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는 순간까지, 몽블랑은 인생의 크고 작은 여정을 함께하는 브랜드를 꿈꾼다. 2024년부터 몽블랑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윤주현 지사장을 만나 몽블랑이 그리는 새로운 여정에 대해 들었다.
[CEO 인터뷰]
“코즈메틱과 주류, 럭셔리 패션 등 여러 브랜드를 거치면서 약간 번아웃이 온 상태였다. 주로 브랜드를 세팅하고 성장시키는 일을 해왔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몽블랑에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때도 사실 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맡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몽블랑이라는 브랜드를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곰국’ 같은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로 ‘마라탕’ 같은 브랜드에서 일해서인지,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 ‘곰국’과 ‘마라탕’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패션은 마라탕에 가깝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그 자극으로 고객에게 계속 어필해야 하는 세계다. 반면, 몽블랑은 오랜 시간 끓여 깊은 맛을 내는 곰국 같다. 유행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다가도 결국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를 다시 찾게 되지 않나. 몽블랑에도 그런 DNA가 있다. 단순히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결국 그 시간을 가능하게 한 건 100년 넘게 쌓아온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 몽블랑에 합류한 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잘했다는 건 결과론적 이야기 아닐까. 매출이 올랐다고 잘한 것이고, 떨어졌다고 못한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1년 동안은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는 것을 정리하고, 비즈니스를 새롭게 세팅하는 데 집중했다. 직원들에게 ‘몽블랑이 어떤 브랜드인가’를 매일 묻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가며 브랜드 밸류를 재정립했다. 굉장히 고단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부침도 있었지만, 현재 큰 폭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 몽블랑에 한국 시장의 의미는.
“몽블랑의 조직 구조를 보면 지역 총괄 아래 각 국가 지사가 있는 형태인데, 한국은 하나의 국가임에도 본사와 직접 소통하며 사업을 진행한다.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현재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소비자의 반응도 굉장히 빠른 편이다. 그래서 본사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 한국에서 먼저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다.”
-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 중 몽블랑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흔히 몽블랑을 ‘성공의 상징’이라고 표현한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몽블랑 만년필로 사인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하지만 나는 몽블랑이 단순히 성공을 상징하는 브랜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리에서 과장이 되는 것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각자 인생에서 중요한 성공이자 성취다. 몽블랑은 그런 여정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 합격이나 새로운 커리어를 축하하는 의미로 몽블랑을 찾는 분이 많다. 나 역시 오래전 아버지와 남편에게 몽블랑 지갑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가 아직도 그 지갑을 갖고 계시더라. 누군가의 커리어와 인생에 의미를 더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그게 바로 몽블랑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쉽게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자산이다.”
- 올해가 몽블랑 레더 100주년이라고 들었다.
“몽블랑의 레더는 처음부터 패션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1926년, 만년필을 안전하게 휴대하기 위해 만든 펜 파우치가 몽블랑 레더의 시작이었다. 당시로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혁신이었다. 이렇듯 몽블랑은 장인정신뿐 아니라 기술과 혁신을 함께 발전시켜온 브랜드고, 그 DNA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선보이는 레더 제품도 단순히 예쁘고 패셔너블하다기보다 실용적인 도구에 가깝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더하고, 시간이 지나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몽블랑 레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몽블랑 레더만의 매력은.
“패션 브랜드에서 오래 일했기에 가방을 자주 바꿔 들었는데, 몽블랑에 와서는 가방 하나를 1주일, 2주일씩 들고 다니는 일이 흔하다. 내가 몽블랑에 다녀서가 아니라 정말 바꿀 이유가 없어서다. 캐주얼한 옷에도 잘 어울리고, 중요한 자리에서는 클래식하게 연출할 수 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는 실용성이 더 빛난다. 이번 여름휴가에도 몽블랑 가방 하나만 들고 갔다. 필요한 것이 다 들어가니 다른 가방을 챙길 필요가 없었다. 유행에 따라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제대로 된 제품 하나를 오래 사용하는 것. 몽블랑 레더가 지향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역시 만년필이다. 몽블랑의 뿌리는 결국 라이팅에 있다. 사실 나의 첫 번째 몽블랑 펜은 만년필이 아닌 볼펜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후회되는 선택이다. 만년필을 한번 써본 사람은 볼펜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디지털 기기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시대지만, 직접 펜을 들고 글 쓰는 시간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최근 필사를 시작했는데, 그 시간 자체가 힐링이 된다. 좋은 만년필 하나를 오래 사용하다가 나중에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기도 하다.”
-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만년필을 하나 꼽는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꼭 하나를 고르라면 ‘마이스터스튁’이다. 리미티드 에디션도 몇 개 갖고 있는데 하이 아티스트리가 감상하는 아트 피스에 가깝다면, 마이스터스튁은 매일 나와 함께하는 펜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거나 기록하고 싶을 때 늘 곁에 있다. 100년 넘게 이어온 몽블랑의 역사를 가장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제품이기도 하다.”
- 하이 아티스트리는 일반적 만년필과는 또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다.
“하이 아티스트리는 최상위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혁신과 예술이 결합된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오랜 시간 발전시켜온 정교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펜이라는 도구 안에 인문학적 요소와 세공 기술까지 담아야 한다. 또 아무리 아름다워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예술, 그리고 장인정신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몽블랑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컬렉션이라고 생각한다.”
- 올해 준비 중인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몽블랑 제품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예술과 인문학을 함께 경험할 때 더 큰 가치가 있다. 몽블랑은 마스터스 오브 아트, 라이터스 에디션, 그레이트 캐릭터스처럼 위대한 인물을 오마주하는 컬렉션부터 매년 하이 아티스트리의 정수를 담아 선보이는 컬렉션까지 다양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인다. 이를 고객에게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지 고민하다 올해 ‘몽블랑 살롱’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앙리 마티스 컬렉션을 선보인다면 단순히 작품을 오마주했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정말 앙리 마티스를 아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그의 작품과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작품을 이해하면 제품에 담긴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또 현재 부티크 직원들에게 캘리그래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캘리그래피를 경험하거나 구매한 제품의 박스에 퍼스널라이제이션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쉽게 할 수 없는, 몽블랑만이 가능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 팝업 스토어도 준비 중이라고.
“‘렛츠 라이트’를 모티프로 한 팝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10월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다. 몽블랑이 클래식하지만 다소 올드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 클래식함이 얼마나 ‘힙’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직접 라이팅을 체험할 수 있고, 레더 탄생 100주년을 조망하는 한편, 팝업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 몽블랑코리아를 이끌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몽블랑을 라이팅을 통한 ‘컬처럴 럭셔리(Cultural Luxury)’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팅을 중심으로 예술과 인문학, 장인정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몽블랑에는 정말 많은 자산이 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고, 몽블랑이 지닌 매력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하고 싶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한경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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