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지도 - 노량진
싸고 푸짐하게 '박리다매'가 대세
컵밥 특화거리·희망가로등 '새 명물'
![유동인구 45만명…'노량진' 청춘 문화의 중심지로](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D.11079960.1.jpg)
◆‘장기 식권’ 단골손님 잡기 경쟁
SK텔레콤의 빅 데이터 비즈니스 플랫폼 지오비전에 따르면 노량진의 유동인구는 2015년 10월을 기준으로 1일 44만5722명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20대와 30대다. 그중에서 여성은 20대의 비율이 1일 4만1801명(9.4%), 남성은 30대가 5만7884명(13%)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군복무 기간을 고려한다면 ‘취업 준비’에 나서는 나이와 맞물려 있다.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발표한 ‘동작구 학원 및 교습소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2월을 기준으로 노량진동에 자리한 입시·고시·자격증 전문 학원만 해도 80여 곳에 이른다. 이들 학원의 수강생들이 노량진 상권의 가장 큰 배후 수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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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노량진에 자리 잡은 커피 전문점 안나벨 관계자는 “고시생·재수생 등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의 KT나 학원 선생들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아직은 경제력이 부족한 20~30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리다매형 수익구조’를 갖추게 됐다. 한 달을 기준으로 ‘장기 식권’을 끊어 놓고 매일같이 정기적으로 식당을 이용하는 단골손님들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일미 돈가스’ 관계자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빨리 그리고 많이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권”이라고 말했다.
◆주거지역 배후 수요도 탄탄
노량진 상권의 임대료는 최근 2~3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베스트 공인중개사 전대기 대표에 따르면 골목 안쪽에 있는 매장은 33㎡(10평) 전후로 월세 250만~400만 원, 보증금 3000만~5000만 원, 권리금 1억~1억5000만 원이다. 대로변은 66~99㎡(20~30평)가 대부분이고 월세 700만~1000만 원, 보증금 6000만~1억 원, 권리금 1억5000만~2억 원 정도다. 대로변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직영점이 들어와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노량진은 풍부한 유동인구 때문에 쉬운 상권으로 보기 쉽지만 오히려 초보 창업자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경향이 강하다”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같은 고시촌 상권임에도 노량진과 신림동의 명암이 이토록 엇갈린 데는 몇 가지 배경을 꼽을 수 있다. 신림동은 사법고시 준비생들을 주축으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준비생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면 노량진은 사법고시생뿐만 아니라 공무원 준비생, 재수생 등 다양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흐름과 함께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늘어나면서 노량진 상권을 이탈한 사법고시생들의 수요를 상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배후 주거 수요가 두텁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노량진 2번 출입구(1호선)에서부터 만양로를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중앙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나온다. 이를 중심으로 7000여 가구의 주택 및 아파트가 밀집한 노량진 주거지역이 형성돼 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노량진 거주 지역에서 노량진역으로 흐르는 동선에 고시촌 먹자 상권이 자리하고 있다”며 “따라서 고시생 수요뿐만 아니라 거주민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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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에는 ‘놀다방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했다. 고시촌 청춘들을 위해 동작구에서 주최한 이 행사는 코인 노래방’과 ‘오락실’ 등 공시생들의 놀이 문화는 물론 고시생들의 어깨와 허리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 이벤트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주 월요일 동작구청 벽에 새겨지는 응원 문구도 또 다른 볼거리다. 청년 문화 플랫폼인 ‘쌈드림’과 동작구청이 마련한 ‘응원 릴레이’다. 쌈드림은 이와 함께 노량진 고시촌 내에 1월까지 5개의 ‘희망 가로등’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주변 상가들과 제휴해 저녁 시간 상가 간판에 불이 들어올 때면 가로등이 켜지고 길 아래 응원 문구가 새겨지는 형태다. 쌈드림의 최현우 대표는 “1월이면 노량진 고시촌은 가장 많은 좌절과 희망이 넘치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들도, 새로운 꿈을 품고 들어오는 이들도 가장 많다. 최 대표는 “사실 아직까지 이 같은 노력들이 노량진 상권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시도가 상권의 성장에 의미가 크다.
고시생들처럼 노량진에 상주하는 수요층뿐만 아니라 ‘노량진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외부에서부터 인구를 유입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선 대표는 “최근 뜨는 상권들은 문화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노량진은 9호선 개통 이후 강남 등과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외부 인구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교 철거 후 거리 풍경 달라져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량진 상권은 시선을 가로막는 커다란 육교 아래 좁은 골목길마다 노점상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풍경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찾아간 노량진의 얼굴은 그야말로 확 바뀌어 있었다. 노량진역에서부터 고시촌까지 연결돼 있던 ‘노량진 육교’가 2015년 10월 철거됐다. 그 육교 밑을 가득 채우고 있던 컵밥 노점상들도 사육신공원 맞은편으로 일제히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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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덕분에 노량진 컵밥 거리는 인근에 상주하는 고시생들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컵밥거리가 사육신공원 인근으로 이주하게 된 것은 기존 상인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인도를 노점상이 꽉 채우고 있어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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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전 3개월째인 만큼 아직 ‘컵밥 특화거리 효과’를 가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노량진 상권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노량진 컵밥거리’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곳에서 컵밥 가게를 운영 중인 H 씨는 “노량진 컵밥거리가 브랜드화되면서 페이스북 등을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돋보기
‘새 집’ 이사 앞둔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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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량진 수산시장은 ‘큰 변화’를 앞두고 분위기가 들썩인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앞에는 지상 8층 높이의 멋들어진 대형 건물 하나가 들어서 있다. 2016년 1월 중 수산시장 상인들이 이주해 갈 신축 건물이다. 총부지 4만450㎡에 신축 건물 총면적 11만8346㎡,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다. 수협중앙회 측은 노량 수산시장 이전을 위해 신축 건물에만 총 6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정작 ‘새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상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안수산 관계자는 “신축 건물은 공간이 협소해 장사하기에 여간 불편한 구조가 아니다”며 “그런데 임대료는 3배 가까이 올랐으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기존 수산시장은 44년 된 노후 시설이기 때문에 악취가 심하고 안전성 문제도 걸려 있다”며 “신시장에 모의 점포를 설치하는 등 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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