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차에는 알맞은 풍광이 있다. 차와 풍광을 짝 맞출 때 운전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제주도와 타이칸 터보는 더 바랄 게 없는 짜릿한 조합이었다.

자동차
포르쉐 코리아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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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제주도로 고객들을 불렀다.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9일까지 제주도에서 진행한 ‘포르쉐 올레 드라이브’ 행사에서다. 고객들은 꼬박 하루 동안 신형 911을 비롯해 마칸 터보와 타이칸 터보,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 카이엔 GTS 등 포르쉐의 최신 고성능 모델을 직접 몰고 굽이치는 산간 도로와 탁 트인 해안도로를 주행했다. 행사 일정은 이랬다. 오전에는 한라산 자락에 있는 1100고지 도로를 지나 새별오름까지, 오후에는 제주 내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산록서로와 번영로, 동남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환해장성로와 해맞이해안로를 지나 비자림로까지 달렸다. 총 176km의 구간이었다.

여느 시승 행사와 진행 방식이 조금 달랐다. 보통은 차의 성능을 강조하면서 운전석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포르쉐는 오감을 열고 느껴보기를 권했다. 제주도는 국내 대표 휴양지다. 포르쉐라는 고성능 자동차를 타기에 알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포르쉐를 타고 느긋한 휴가를 즐긴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잘 어울렸다. 시승 차량은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결정됐는데, 기자에게는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 그중에서도 타이칸 터보 모델이 주어졌다.
포르쉐 코리아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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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지난 2019년 타이칸을 출시하며 일찍이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막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기자가 시승한 타이칸 터보는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높은 출력과 확대한 주행 거리, 향상된 가속력과 빠르고 안정적인 충전 기능을 만족시킨다. 최고 출력은 707마력. 런치 컨트롤 시 최대 884마력의 폭발적인 힘을 제공해 포르쉐 전 차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타이칸 터보의 매력이 도드라졌던 순간은, 제주 1100고지를 오르는 굽은 길에서였다.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으로 커브 길에서도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며 경쾌하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괴물 같은 가속력을 뿜어내는 동시에 스포츠 플러스로 전환하면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이 더 선명해졌다. 무시무시한 성능에 지속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타이칸 터보의 매력이다.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기준으로 주행 거리가 65% 늘어나 최대 500km까지 달릴 수 있다.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하루종일 달려도, 충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800V 초급속 충전은 기존 대비 50kW 증가해 최대 320kW까지 충전이 가능한데, 10~80%까지 18분이면 충분하다.
포르쉐 코리아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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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페달을 통해 제어하는 에너지 회생 또한 더욱 개선됐다. 더 자주, 더 높은 용량으로 회수된다. 저속에서 회생제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최대 감속을 약 15% 높였고, 고속 주행 중 감속 시 회생 제동 에너지 최대 용량은 290kW에서 최대 400kW로 30%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회생 제동 시 전기차 특유의 꿀렁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발군은 승차감이었다. 사륜구동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 덕분이다. 주행 역동성과 편의성 사이의 스펙트럼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 역동적인 제동과 가속 시에도 수평을 유지하며 노면의 충격 대부분을 흡수한다. 실제 전기차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내연기관 세단 같은 주행 질감을 선사했는데, 곡선이나 직선 주행에서 긴장하면서 타는 것이 아닌 편안하게 운전한다는 느낌이 강할 정도였다.
포르쉐 코리아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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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운전의 재미가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포르쉐는 언제나 스포츠카의 ‘정수’를구현하는 브랜드다. 페달을 밟는 동시에 707마력의 강력한 힘이 고스란히 발끝으로 전해지며 속도를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에 가까운 배기음이 짜릿함을 더했다. 타이칸 터보는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자동차였다. 운전 본연의 재미를 지키면서도 미래 기술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전동화 시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이어가겠다는 포르쉐의 의지를 ‘온몸’으로 피력한다. 강렬함 뒤에 깔린 정제된 품격이 느껴졌달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타이칸 터보의 매력이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