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주택 수요자는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세 사기 공포로 인해 대체 주택 공급마저 끊겼다. 주택 수요자가 만족할 만한 형태의 공급이 늘어날 수 있을까.
[부동산 정석]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의 대부분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공급된다. 이렇게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주인(조합원)이 있기에 실질적인 신규 공급인 일반분양 물량은 30% 내외에 그친다. 더욱이 신혼희망타운과 행복주택을 제외하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더욱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 지인에 따르면 서울은 매년 4만8000가구가 입주해야 적정 수요가 채워지는데, 2026년부터는 매년 입주가 1만 가구도 되지 않는다.
연립 등 대체 주택 공급도 줄어
서울은 예전부터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지방 광역시는 아파트의 거주 비중이 70%를 훌쩍 넘기지만, 서울은 43.5%(2024년 기준)에 그쳐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은 높은 데다, 자가 비율마저 낮으니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는 상위 17%에 들어가는 자산가라는 조사도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은 주택 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공공주택 준공 건수는 2024년 3만8002가구로 전체의 8.4%에 불과하다. 올해도 5월까지 공급된 주택의 12.7%만 공공주택이었다. 정부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고수하기보다 민간 브랜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유휴 국유지와 노후 공공청사 부지를 활용해 수도권에 청년,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1만5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계획된 2만 호도 시기를 앞당겨 총 3만5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국·공유 부지를 활용한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시화되진 않았다. 아래에는 공공청사가, 위에는 아파트가 있는 형태를 주택 수요자가 만족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 실패 사례에서 교훈 얻어야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려면 수요를 억제하지 않아야 한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설사가 주택 공급에 열심히 나설 이유가 없다. 팔리지 않을 주택을 지어봤자 손해이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가 정상화되고 정책적인 보조가 뒤따른다면 주택 공급도 뒤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무주택자가 적정 수준의 집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주거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주택 수요자의 불안감을 편법으로 잠재우려 해서도 안 된다. 주택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지만, 약속한 주택 공급이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릉골프장과 정부 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약속한 공급 물량이 진행되지 않거나, 사전청약을 받은 사업지가 줄줄이 지연되고 취소된 전례가 대표적이다.
주택 공급의 형태도 고민해야 한다. 주택 가격 상승분을 불로소득이라 규정하는 정부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주택 수요자는 온전히 자기 집과 자기 자산소득을 원한다. 집값 상승분을 누구와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상식적이진 않다. 따라서 주택 공급 형태를 주택 수요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과거 지분형 주택(현 적금주택)이나 수익공유형 주택이 왜 시장의 관심을 끌지 않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택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이 지어지지 않으면서 아파트 5분위배율(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이 13.2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저가 아파트는 거의 오르지 않거나 떨어졌지만, 고가 아파트는 공급부족으로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공급 대책을 고민하는 현 정부가 고가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는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