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뷰 LEADER’S VIEW]
식품산업의 미래, IT·자동차 부럽지 않다
(일러스트 김호식)

[한경비즈니스=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무엇일까. 먹거리 산업이라는 명칭은 한국을 먹여 살릴 유망한 산업이라는 의미로 만들어 낸 용어이지만 참으로 이 말과 잘 맞아떨어지는 산업은 바로 식품 산업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 리스트에는 잘 오르지 않은 산업이지만 이 산업의 장래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많은 다양한 이름의 정책 타이틀을 내걸고 미래의 성장 유망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상당히 많은 산업들이 유망 산업 리스트에 올랐지만 주로 현재의 주력 산업과 연관된 기술집약적 산업이거나 기껏해야 정보기술(IT)과 연관된 각종 서비스산업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산업들이 상당한 크기의 시장을 확보하면서 커 나가는 데는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갈수록 더 효율적인 기술이 나타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의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몇 년 전에 우리가 목표로 삼았던 몇몇 산업은 꽃도 피기 전에 시들어 버릴 수도 있다.

우리가 기술이나 IT, 혹은 한류 등의 문화 요소에만 주목하는 사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빠른 속도로 커 가는 산업들이 있다. 이들 산업들은 한국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주력 산업들이 그러했듯이 해외 수출 시장이 뚫리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데 힘입은 바 크다.

우리의 기초 생활과 연관된 산업들로서 오랫동안 국내시장에만 머물러 있어 주목받지 못한 셈인데 대표적으로 화장품·패션 등이 떠오른다. 이렇게 일상생활과 밀착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평판과 신뢰를 얻는 것이 결정적인데 그런 요소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우리 곁에 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한동안 우리는 중국을 우리보다 농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보고 중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농산품 수입이 우리 농업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중국 소비자들은 이른바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을 더 많이 찾게 됐고 믿을 만한 수입 식품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유가공 제품, 유아 식품 등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찌감치 포착된 바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의 대표로서 한국 식품들이 각인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보더라도 가공식품의 시장 규모는 5조6000억 달러에 이르러 자동차·IT·철강 산업들보다 규모가 큰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다면 그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의 다른 시장을 개척해 나갈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식품 산업들 중에서도 어떤 식품 산업이 유망할까.

세계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유기농 식품이 주도하고 있다. 비타민·미네랄·허브 등의 스포츠·영양 강화식품, 유기농 식품, 천연 및 헬스·뷰티 식품, 건강기능성 식품 등이 그것들이다. 이 분야에서 아직까지는 미국·유럽·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이들 국가들이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아시아 등의 신흥 국가들에서 이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속도가 매년 10% 가까이 되면서 장래의 성장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선진국들로부터 들어오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모습만 보더라도 모두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식품 산업의 유망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 산업이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문제다.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 더욱 큰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 분야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제해 이들의 남용을 막아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대상으로만 파악함으로써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극히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거의 약품에 버금가는 수준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들조차 공식적인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건강기능식품은 국내시장 기준으로 인삼가공식품·비타민류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수출되는 제품 기준으로는 홍삼 제품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도 산업 전략이 적용될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

한국이 기술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는 농생명 기술력과 연결하고 구미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해 건강기능식품의 엄격한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식품 산업이 진정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