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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1년 앞…다시 등장한 반값·기본 시리즈[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2024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값’과 ‘기본 시리즈’가 다시 등장했다. 포퓰리즘병이 다시 도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현안에 대해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여야가 퍼 주기에서만큼은 손을 맞잡은 형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활용한 ‘기본’을 다시 꺼내 들었다. 기본 대출부터 던졌다. 성인 누구나 최대 20년 기한으로 1000만원까지 제1 금융권 수준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게 하고 정부가 보증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4월 4일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본사회위원회의 토론회에서 “금융이란 국가 정책의 소산이기에 그 혜택은 모든 이들이 최소한 일정 부분을 함께 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도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최대 1000만원을 빌려 주는 기본 대출을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능력 있는 사람은 저리로 빌릴 수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고리가 부과된다”고 했으나 금융에 대해 몰상식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용이 높다면 저금리, 신용이 낮다면 고금리를 적용하는 게 금융의 ABC라는 점에서다. ‘고신용자에게 낮은 이율을, 저신용자에게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구조적 모순’을 거론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의 비상식적 인식이라는 것이다.저축은행 부실 채권 비율 적용하면 국민 부담 12조원정부가 보증하면 막대한 재정은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단순 계산으로 성인 3000만 명이 1000만원씩 대출하면 300조원이 된다. 지난해 말 돈을 떼일 확률이 높은 부실 채권 비율이 4.1%인 저축은행의 경우 기본 대출에 적용하면 정부 부담은 12조3000억원에 이른

    2023.05.02 08:53:29

    총선 1년 앞…다시 등장한 반값·기본 시리즈[홍영식의 정치판]
  • 불붙은 국회 세법 전쟁, 감세 모두 막는 민주당[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정기 국회가 끝 무렵으로 가고 있지만 법안 논의와 예산안 심사가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이태원 참사를 물고 늘어지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야(巨野)의 힘에 눌린 채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윤석열 정부가 임기 첫해 ‘민간 주도 성장’과 ‘경제 활성화’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물 건너가거나 애초 의도에서 많이 벗어난 채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이번 정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은 19개다. 거대 야당은 ‘초부자 감세’ 프레임을 걸고 종합부동산세·법인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법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0조원에 달하는 ‘초부자 감세’를 반드시 막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세법 개정안들은 모두 내년 세입과 관련한 예산 부수 법안이다. 정부 뜻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당장 예산 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관련 세법은 종부세율 부담 완화, 다주택자 중과 제도 폐지 및 세율 인하 등이 핵심이다. 종부세율은 2018년 이전엔 1주택자나 다주택자 모두 0.5∼2.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과세가 강화되면서 1주택자 0.6∼3.0%, 다주택자는 이보다 2배 높은 1.2∼6.0%의 중과 세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크게 늘어난 종부세 부담에 대해 납세자들이 집단적으로 행정 심판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윤석열 정부는 기본 공제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율은 다주택 여부에

    2022.11.21 10:19:55

    불붙은 국회 세법 전쟁, 감세 모두 막는 민주당[홍영식의 정치판]
  • 김정은의 잇단 미사일 폭주, 핵무장론에 불 붙였다[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북한의 도발이 올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최근엔 거의 2~3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을 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사거리 4500km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까지 쏘면서 일본을 경악케 했다. 북한의 도발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더욱 대담해졌다는 것이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집권 초반에는 한·미 훈련을 하러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군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출동하면 전국에 있는 전용 지하 벙커에 숨었다. 미군의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김정은이 미국의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이 동해에 들어와 있을 때도 미사일 폭주를 벌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다. 위협 수위를 바짝 끌어올려 한반도에 극도의 긴장 국면이 조성되면 미국 조야와 한국 일각에서 대화와 협상 여론이 조성되기 마련이었고 이를 노린 것이다. 핵 보유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기만 전술을 동원해 ‘도발→협상→보상→파기’ 패턴을 답습했다. 제네바 합의(1994년)와 9·19 공동성명(2005년), 2·13 합의(2007년), 2·29 합의(2012년) 등은 북한의 이런 속임수들로 점철된 결과물이다. 그러는 사이 뒤에서 몰래 북핵·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면서 핵탄두 소형화의 마지막 관문인 7차 핵실험을 목전에 두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미사일에 전술 핵무기 얹으면 한반도 안보 악몽이 실험에 성공하면 북한은 전략 핵무기와 함께 전술 핵무기도 갖게 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고각 발사, 극초음속, 회피 기동 등 우리가 방어하기

    2022.10.17 09:39:56

    김정은의 잇단 미사일 폭주, 핵무장론에 불 붙였다[홍영식의 정치판]
  • 민생? 성장 정책 안 보이는 민주당 7대 중점 입법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기 국회 중점 추진 7대 ‘민생’ 입법 과제를 두고 논란이 크다. ‘민생’ 타이틀을 붙였지만 법안 하나하나 뜯어보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반시장적인 법안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7대 법안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기초연금 확대법 △출산보육·아동수당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 등이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한다면 169석 거대 야당의 힘으로 법안을 일방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7대 법안 선정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 계층 및 서민 복지로 선명성을 강조하겠다는 이른바 ‘이재명표 입법’이다.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은 6건 발의돼 있다.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 행위가 있어도 노조와 노조 간부, 조합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등을 제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폭력·파괴 행위가 있어도 노조의 의사 결정에 따른 경우라면 손해배상·가압류가 금지된다’는 내용도 있다. 법원이 피해 확대 방지를 위한 사용자의 노력, 배상 의무자의 재정 상태 등에 따라 배상액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폭력·파괴 행위는 당연히 처벌하고 손해 배상도 해야 한다며 불법을 면책하자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빠져 나갈 뒷문이 많다는 지적이다. 노조원들이 회사 점거 과정에서 회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더라도 노조 차원에서 계획했다면 개인에게 소

    2022.10.04 14:15:27

    민생? 성장 정책 안 보이는 민주당 7대 중점 입법 [홍영식의 정치판]
  • 尹의 ‘담대한 구상’, 조급증 내면 北 살라미 전술에 당해[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 ‘획기적’, ‘패러다임 전환’ 등 요란한 수식어를 붙인 대북 정책 청사진을 밝혔다. 어떻게든 임기 5년 내 대북 정책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싶은 의욕은 좌우 정부를 가리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이 이어져 나왔다. 각 정책마다 강조점은 다소 달랐지만 큰 틀에서는 당근책을 제시해 한반도 평화 또는 북한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경제 지원 내용을 보면 우파 정부가 더 파격적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내에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비핵 개방 3000’ 정책 아래 △북한 내 5대 자유무역지대 설치 △북한 지원용 국제 협력 자금 400억 달러 조성 △신경의고속도로 건설 △북한 지역 연간 300만 달러 이상 수출 가능한 200개 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한강 하구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10배 크기로 인공섬을 건설, 남북 경협 단지를 만드는 ‘나들섬 구상’도 내놓았다. ‘이명박판 마셜플랜’이라고도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북한이 핵의 장막을 거두고 개혁·개방으로 나온다면 북한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남북한 경의선·동해선 도로 및 철도 연결 등

    2022.09.05 13:39:56

    尹의 ‘담대한 구상’, 조급증 내면 北 살라미 전술에 당해[홍영식의 정치판]
  • 완성된 ‘더불어재명당’…민주당에 독 될까 약 될까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여러분이 미래 운명을 통째로 맡겼는데 충분히 받아들 이지 못했다. 저도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점점 갇혔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20일 충남 논산 화지중앙시장 즉석 연설에서 한 말은 당 안팎에 많은 논란을 불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민주적 공당이 아닌 대통령 후보 개인의 사당의 길을 가겠다는 발상에서 청와대 독재가 싹트고 집권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질겁했다(이상민 의원)”고 직격탄을 날렸다.“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뜻”이라는 친명계의 항변이 무색하게 지난 8·28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이재명당’이라는 그림이 완성됐다. 전당대회에서 뽑힌 최고위원을 보면 고민정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친명계가 당선됐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는 전략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치밀하게 작동됐다. 지난해 이 대표가 대선에 나섰을 때만 해도 그의 최대 약점은 당내 세력 기반 취약이었다. 그의 지지 세력은 숫적으로만 보면 친문재인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이 대표가 당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대중 정치인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외곽을 때려 당에 충격을 가하는 식이다. 주역은 ‘개딸(개혁의 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 등 팬덤이다. 전체 당원 중 팬덤의 비율이 10%도 안 된다지만 양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단순 지지를 넘어 이 대표와 일체화하면서 여론을 주도한 팬덤과 보통

    2022.09.02 10:41:15

    완성된 ‘더불어재명당’…민주당에 독 될까 약 될까 [홍영식의 정치판]
  • 이준석·이재명의 화법…‘가십화’와 ‘안면몰수’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정치인의 말은 곧 경쟁력이다. 복잡한 상황을 아주 조리있게 한두 단어로 잘 정리해 대중의 뇌리 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능력은 큰 정치인의 기본 조건이다. 우리 정치판은 어떨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같이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데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될까. 불행하게도 아니다. ‘옳지, 잘 걸려들었다’는 듯 날이 서고 조롱 섞인 말들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면서 정치를 가십화하기 일쑤다. 포연만 가득할 뿐 진지한 토론과 진중하고 무게 있는 말들은 찾기 힘들다.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대표직에서 강제 퇴출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부터 돌아보자. 그는 당 대표 시절 대표가 아니라 정치 평론가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수시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다. 이견이 있고 할 말이 있으면 상대와 마주 앉아 토론을 통해 타협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모습이어야 한다. 물론 의사소통 수단이 다양화된 요즘 시대에 매번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6월 당 대표가 된 이후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SNS 등을 활용, 외곽에서 포를 때리는 형식을 취해 왔다. 자극적인 단어로 상대를 비아냥거리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젊은 당 대표의 톡톡 튀는 감각적 언어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감정적인 단어 몇 개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당 대표로서 바람직한 태도인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따라다닌다. 자신이 이끈 당을 외곽에서 조롱 섞인 말로 때려 정치를 희화화·가

    2022.08.16 10:56:48

    이준석·이재명의 화법…‘가십화’와 ‘안면몰수’ [홍영식의 정치판]
  • [홍영식의 정치판] 결국 여권 전체에 ‘핵폭탄’ 던진 ‘윤핵관’

    [홍영식의 정치판]그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1등 공신들은 있기 마련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박정희 정권의 2인자는 김종필 전 총리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를 위협할 만한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공신들끼리 견제시키며 충성 경쟁을 유도했다. 결국 공신 반란에 정권은 무너졌다. 전두환 정권에선 ‘3허(허삼수·허화평·허문도)’ 등이, 노태우 정권 때는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끈 박철언 전 장관이 각각 실세 불렸다. 김영삼 정부 때는 ‘좌동영(김동영 전 정무 제1장관)-우형우(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가, 김대중 정부 때는 동교동계 중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실세 중 실세로 꼽혔다. 노무현 정권 탄생 1등 공신은 ‘좌희정(안희정 전 충남지사)-우광재(이광재 전 의원)’였던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핵관(핵심 관계자)’의 원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그는 민감한 현안 브리핑 때 익명을 요청하면서 그런 별칭을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출마 전후부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윤핵관’ 탄생의 발단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93년 수원지검에서 마주쳤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사 시보로 수원지검에 연수를 왔고 사시 6기 선배인 권 원내대표는 검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합창하듯 “어 강릉?”이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어릴 때 방학만 되면 강릉 외갓집에 놀러갔고 외조모의 소개로 권 대행과 동갑내기 친구로 지낸 이후 이렇

    2022.08.10 16:21:55

    [홍영식의 정치판] 결국 여권 전체에 ‘핵폭탄’ 던진 ‘윤핵관’
  • 세대교체 깃발 든 ‘97그룹’, 이재명 넘을 수 있을까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한국 정치사에서 세대교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 신민당에서였다. 돌풍의 주역은 ‘40대 기수’를 주창한 김영삼·김대중·이철승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43세, 김대중 전 대통령이 46세, 이철승 전 의원이 48세 되던 해였다. 신민당은 한 해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3선 개헌안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기존 체제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40대 기수론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김영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의 대선 후보 지명전 출마 선언은 전격적이었고 결연했다. 그는 “박정희 씨의 3선 개헌으로 빈사 상태에서 헤매는 민주주의를 기사회생시키는 데 새로운 결의와 각오로 앞장서겠다”며 그 스스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했다. 김대중 의원이 이어 받았다. 그는 김영삼 원내총무의 출마 선언에 대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치적 선수(先手)치기였다”고 평가한 뒤 대선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유진산 신민당 총재가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젖비린내가 나는 정치적 미성년자들이 무슨 대통령이냐”고 한 말은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하지만 낡은 진산 체제는 40대 기수론의 파고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영삼-김대중-이철승 간 경선 끝에 신민당 대선 후보는 김대중 의원이 차지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40대 기수론은 우리 정치사에 세대교체의 대명사로 남았다. 이후 한국 정치사는 이때만큼 세대교체론이 힘을 발휘한 적은 없었다. 2006년 열린우리당 40대 김부겸·이종걸·김영춘 의원 등이 당권에 도전하면

    2022.07.22 08:06:17

    세대교체 깃발 든 ‘97그룹’, 이재명 넘을 수 있을까 [홍영식의 정치판]
  • [홍영식의 정치판] 대통령 지지율 급락, 여권 ‘쇄신’ 필요하다

    홍영식의 정치판‘대통령 지지율 필연적 하락의 법칙’이란 게 있다.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타는 현상을 뜻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 경험한 그대로다. 임기 초엔 국민의 기대가 크다. 달콤한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 사항을 모두 다 들어줄 것처럼 한다. 하지만 의지대로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국민이 이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실망 지수도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불변의 법칙처럼 돼 왔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작부터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이례적이다. 취임 두 달 만에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우위)’까지 발생한 데다 긍정 평가가 30%대까지 떨어졌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0.73%포인트밖에 안 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극단적인 진영 대결 후유증으로 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일리가 있다.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고 애를 쓰다간 자칫 포퓰리즘적 정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지율이 가진 현실적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지지층이었던 20~30대 남성과  60~70대까지 지지율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것은 위험 신호다.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국정 동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과 역대 정부 국정 경험자들은 대통령 지지율 40% 선을 분기점으로 꼽고 있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공직자들이 눈치를 보고 20%대가 되면 국정 운영이 마비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임기 초인

    2022.07.18 07:50:58

    [홍영식의 정치판] 대통령 지지율 급락, 여권 ‘쇄신’ 필요하다
  • 그래도, ‘도어스테핑’은 계속돼야 한다[홍영식의 정치판]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취재를 담당했을 시절에는 그 어느때보다 새벽이 바빴다. 다른 조간 신문에 보도된 기사 또는 현안에 대해 확인하고 취재하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당시 취재원인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은 매일 아침 7시 20분부터 대통령 또는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 아침 6시 조금 넘는 시간부터는 회의 준비에 바빠 이들과 통화하는 게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늦어도 아침 6시 전후에 이들에게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그래도 대통령 보고 준비 때문에 여간해선 연결되기 어려웠다. 어쩌다 출근 시간 자동차 안에서 전화를 받긴 하지만 깊은 취재는 하기 힘들었다.  수석과 비서관들은 아침 회의가 끝난 다음부터는 국정 현안에 매달리느라 기자들의 전화에 일일이 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곳(당시 위민관)과 기자들이 있는 춘추관과는 수백 m 떨어져 있는 데다 기자들은 직접 위민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소통 통로는 주로 홍보수석 또는 대변인이 춘추관에 들러 브리핑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속시원한 얘기를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을 통해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취재 전화를 돌려야 하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질문 2~3개에 5분 남짓 하는 ‘약식 회견’이어서 기자들의 궁금증을 속속들이 풀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핵심 현안을 묻고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만큼 이 정도만 해도&

    2022.07.11 11:11:04

    그래도, ‘도어스테핑’은 계속돼야 한다[홍영식의 정치판]
  • 이준석 ‘신드롬’이 ‘리스크’로?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6월 11일 대표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승리했을 때 당내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30대 0선(選)’의 이준석 대표가 나경원·주호영·조경태·홍문표 후보 등 모두 18선의 쟁쟁한 중진 의원들을 격파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준석 신드롬’, ‘세대교체 돌풍’, ‘파란’ 등 단어들이 신문 제목을 장식했다. 물론 당 한쪽에선 ‘0선의 정치 초년병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가사 중 일부를 인용했다.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 자신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대표에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그에게 걸었던 기대를 충족하고 있을까. 평가는 엇갈린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둔 데는 그의 힘이 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2030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의 지지를 끌어와 선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당원도 80만 명 정도 늘어났다.이 대표 등장 이전만 해도 대선판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의원)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간 경쟁이 크게 주목받은 반면 국민의힘은 그렇지 못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대통령)이 아직 대선판에 등장하지 않아 경선 흥행이 일지

    2022.07.01 10:32:14

    이준석 ‘신드롬’이 ‘리스크’로? [홍영식의 정치판]
  • 도배·개소리·수박…‘4류 정치’ 낙인들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6·1 지방선거’ 뒤 정치권에서 험한 말들이 끝없이 오가고 있다. 대통령, 여야 지도부, 평의원 가릴 것 없다. 여기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정치판은 마치 ‘막말 배틀(전쟁)’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지경이다. 본질을 벗어난 조롱과 비아냥거림, 얕은 감정싸움, 온갖 비수들이 부딪치면서 정치판을 오염시키고 있다. 상대를 일방적으로 굴복시키려고 할 뿐 설득의 기술도, 품격도, 촌철살인의 재치도 기대하기 힘들다.그러니 대화와 토론, 숙의 민주주의는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투쟁과 갈등을 조정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정치의 기본은 아예 실종된 상황이다. 한국 정치판의 이런 풍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유튜브·댓글 문화라는 매개를 업고 더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여권부터 살펴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가 중용된다는 비판에 대해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물론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 민변과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 단체 출신들이 청와대와 행정부를 장악하다시피한 것은 사실이다. 문 정권은 이런 좁은 ‘인재 풀’에 기댄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에 치중하다 지난해 ‘4·7 재보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전임 정권이 그랬다고 이를 금융감독기관장까지 검사 출신으로 임명한 것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꼽은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장을 검사로 기용한 것을 두고 복

    2022.06.17 09:44:14

    도배·개소리·수박…‘4류 정치’ 낙인들 [홍영식의 정치판]
  • 김동연, 이재명 벽 넘을 수 있을까 [홍영식의 정치판]

    6·1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대선 주자들의 성적표였다. 여야 주요 주자들은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차기 대선을 향한 1차 관문인 셈이다. 성적표를 보면 국민의힘의 승리다. 서울시장 최초로 4선이 된 오세훈 시장, 대구시장에 당선된 홍준표 당선인,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안철수 의원 등이다. 내각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있다. 당에선 김태호 의원, 원외의 나경원 전 의원도 있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후보 풍년을 맞았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장 이전 대선 주자 가뭄을 겪던 때와는 딴판이다.대선 후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언제 어느 후보가 불미스러운 일로 낙마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선 흥행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국민의힘 주자들은 당장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 소속 현직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여밖에 안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집권 초반부터 대선과 관련한 행보를 보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금은 각자 맡은 일에 성과를 내면서 내실을 쌓는 시기다.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오른 주자는 오세훈 시장이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당내 서울 구청장 후보 선거도 도왔다.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17곳에서 이겼다. 오 시장은 자연스레 당내 기반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오 시장은 25개 구와 424개 동 모두에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세훈·안철수 등 대선 주자 풍년 맞은 국민의힘다만 그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역시 정권 초반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시장이 대권 못지않게 훨씬 더 중요한

    2022.06.10 09:58:09

    김동연, 이재명 벽 넘을 수 있을까 [홍영식의 정치판]
  • ‘民心 바다, 언제든 배 뒤집는다’ 보여준 지방 선거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의 정치판‘6·1 지방 선거’는 국민의힘 압승, 더불어민주당 참패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2곳을 차지한 반면 민주당은 5곳에 그쳤다. 4년 전 민주당이 14곳, 국민의힘 2곳, 무소속 1곳이었던 판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는 4년 전 24(민주당) 대 1(국민의힘)로 국민의힘은 참패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수모를 당했지만 이번엔 17 대 8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민주당에 매서운 회초리 든 ‘6·1 지방 선거’는 민의(民意)의 엄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여든, 야든 오만과 독선을 보이면 민심은 언제든지 혹독한 심판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민심은 영원한 균형추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당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 주고 폭주 모습을 보인 민주당에 견제구를 날린 것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에 걸친 민심의 심판 결과를 살펴보면 민심은 어느 한 세력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민심을 거스르는 계파 간 공천 갈등으로 참패했다. 이후 절치부심하는 노력은커녕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극심한 공천 갈등을 벌이면서 민심의 외면을 당했다. 4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 내리 4연패(連敗)라는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이재명 혼자 살고 당은 죽었다” 비판 쏟아져민주당의 환희도 오래가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몰아준 민심은 1년 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패배의 원인은 쌓이고 쌓였다. 시장과 싸우

    2022.06.03 10:32:47

    ‘民心 바다, 언제든 배 뒤집는다’ 보여준 지방 선거 [홍영식의 정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