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상담에서 계약서와 함께 공증 서류를 내미는 임대인이 적지 않다. 비용을 들여 공증사무소까지 다녀온 임대인일수록 그 서류에 대한 믿음이 단단하다. 임차인이 나가지 않을 때를 대비해 무언가를 해뒀다는 안도감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하면서 미리 받아둔 그 공증으로는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다.

[아하 부동산 법률]
인도 공증은 도장 아닌 달력의 문제
“계약할 때 공증까지 받아 뒀습니다. 임차인이 안 나가면 이걸로 바로 내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공증으로 건물 인도를 집행하는 길 자체는 열려 있다. 공증인법 제56조의3은 임대차 관계의 종료를 원인으로 한 건물 인도·반환에 대해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 이른바 인도 공증의 작성을 허용한다. 문제는 시점이다. 이 인도 공증은 건물을 인도하거나 반환하기 전 6개월 이내에 작성된 경우에만 효력이 인정된다. 계약 기간이 1년, 2년 남은 시점에 계약서와 나란히 받아 둔 공증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임대인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가 바로 이것이다. 인도 공증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도장의 문제가 아니라 달력의 문제다. 요건은 시점만이 아니다.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 같은 금원의 지급에 대해서도 임대인이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를 함께 담아야 한다.

나가라는 요구만 적는 서류가 아니라 돌려줄 의무도 나란히 거는 서류라는 뜻이다. 한쪽이 다른 쪽을 대리해 작성할 수 없고, 집행문도 공증인이 지방법원 단독판사의 허가를 받아 부여한다.

그렇다면 계약 초기부터 내보낼 준비를 해 두려는 임대인의 도구는 무엇일까. 제소 전 화해다. 소송을 내기 전에 법원에서 미리 화해조서를 받아 두는 절차인데, 이렇게 성립한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20조). 인도 공증과 달리 작성 시점의 제한이 없어, 계약을 체결한 직후에도 '임대차가 종료하면 임차인은 건물을 인도한다'는 조항을 조서에 담아 둘 수 있다.

다만 화해는 어디까지나 쌍방의 합의이므로 임차인이 법원 기일에 나와 동의해야 성립한다. 분쟁이 이미 터진 뒤에는 임차인이 협조할 이유가 없다. 계약을 맺거나 갱신하는, 관계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시점에만 작동하는 안전장치다.

그렇다면 두 도구 중 무엇을 골라야 할까. 이를 가르는 것은 달력이다. 계약 종료까지 6개월 이내로 들어왔고 임차인도 서류 작성에 협조한다면, 법원 기일 없이 공증사무소에서 마칠 수 있는 인도 공증이 간명한 길이다. 반대로 계약 초기라면 선택지는 제소 전 화해뿐이다. 임차인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둘이 같다. 결국 어느 쪽이든 분쟁이 나기 전에만 설치할 수 있는 장치이고, 다른 것은 설치할 수 있는 기간이다.

임대인이 짚어야 할 순서는 명확하다. 첫째, 계약 종료까지 남은 기간을 확인한다. 6개월이 기준선이다. 둘째, 계약 초기라면 체결·갱신 시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하고, 화해 조항은 집행 단계까지 내다보고 인도 시점과 조건이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다듬는다. 셋째, 종료가 6개월 안으로 들어왔다면 인도 공증을 검토하되, 보증금 지급에 대한 강제집행 승낙까지 함께 담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