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배기가스와 연비 등 기술 기준을 충족하면 생산·판매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사이버보안 체계를 갖추지 못할 경우 인증 자체가 제한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보안이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유럽연합(EU)은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에서 마련된 UN R155(사이버보안 관리체계)와 UN R156(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관리)를 도입해 차량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보안 관리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차량 개발 단계뿐 아니라 판매 이후 운영과 업데이트까지 포함해 보안을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관련 체계를 갖추지 못한 차량은 인증 획득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유럽에서는 2022년부터 해당 규정이 신차 인증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2024년 이후에는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규제 강화 배경에는 차량 구조 변화가 있다. 최근 차량에는 최대 100개 이상의 전자제어장치(ECU)가 탑재되며, 기능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현된다. 이에 따라 시스템 복잡도가 높아지고,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보안 취약성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 장치에서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안은 선택이 아닌 기본 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량 보안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과 관련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네덜란드 차량 인증기관 RDW(Rijksdienst voor het Wegverkeer)는 유럽에서 차량 인증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 중 하나로, 보안 규정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차량 보안 설계와 인증 대응을 지원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우토크립트는 차량 내부 네트워크 보안, V2X 통신, OTA 업데이트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증 대응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RDW가 지정한 시험기관(TS) 중 하나로, 완성차 및 부품사의 인증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차량 보안 인증이 시장 진입의 주요 요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 체계 구축과 인증 대응 역량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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