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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만에 기준금리 내린 중국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이 기준금리를 20개월 만에 내렸다. 미국 등 주요 경제 대국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강화를 선언하면서 2022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도 3년 4개월 만에 금리를 깜짝 인상했다.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21년 12월 1년 만기 대출 우대 금리(LPR)를 전달의 연 3.85%보다 0.05%포인트 낮은 연 3.80%로 인하한다고 2021년 12월 20일 발표했다. 다만 5년 만기 LPR은 연 4.65%로 동결했다. ‘헝다 디폴트 사태’ 영향이 직접적 중국은 2019년 8월부터 LPR을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지정했다. 그전까지는 한국처럼 7일물 환매 조건부 채권을 기준금리로 썼다. LPR 1년 만기는 일반 대출에서, 5년 만기는 주택 담보 대출에서 기준으로 쓰인다. LPR은 18개 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로 매달 20일 공표된다. 형식상으로는 은행들의 동향을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은행이 정책 지도 등을 통해 결정한다.중국이 LPR을 기준금리로 지정할 당시 1년 만기는 4.25%, 5년 만기는 4.85%였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내렸다. 마지막 인하했던 2020년 4월 1년 만기는 0.2%포인트, 5년 만기는 0.1%포인트 인하했다.이번에 인민은행이 LPR을 내린 것은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것은 중국 당국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커졌지만 인플레이션과 부실 부채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결국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했지
2021.12.25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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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전문가들 “내년 증시 상승률 둔화 불가피…하지만 성장 이어 갈 것”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세계보건기구(WHO)가 작년 3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미국 의회와 통화 당국인 중앙은행(Fed)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풀었고 작년 3.5% 역성장했던 미 경제는 올해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대비 5~6% 증가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상승하고 있다.내년엔 어떻게 될까.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과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월 테이퍼링(채권 매입 감축)을 개시한 Fed의 통화 긴축이 본격화하겠지만 기업 실적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란 예상에서다.“뉴욕 증시 상승률, 올해보다는 둔화할 것”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의 내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전망치는 최저 4400에서 최고 5330으로 집계됐다. 대체로 올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미 최대 은행인 JP모간 체이스는 “내년엔 팬데믹이 종료되고 Fed 역시 긴축 강도를 높이지 않을 것”이라며 S&P500지수가 5000선을 넘어 최고 505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공급망 차질 완화와 신흥국 경제 회복, 소비 지출 정상화 등이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진단이다. 그러면서 완성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건설 업체 레나, 중장비 제조 업체인 캐터필러 등의 매수를 추천했다.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2021.12.18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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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게임 ‘삼국지’·‘대항해 시대’ 개발…30살 염료 도매상 부부의 창업 스토리[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퀴즈. ‘삼국지’, ‘대항해 시대’, ‘진삼국무쌍’ 등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전설의 명작을 개발한 사람은 누구일까.1번, 전설적인 게임 프로그래머. 2번, 공부보다 밴드 활동에 더 열심이었던 경영학도. 3번,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절친인 전문 투자가. 4번, 염료 도매 회사 사장.정답은 1번을 제외한 모두다. 이 게임들은 고에이테크모홀딩스라는 일본 게임 회사가 개발했다. 게임 팬들에게는 ‘고에이(KOEI)’라는 영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에이는 에리카와 게이코 회장과 에리카와 요이치 사장 부부가 공동으로 경영한다.손정의 회장이 인정한 전문 투자가고에이는 남편인 에리카와 요이치 사장이 부친에게 물려받은 도치기현의 염료 도매 회사의 이름이었다. 요이치 사장은 일본의 사학 명문인 게이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문과생이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보다 밴드 활동에 더 열심이었다. 부인인 게이코 회장은 다마미술대 디자인과를 졸업했다.게이코 회장은 일본 최고 부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40년지기 절친이기도 하다. 손 회장을 ‘손짱’이라고 부르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작년에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게이코 회장이 1200억 엔(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전문 투자가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투자신탁 5300여 개 가운데 순자산 잔액이 1200억 엔 이상인 것은 약 100개에 불과하다. 게이코 회장은 일본에서 상위 1.8%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인 셈이다.지난해 고에이의 순익 296억 엔 가운데 게이코 회장이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은 82억 엔에 달한다. 지난
2021.12.11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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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셋째 ‘역사 결의’, 미·중 정상회담 날 공개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중국 공산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구상과 연결된 셋째 ‘역사 결의’를 채택했다. 이번 역사 결의는 공산당 100년의 역사를 세 단계로 분류해 시 주석을 마오쩌둥·덩샤오핑 시대에 이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제3대 영도자의 반열에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이전 지도자들과 차별화…개혁·개방 정책도 비판중국 공산당은 베이징에서 지난 11월 11일 폐막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 결의)’를 채택했다.이번 역사 결의는 중국 공산당의 100년 사상 셋째이자 1981년 2차 결의 이후 40년 만에 나온 것이다. 첫 역사 결의는 1945년 제6기 7중 전회에서 채택된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로, ‘마오쩌둥 사상’에 당 지도 사상의 지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마오쩌둥 이전 당 지도자들의 과오를 총결산했다. 마오쩌둥이 친소련파와의 권력 투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한 것도 이때다.둘째 역사 결의는 1981년 제11기 6중 전회 때 채택된 ‘건국 이후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로, 덩샤오핑의 개혁 노선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마오쩌둥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대약진 운동과 문화 대혁명을 비판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대의 과오를 ‘좌경향 편향 오류’로 규정하면서 개혁·개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역사 결의가 내년 가을 제20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시 주석의 3연임(각 임기는 5년)에 앞선 ‘정지 작업’ 성격을 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10년씩 집권했던 장
2021.12.0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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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선거 앞둔 바이든의 물가 고민…금리 인상 빨라지나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 대만·북핵·무역 등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주요 2개국(G2) 수장들은 시장의 예상대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하지만 회담 내내 고압적 자세를 취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정중하게 요청한 사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비축유 방출이다. 고공 행진하는 원유 가격이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이란 판단에서다. 중국은 정상 회담 직후 비공개적으로 비축유를 시장에 푼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통화 정책 수장으로 재선임한 뒤 강조한 것도 ‘물가 안정’이었다.◆유가 뛰자 바이든 지지율도 바닥까지 추락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만 비축유 방출을 타진한 것은 아니다. 한국·일본·인도 등 우방국에도 잇달아 비축유를 공동으로 풀자고 제안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에 수차례 증산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란 게 에너지업계의 설명이다.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7억2700만 배럴의 전략적 비축유(SPR)를 보유하고 있지만 홀로 방출해 봤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의 판단이다. 7억여 배럴은 미국에서 90일간 소비할 수 있는 규모다.바이든 대통령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석유·가스 업체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도록 촉구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 가격이 되레 상승하는 데는 기업들의 담합이 있을 것이란 의심에서다.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유가 잡기에 골몰하는 것은 물가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지
2021.11.2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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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찾는 일본의 디지털 패전 원인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머리 회전이 나보다 3~4배 빠른 게 느껴졌다.”“이 회사에서 나는 하위 그룹에서 중간 정도의 인간이겠구나 싶었다.”일본에서 최고 두뇌를 자랑하던 인재들이 20여 년 전 구글에 입사할 당시 받았던 첫인상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이 왜 디지털 경쟁에서 패했는지 20년 전까지만 해도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구글에 입사한 일본인의 시각을 빌려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구글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하나로 성장한 반면 일본의 디지털 경쟁력은 후퇴를 거듭했다. 日 디지털 경쟁력 64개국 중 28위스위스 비즈니스스쿨 IMD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1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64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2013년 20위였던 순위가 30위권에 들 정도로 처졌다. 2013년 38위였던 중국은 15위로 일본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은 2018년 이후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한때 미국과 세계 1위를 다투던 일본의 경쟁력이 왜 이렇게 떨어진 것일까. IMD는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인재가 부족해 시대에 대응하는 스피드가 결여돼 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승부할 수 있는 사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약점이 미국 등과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IMD의 분석대로 일본은 특히 인적 자원과 관련한 항목에서 약점을 보였다. ‘디지털 및 테크놀로지 관련 기술’에서 62위였고 빅데이터 활용 능력에선 63위였다. 국제 경험과 기업의 민첩성 등 2개 항목에서는 64위로 꼴찌를 기록
2021.11.20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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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공백 우려에 '부동산세' 카드 내건 중국
[글로벌 현장] 중국의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는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세 개혁 업무에 관한 결정’을 의결했다. 부동산 보유자에게 물리는 세금인 부동산세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중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가파른 경제 성장 속에 빈부 격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공동 부유’를 경제 개발 계획에 처음 제시한 시점도 2005년이다.10년 넘도록 부동산세를 논의만 하는 사이에 대도시의 집값은 더 뛰었고 빈부 격차도 확대됐다. 일찌감치 집을 사 놓은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됐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대도시는 전체 가구 중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가구가 40%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중국의 부동산세 도입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열고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 부유’ 국정 기조를 전면화하면서부터 예고됐다.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시 회의에서 “법에 따라 합법적 수입을 보호함과 동시에 양극화를 방지하고 분배 불공정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다.세수 증대가 목적인 중국 부동산세 부동산세 도입은 보유세가 사실상 없었던 중국에서 상당한 변화다. 부동산이 사유 재산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이념과 배치되기도 한다.중국의 부동산세는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세제는 입법 목적부터 다르다. 종부세법 1조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
2021.11.13 06: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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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로 바뀌는 전기차 시장…테슬라 독주 끝나고 다자 경쟁 체제로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일단 증시 얘기다. 전기차란 이름으로 상장된 기업의 주가는 거의 예외없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전기차 주가에 강력한 뒷바람을 일으킨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다. 테슬라가 10월 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대접이 확 달라졌다. 작년 말부터 예약만 받아 왔던 고급형 전기차 생산 업체 루시드모터스는 본격적으로 차량 인도를 시작했다.시장에선 전체 시장에서 2.6%에 불과한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이 10년 내 10배 넘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가 주류로 바뀌는 전기차 시장의 원년이란 평가도 나온다.◆생산 혁신 성공한 테슬라, 가격 주도권까지테슬라가 지난 3분기에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은 총 24만1300대다. 테슬라는 작년 한 해 동안 50만 대를 인도했는데 불과 3개월 동안 작년 판매량의 절반을 출고한 것이다. 올해 90만 대에 가까운 판매량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반도체 부족 사태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고전했지만 전통 차량보다 반도체를 훨씬 많이 사용하는 테슬라가 오히려 역대 최대 생산·인도량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반도체 부품 수급망을 수직적으로 잘 통합한 게 커다란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테슬라는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질 조짐을 보이자 기존 칩 대신 대체품을 대량 납품 받았고 소프트웨어를 수정했다. 내연기관 기반의 완성차 업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유연성이다.재무 실적도 역대급이었다. 테슬라의 3분기 순이익은 16억2000만 달러(약 1조9142억원)로, 작년 동기(3억3100만 달러) 대비 약 5배
2021.11.06 0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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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부품 업체 무라타, 70년 만에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이유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세계 1위 무라타제작소는 작년 3월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나카지마 노리오 전무를 제4대 사장에 임명한 것이다.1950년 창업한 무라타는 창업자인 무라타 아키라와 장남 무라타 야스타카, 3남 무라타 쓰네오 등 부자가 초대부터 3대째 사장을 이어 받았다. 창업 70년 만에 처음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가족 경영 접고 엔지니어 사장 선임 무라타가 왜 경영 체제를 전면 개편했는지, 무라타 집안은 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에게 세계 최강 부품 기업의 경영권을 맡긴 것인지는 나카지마 사장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나카지마 사장은 오사카 출신으로 교토의 사립대학인 도시샤대 공대를 졸업했다. 전임 회장인 무라타 쓰네오의 도시샤대 후배다.1985년 무라타에 입사한 이후 줄곧 기술직에서 한 우물만 팠다. 입사 후 처음 맡은 업무는 무라타의 주력 상품인 MLCC의 원료를 개량하는 일이었다. MLCC의 재료로 값이 싼 니켈을 써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나카지마 사장은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본사 도서관의 전문서는 전부 읽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공부한 시기”라고 밝힐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이거다’ 하는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게 나카지마 사장의 회고다. 나카지마 사장은 1991년 프랑스 전자 부품 회사에 파견을 갔다. 여기에서 무라타의 주특기인 MLCC 기술을 고주파 통신 부품에 적용할 수 있는
2021.10.30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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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부터 부동산 침체까지, ‘빨간불’ 켜진 중국 경제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다시 4%대로 떨어졌다. 중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난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산발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이 복합된 결과로 분석된다.중국이 10월 18일 내놓은 3분기 경제성장률 4.9%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던 작년 3분기와 같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1992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기존 최저치는 2019년 4분기의 5.8%였다. 경기 둔화를 불러온 최대 요인으로 지목되는 전력난과 부동산 시장 침체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고하저 예상됐지만…빨라진 경기 둔화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9%로 집계됐다고 10월 18일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던 작년 3분기와 같은 수치다.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은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설문으로 집계한 시장 예상치 5.2%를 밑돌았다.중국은 지난해 고강도 방역과 부양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확연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과 내수 호조 속에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플러스 성장(2.3%)을 달성하기도 했다.올해는 선진국 경제 회복과 기저 효과 감소에 따라 ‘상고하저’ 패턴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전력난과 부동산 시장 냉각 등에 따라 경기 둔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1분기 역대 최고인 18.3%였던 성장률은 2분기에 7.9%로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고 3분기에도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푸링휘
2021.10.23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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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미·유럽 물가…글로벌 ‘S의 공포’ 커졌다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미국 뉴저지 주의 대형 슈퍼마켓인 숍라이트에선 1~2개월 전까지 ‘폴란드 스프링’ 생수(16.9온스) 40개짜리가 3박스 기준 9달러에 판매됐다. 가격을 낮게 책정한 일종의 ‘미끼 상품’이었다. 이 슈퍼마켓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생수를 찾아 이곳을 찾는 쇼핑객이 줄을 이었다.여전히 할인 상품이란 점이 같지만 가격은 많이 뛰었다. 지금은 같은 물량을 사려면 11달러를 줘야 한다. 이 슈퍼마켓 직원은 “물가가 다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그래도 인근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어서 여전히 잘 팔린다”고 말했다.미국 내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대규모 통화량 확대다. 미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6조 달러 넘는 돈을 풀면서 생필품은 물론 중고차·주택 등 대부분의 물가가 뛰고 있다. 물류난까지 겹치자 유통 비용도 높아졌다.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물가 급등세는 글로벌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할 수 있는 데다 경기 역시 지난 2분기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강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생수·중고차·기름값…안 뛰는 게 없다미 중앙은행(Fed)이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는 지난 8월 3.6%(작년 동기 대비) 급등했다. 1991년 5월 이후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포함한 일반 PCE 물가는 4.3% 뛴 것으로 집계됐다.Fed가 설정한 PCE 물가 목표는 2.0%다. 고용 회
2021.10.16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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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일본은행 총재 탄생했지만…위상에 비해 성과는 미흡[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구로다 하루히코(79) 제31대 일본은행 총재가 9월 29일 일본은행 139년 역사상 최장수 총재가 됐다. 1946년 6월~1954년 12월까지 재임한 이치하다 히사토 총재의 3115일 기록을 70여 년 만에 다시 썼다. 역대 31명의 일본은행 총재 가운데 5년의 임기를 연임한 인물은 구로다 총재가 셋째다. 내년 4월까지인 임기를 모두 채우면 일본은행 역사상 유일하게 재임 기간이 10년을 넘긴 총재가 된다.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 구로다’는 일본 헌정 사상 최장기 정권(7년 9개월)이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내각과 이를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유산이다. 10년 가까이 일본의 통화 정책을 주도하며 일본은행의 존재감을 부각시켰지만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주식회사 일본’ 최대 주주로구로다의 일본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자본 시장의 큰손이 됐다. 작년 말 기준 일본은행의 ETF 보유액은 51조5093억 엔(약 551조원)으로 약 1년 만에 20조 엔 가까이 늘었다. 도쿄 증시 1부의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를 넘었다. 47조 엔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일본 공적연금(GPIF)을 제치고 ‘주식회사 일본’의 최대 주주가 됐다.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주식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곳은 일본은행이 유일하다. ‘주가 정권’이라고 불릴 정도로 증시에 민감했던 아베 전 일본 총리 내각이 2012년 12월 집권 이후 부양책을 강화한 결과다.올 3월 말 일본은행의 자산은 714조 엔으로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5배 이상 급증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3배에 달한다. 일본·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4대 중앙은행 가운데 총자산이
2021.10.09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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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부터 전력난까지…발목잡힌 중국 경제 성장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헝다그룹 사태로 수면 위에 떠오른 부동산 시장 침체에 이어 중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난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전력난으로 대규모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성장률 전망 일제히 하향골드만삭스는 9월 28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8.2%에서 7.8%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전력난으로 중국 산업군 가운데 40% 이상 영역에서 생산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헝다그룹 위기를 불러온 부동산 정책과 탄소 제로 목표 등 정책 불확실성이 3분기 성장률을 1%포인트, 4분기에는 2%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노무라증권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7%로 내렸다. 석탄 가격 급등과 정부의 엄격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감안할 때 더 내려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브루스 팡 차이나르네상스 애널리스트는 전력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0.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이나르네상스의 기존 전망치는 8.4%다. 중국 IB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도 이번 전력난 사태로 중국의 GDP 증가율이 3분기와 4분기에 0.1∼0.15%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맥쿼리와 알리안츠도 전력난 관련 분석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8.3%에서 8.0%로, 신용 평가 회사 피치는 8.4%에서 8.1%로 각각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
2021.10.02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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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넘치는데 일할 사람 없는 美…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공개한 베이지북 내용 중 일부다. 베이지북은 미국 전역의 경기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다. 1년에 8차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2주일 앞두고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작성된다.이번 베이지북에선 미국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와중에 경기마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통화·경제 당국과 백악관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사람 찾습니다” 공고 1000만 건 또 넘어미 정책 당국이 올 들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고용이다.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넘치는 게 문제다. 일자리는 많은 데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생산 시설은 물론 서비스 수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인력 부족은 그렇지 않아도 많이 뛴 물가를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노동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용 시장의 미스 매치(수급 불일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기업들이 공고를 내고도 채용하지 못한 노동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채용 공고는 총 1093만 건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6월에 사상 처음 1000만 건을 돌파(1019만 건)했는데, 이 추세가 가팔라졌다는 얘기다. 전체 노동 인력 대비 채용 공고율은 6.9%를 기록했다. 전달(6.5%)보다 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구체적으로 호텔업 등 여행 관련 업종의 구인 건수가 182만 건을 기록했다. 의료·복지 업종이 179만 건으로 뒤를 이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이란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통계다. 임금을 올려줘도
2021.09.25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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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 급변에 긴장하는 일본車 업계[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자동차 시장의 주력 차종이 바뀐 데 이어 내연 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물면서 일본 주력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자동차 산업은 제조 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동차 관련 시장에서 일하는 일본인은 542만 명이다. 전체 취업 인구의 8.2%를 차지한다. 제조 부문에서만 약 91만 명이 종사한다.일본 최대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에서만 7만 명, 그룹 전체로는 37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연결 자회사는 600곳 이상이다. 직간접적으로 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사가 일본에만 4만 곳에 달한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총생산 규모는 18조1000억 엔(약 191조원)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3%다. 제조 업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수출 총액은 16조7000억 엔으로 일본 전체 수출의 20.5%를 담당한다. 역시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일본 경제의 미래가 자동차 산업에 달려 있다는 일본 재계의 평가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도요타자동차가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에 복귀하는 등 일본 자동차업계 역시 변함없는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문제는 미래다. 지난 100여 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력 차종이었던 세단이 올해 처음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자리를 내 줄 것으로 전망된다.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은 올해 세계 신차 판매에서 SUV의 비율이 40%로 세단을 처음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0년만 해도 세단의 비율은 60%로 SUV의 6배에 달했다. 자동차의 기준, 과시에서 실용성으
2021.09.11 0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