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LA | 테슬라는 자동차의 고장 디트로이트가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불현듯 나타났다. 전기차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여겨지던 시대, 테슬라는 그 한계를 과감하게 무너뜨리며 130여 년 자동차 역사에 가장 큰 변혁을 일으켰다. 긴 주행거리와 우수한 퍼포먼스, 오토파일럿, 팔콘 윙도어 등 테슬라는 한동안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2021년 ‘모델 S’에 처음 적용한 나비 모양의 이른바 ‘요크 스티어링 휠’도 마찬가지였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디자인 혁신’이라고 자평했을 정도. 특히 요크 스티어링 휠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운전자는 핸들에 손을 얹기만 하고, 운전은 오토파일럿에 맡겨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자율주행 시대에는 요크 스티어링 휠과 같은 디자인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ERRARI | 페라리의 스티어링 휠에는 온갖 조작 장치가 집중돼 있다. 페라리의 최신형 그랜드 투어러 모델인 ‘아말피’의 실내는 마치 포뮬러원(F1) 머신을 보는 듯하다. D컷 스티어링 휠(아래쪽 부분이 편평한 D자형 모양 스티어링 휠)은 보기에도 역동적이지만, 편리한 승하차를 돕는다. 차체가 낮은 F1머신에 보다 쉽게 오르내리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8시 방향의 시동 버튼이다. 시동을 켜고, 운전 모드나 서스펜션의 성격을 변경하는 등의 행위를 모두 스티어링 휠에서 조작할 수 있다. 심지어 방향 지시등과 경적, 와이퍼까지 스티어링 휠에서 엄지손가락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다. 12시 방향에는 최적의 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엔진 회전수 램프를 달았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 오직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페라리식 배려다.
ROLLS-ROYCE | 롤스로이스의 스티어링 휠은 장인이 직접 가죽을 제단하고 바느질해 완성한다. 실 두께와 바느질 방식까지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롤스로이스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팬텀의 스티어링 휠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큰 크기를 자랑한다. 덩치에 걸맞은 크기이지만,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가느다란 림(손으로 잡는 부분)도 눈에 띈다.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롤스로이스의 운전석은 오롯이 운전기사의 공간이다. 과거에는 운전기사가 흰 장갑을 끼고 정교하게 운전을 했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아주 가늘게 만들었다. 이른바 ‘회장님 차’로 불리는 롤스로이스 팬텀은 지금까지도 이 전통을 계승한다. 지난 2022년부터 운전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스티어링 휠 두께를 소폭 키웠지만 다른 브랜드 자동차에 비해 여전히 얇은 편이다.
PEUGEOT | 푸조는 유독 작은 스티어링 휠을 쓴다. 위아래 면도 납작한 직선 형태다. 여기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2010년대 초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푸조의 실내 디자이너는 눈길 운전을 하다 앞차와 계기반을 동시에 보는 데 큰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매우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주행 중 계기반을 보면서도 앞선 차량에서 시선을 떼지 않을 수 있는 실내 인테리어를 고안해냈다. 스티어링 휠의 직경을 대폭 줄여 계기반을 가리지 않도록 하고, 윗면을 직선으로 깎아 전방 시아를 확보한 것. 이뿐 아니라 콤팩트한 크기 덕분에 팔을 크게 벌릴 필요가 없어 움직임의 범위가 줄어드는데, 이를 통해 보다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HYUNDAI | 최근 현대자동차는 뿌리 찾기에 한창이다. 브랜드 홈페이지에 헤리티지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헤리티지 전담팀을 꾸리고 차량별 스토리까지 만들고 있다. 과거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한 신차를 선보이기도 한다. 지난 2022년 출시한 7세대 그랜저는 1세대 그랜저, 일명 ‘각그랜저’의 디자인을 녹여낸 것으로 유명하다. 출시 당시 각진 외관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것이 옛 그랜저의 흔적과 일맥상통하는 ‘반듯한’ 실내 디자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초대 그랜저에서 볼 수 있던 1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모사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6시 방향의 두툼하게 내려온 수직 레이아웃으로 1세대와 마찬가지로 현대의 ‘H’ 엠블럼을 생략했다. 3시와 9시 방향에 추가된 스포크 위에는 각종 운전자 보조 기능 버튼이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