 실적 개선은 물론, 주가와 배당까지 동반 상승하며 기업 가치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TSR 1000%를 넘는 CEO는 국내 상장사 300개 가운데서도 손에 꼽힌다. 그중에서도 업종을 불문하고 손 대표가 1위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보 역시 TSR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통합 방산 플랫폼 구축…시장은 응답했다

손 대표는 1991년 한국화약 입사 이후 기획, 재무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경영 역량을 다져왔다. 2017년 한화지상방산 대표에 취임해 방산 사업의 체질을 개선했고, 2022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직도 겸임 중이다.

손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 구조 재편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방산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이 시장의 강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과거 민수·방산을 병행하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방산과 항공우주를 핵심 축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며 실적 성장의 동력을 확보했다.

핵심은 ‘통합’과 ‘집중’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1월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 데 이어 2023년 4월 한화방산 합병으로 그룹의 방산 역량을 한데 모았다.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초일류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며 해외 시장 공략은 물론, 국내에선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 생산까지 담당하며 국책 사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적 대비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는 방산 기업으로서의 명확한 사업 정체성 부족과 실적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방산 자회사와 비방산 자회사가 공존하면서 시장에서 방산 사업에 대한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고, 자회사 기업공개(IPO)나 매각 가능성으로 주주 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디펜스 흡수 합병, 한화 방산 부문 인수, 비방산 자회사 매각을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손 대표는 당시 그룹사 홈페이지를 통해 “그룹 내 분산돼 있던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방산 3사 통합을 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통합사를 출범했다”며 “미래 사업인 뉴 스페이스(new space)와 뉴 모빌리티(new mobility)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통합사 출범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 재편 후 2023년 연결기준 매출 약 9.3조 원, 영업이익 약 6911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매출 11.2조 원, 영업이익 1.7조 원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명확한 전략과 실행력,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이 창원1사업장에서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이 창원1사업장에서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누리호 엔진을 정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 엔지니어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누리호 엔진을 정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 엔지니어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대표적인 성과는 해외 수주

방산 수출 성과도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출 부문에서 한국 기업으로서 전례 없는 성과를 써 내려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미·중 군사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방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 같은 외부 환경을 발 빠르게 기회로 전환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K-9 자주포 및 천무 다연장로켓을, 호주에는 레드백 장갑차를 수출하는 대형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레드백은 자체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IFV)로, 초기 단계부터 수출을 목표로 설계됐다. 또한 루마니아에도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를 수출하기로 했다. K-9(K10 포함) 누적 수출총액은 13조 원을 돌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는 총 6개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예정된 계약 물량이 차질 없이 수출될 경우 K-9의 글로벌 자주포 점유율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수출은 단순한 무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운용 유지보수(MRO), 현지 생산, 기술 이전 등의 후속 계약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상 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31조3818억 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의 유럽 시장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과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등 신규 시장 개척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손 대표는 “수출 경쟁력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지화 전략을 통한 중장기 수출 생태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초일류 혁신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에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을 목표 삼아 방산·항공우주를 아우르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방산과 더불어 손 대표가 이끄는 또 하나의 미래 비전은 우주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핵심 사업자로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누리호는 2021년 첫 발사에 이어 202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발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총 3회에 걸친 추가 발사를 주도하게 된다.

올해 말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역량을 종합적으로 입증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위성 탑재 능력, 다단 로켓의 정밀 제어 기술, 발사 안정성 등은 향후 수출형 발사체 사업과 민간 우주 산업 진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과 더불어 항공우주라는 ‘듀얼 성장 축’을 확보하며 미래 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ROE 46%, PBR 3.0배…주주 가치 제고에 총력

회사는 사업 실적 향상과 함께 주주 환원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21년 354억 원이었던 배당금은 2024년 1591억 원으로 늘었으며, 주당배당금(DPS)도 같은 기간 700원에서 3500원으로 5배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도 2024년부터 재개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안정적인 주주 환원 확대를 예고했다.

특히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선(先) 배당금 확정, 후(後) 기준일 설정’ 방식을 도입하고, 연 1회 이상의 배당 정책 공시를 통해 시장과의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2024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6%에 달해 글로벌 주요 방산 업체 평균(15%)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021년 0.8배에서 2024년 3.0배로 급등했다. 이는 사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주주들의 기대 심리를 높이는 핵심 지표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신뢰 기반의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다. 손 대표는 현장 중심 경영과 타운홀 미팅 등을 실시해 구성원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조해 왔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지속가능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ESG 평가에서 종합 A등급(환경 A·사회 A+·지배구조 B+)을 받으며, 비재무적 경쟁력 역시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ESG 및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을 지향하고 있다. 이사회는 9인 중 5인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으며,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채워 회계·법률 전문가 중심의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기업설명회(IR) 강화 차원에서 국내외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정례적으로 열고,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정보 제공, 공시 확대 등으로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PBR 0.8배였던 2021년 이후, 주가와 실적, 배당이 함께 성장하는 이례적 선순환을 실현하고 있다. 2024년 TSR은 164.9%를 기록했다.

손 대표는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주주 중심 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TSR 1591%의 기적…방산 중심 미래재편 통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