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문틀부터 손잡이 하나까지, 천(Fabric)으로 집을 통째로 재현해내며 전 세계 미술관을 매료시킨 거장 서도호가 이번엔 종이와 실을 들고 서울을 찾아온다.
서도호, <Breathing Home>, 2025. 사진 제공 = 작가 및 STPI 싱가포르
서도호, , 2025. 사진 제공 = 작가 및 STPI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세계적인 아트 기관 STPI(Singapore Tyler Print Institute)가 오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6'에서 서도호 작가의 신작으로 채워진 전용 솔로 부스를 선보인다.

이번 프리즈 서울 전시는 때마침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개최되는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과 맞물려 더욱 화제를 모은다. 서울 전체가 사실상 '서도호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약 20년 전 시작된 작가와 STPI의 운명적인 창작 동행이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는 서도호가 STPI 레지던시를 거치며 정교하게 발전시킨 대표작들이 대거 공개된다. 그의 대형 패브릭 설치 작품에 익숙했던 관객이라면, 판화와 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한층 입체적이고 내밀해진 그의 조형 언어에 색다른 경탄을 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 첫 주말에는 두 주체의 '20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공공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영국 테이트 모던(2025), 아트선재센터(2024),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2022) 등을 접수하며 글로벌 동시대 미술계의 '치트키'로 자리매김한 서도호. 그가 집과 기억, 이주(displacement)라는 아련한 화두를 실로 자아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STPI 레지던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STPI 워크숍의 정교한 장인 정신과 작가의 상상력이 맞물리면서, '덧없음'과 '그리움'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종이 위에 단단하게 응축되기 시작했다.

에미 유(Emi Eu) STPI 총괄 디렉터는 "서도호와의 협업은 늘 '어디 한번 한계까지 가보자'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며 "대형 설치로 익숙한 그에게 STPI는 판화와 종이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핵심 연구소였다. 그의 거대한 예술 여정이 서울에서 대대적으로 조명되는 시점에 신작을 선보이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프리즈 서울 STPI 부스에서는 서도호가 2026년 STPI 레지던시에서 따끈따끈하게 완성한 최신 '실 드로잉(Thread drawing)' 연작이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는다. 대형 신작인 〈Breathing Home〉(2025)과 〈Haunting Home〉(2026)은 물론, 보다 섬세한 시선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연작 〈Spectators〉(2026)까지 준비되어 있어,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긴 줄을 서게 만들 '부스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