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⑫ KB금융그룹]
KB금융을 1등 금융으로 이끌다
LIG손해보험부터 현대증권까지, 굵직한 ‘M&A’로 리딩 뱅크 위상 회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和而不同 리더십’
(사진)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에서 지난 7월 5일 열린 'KB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리딩 뱅크 탈환’이라는 고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2014년 11월 21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달라진 KB금융그룹의 위상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 1조1254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순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선두인 신한금융지주가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 1조4548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리딩 뱅크’ 명함 교체가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14년 취임 당시 KB금융그룹은 흡사 살얼음 위를 걷는 형국이었다. 조직 전체가 이른바 ‘KB 사태’라는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KB금융은 암흑기로 접어드는 듯했다.

KB 사태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주전산기를 교체하려고 하자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벌어진 KB금융그룹의 내분 사태를 말한다. 하지만 윤 회장이 다시 KB에 돌아온 이후 벌어진 상황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윤종규 회장의 첫걸음은 ‘융화’

KB금융그룹은 이제 국내 1위 금융그룹의 자리를 바짝 따라잡기 시작했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에 연달아 성공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종합 금융그룹의 체계를 갖췄고 올해 현대증권 인수로 미래 성장 동력까지 확보했다. 윤 회장은 지난 7월 현대증권의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유니버설 뱅킹’ 모델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윤 회장의 임기는 2017년 11월까지다. 이제 임기 절반을 넘게 채운 그는 조직을 정비하고 금융 당국과의 관계 회복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이 취임할 당시 KB금융그룹은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과 은행 주전산기 교체로 촉발된 내부 갈등을 겪고 있었다. 불미스러운 사건의 연속은 금융 당국과의 마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KB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서로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화목하고 단합한다는 뜻의 ‘화이부동’을 얘기하며 내부 단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우선 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지주와 은행 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할 소지를 미연에 방지했다. 또 사외이사들의 전원 교체를 이끌어 내고 내부 감사 제도를 강화하는 등 지배 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이런 윤 회장의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KB금융은 숙원 사업이었던 LIG손해보험 인수에 대해 금융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 당시 금융위원회는 KB 사태로 KB금융의 내부 통제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LIG손보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유보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전원 교체하는 등 과감한 행보에 나섰다.

결국 금융 당국의 마음도 움직였다. 금융위는 윤 회장의 내부 통제 강화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해 결국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했다.

윤 회장의 경영 능력은 지난 4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특히 빛났다.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국내 대형 증권사 매물을 두고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 액티스가 경쟁을 벌였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조원이 넘는 통 큰 입찰가를 제시했다.

그가 KB금융지주 이사회로부터 1조2500억원이 넘는 현대증권 인수 가격 승인을 이끌어 낸 것은 전임 회장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임 KB금융 회장들은 이사회의 벽에 부닥쳐 인수전에 뛰어들 때마다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사외이사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중도 포기해야 했다. 임영록 전 회장 역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사회에서 인수 가격 상한선을 낮게 책정해 결국 NH농협금융지주에 밀리고 말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和而不同 리더십’
◆두 번 퇴사한 KB에 ‘금의환향’한 윤종규 회장

윤 회장의 경영 능력은 특유의 리더십에서 나오고 있다.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가 KB금융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인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은 내분 사태를 빚었던 KB금융그룹의 융화에 적절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윤 회장은 1973년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같은 해 고졸 은행원으로 당시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고졸 행원으로 은행을 다니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윤 회장의 이름에 자주 붙는 수식어가 바로 ‘상고 출신 천재’다.

그는 1980년 대학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인 1981년 행정고시(25회) 2차 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3차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윤 회장과 KB와의 인연은 질기고 끈끈했다. 그는 KB에서 2번 퇴사했고 3번 입사했다. 2번이나 회사를 떠난 인사가 회장이 돼 복귀할 정도라면 그가 내부에서 얼마나 신망을 쌓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근무할 당시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KB국민은행에 입행했고 재무전략기획본부장과 부행장 등을 맡았다.

하지만 2004년 9월 KB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 합병할 때 법인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대손충당금 1조2664억원을 쌓지 않고 부정 회계로 결산했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3개월 감봉의 중징계를 받고 같은 해 10월 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은 2010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으로 돌아와 2013년까지 일했다. 그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직을 맡다가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윤 회장은 주로 ‘온화한 덕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원칙을 밀고 나갈 때에는 냉철한 면을 보여준다. 특히 윤 회장은 금융 당국과의 관계에서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칼같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상임감사를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겨 두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KB국민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현재 1년이 넘도록 공석 상태다. ‘KB 사태’ 이후 정병기 전 감사가 지난해 1월 자진 사퇴한 뒤 금융 당국 및 정치권 인사들이 수차례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윤 회장은 후임 선임을 미뤄 왔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또 정치권 인사가 감사 자리에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곧바로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결국 보류됐고 감사직은 아직 공석으로 남아 있다.


◆“유니버설 뱅킹에 도전하겠다”

윤 회장은 지난 7월 현대증권의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유니버설 뱅킹’ 모델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KB금융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삼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유니버설 뱅킹은 은행의 전통 업무인 여·수신 업무를 포함해 신탁·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을 말한다. BoA메릴린치는 이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표적 금융회사로 꼽힌다.

BoA는 2009년 메릴린치를 인수한 이후 자산 관리(WM), 기업 투자금융(CIB)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 ‘은행·증권·보험’ 업무를 성공적으로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BoA메릴린치’ 모델을 도입해 은행과 증권 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KB금융이 비전으로 내세운 한국형 유니버설 뱅킹의 핵심은 현대증권·KB투자증권·KB국민은행의 WM 플랫폼을 하나로 묶어 ‘KB형 WM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의 강점을 살린 은행·증권사 간 결합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 및 시너지 확보로 그룹 동반 성장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전통적인 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기업공개 등에 대한 니즈가 다양해지는 만큼 CIB 분야에서도 맞춤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윤 회장은 “현대증권의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KB금융그룹은 우리 국민들의 자산 증식(WM)과 기업들의 성장(CIB)을 지원해 우리 경제의 혈맥이 되고 금융 산업 발전의 새로운 토양을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의 ‘구원투수’로 돌아온 윤 회장은 최근 자신의 연임 문제를 두고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임 시 현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지 않기로 한 결정을 윤 회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7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 승계 규정을 제정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규정에 따르면 현 회장은 연임에 대한 우선권 보장 없이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에서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KB금융의 지배 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 컨설팅사의 제안으로 현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우선적으로 묻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동의하고 좋은 경영 성과를 내면 차기 회장 선임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직 회장의 내부 권력화와 장기 집권의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고 윤 회장은 이사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방안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KB금융 비전 달성을 향한 윤 회장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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