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쑥쑥 크는 온라인 교육 시장…애플·구글 등 거대 IT 기업도 뛰어들어
‘미국에 간 방글라데시 이민자’, 전 세계 대학의 벽을 허물다
(사진) 4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는 무료교육 사이트 ‘칸아카데미’의 창업자 살만 칸. /칸 아카데미 홈페이지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칸아카데미(Khanacademy)는 살만 칸이라는 방글라데시 이민자 집안의 전직 미국 투자회사 애널리스트가 설립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칸이 2006년에 수학을 어려워하던 조카들에게 보다 쉽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유튜브에 10분짜리 짧은 수학 강의들을 올리면서 시작된 칸아카데미는 강의 과목도 수학은 물론 정치·역사·의학·재무·물리·생물학·천문학·음악 등의 공교육 전 영역을 아우르게 됐다.

현재 무려 5000개 이상의 코스가 한국어를 포함한 전 세계 65개의 언어로 제공되고 있고 4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코스를 밟고 있다. 게다가 교육자나 부모들을 위한 ‘코칭 툴’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고 가상 배지 등의 게임화 시스템 등을 도입해 온라인 코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인 학습의 질과 동기부여 측면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지식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교육의 핵심 기능인 ‘지식과 정보의 체계적인 체화’보다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한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이 삶에 대한 가치관, 직업을 구하거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 등을 제도적 교육을 통해 갖추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 시스템의 제도화에 따른 교육 콘텐츠 업데이트의 한계, 교육기관의 관료화 및 교육 관련 정책 등에 따른 수업 방식에서의 유연성 감소, 학력의 권력화에 따른 교육 접근성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이미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칸아카데미의 살만 칸 또한 “역사적으로 새로운 교육기관과 교육 모델들은 대변혁의 전환기에 등장했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중대한 변곡점인 ‘정보혁명’의 초입에 있다.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이 혁명에서 깊은 창의력과 분석적 사고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나 사치스러운 것들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교육 방식의 혁신이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세계 명문대들도 온라인 무료 강의 동참

칸아카데미로부터 시작된 온라인 고등교육의 변화 조짐은 이제 대학 강의 영역으로 확산돼 왔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의 주요 고등교육 수단으로 자리 잡아 온 온라인 대학 강의는 최근 들어 ‘무크(MOOC :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형태로 진화, 대학 강의의 대상·장소 등의 기본 개념부터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미 다양한 유·무료 무크 서비스가 경쟁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코세라와 에드엑스의 선전이 주목할 만하다.

2012년 4월 출범한 코세라(Coursera)는 스탠퍼드대·프린스턴대·펜실베이니아대와 미시간주립대의 강의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제휴 대학은 예일대·듀크대·위스콘신대·시카고대부터 영국 에든버러대,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니크까지 유수의 명문 대학을 포함한 140개 대학으로 불어났다. 코세라에 개설된 강좌는 1500여 개에 이르는데, 각종 인문·사회과학과 기술 분야부터 경제학은 물론 대중음악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2012년 5월 출범한 에드엑스(EdX)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함께 만든 비영리 교육 서비스다. 물리학·컴퓨터공학·엔지니어링·문학·법학·철학·약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가 개설돼 있다.

현재 이 웹사이트에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은 60개 이상으로, 하버드와 MIT는 물론 캘리포니아주립대·텍사스주립대·조지타운대·코넬대·버클리음악대·토론토대·교토대 등 유명 대학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케이-무크(K-MOOC)라는 온라인 대학 콘텐츠 수강 플랫폼이 나왔다. 서울대·카이스트·연세대·고려대 등 국내 10개 대학의 20여 개 강좌를 제공하며 강의 수강 완료 후에는 이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들 무크의 최대 장점은 양질의 강의를 무료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웹사이트를 찾아 회원 가입만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다. 강의에 대한 몰입 정도도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의무 수강 시간을 채우고 과제와 시험을 통과해야만 ‘수료증’을 받을 수 있지만 원하는 부분만 선택해 강의를 듣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에 간 방글라데시 이민자’, 전 세계 대학의 벽을 허물다
◆애플 ‘아이튠스-유’, 구글 ‘클래스룸’ 선보여

애플·구글 등의 플랫폼 업체들 또한 온라인 교육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관련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애플은 2007년에 자사 아이튠스 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각종 강의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아이튠스-유(iTunes-U)를 론칭했다. 2013년 2월 기준 800여 개의 교육기관에서 올린 자료들이 10억 회 이상 다운로드 되는 등 온라인 교육의 본격화에 기여한 바 있다.

구글은 2014년 5월 클래스룸(Classroom)이라는 교사용 숙제 관리 툴을 오픈했고 기존의 화상 채팅 서비스인 행아웃을 통한 화상 교육 기능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온라인 참고서 서비스와 공교육용 솔루션 등을 출시하고 애플과 구글의 온라인 교육 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무크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주요 무크 플랫폼 중 하나인 유다시티(Udacity)에선 ‘구글 개발자가 직접 알려주는 안드로이드 개발’, ‘페이스북 개발자가 알려주는 R 데이터 분석’ 등의 강의가 제공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홈페이지를 제작해 무료로 자사 기술과 이와 관련된 기반 지식을 동영상으로 알려주고 있다.

◆제도권 교육의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거나 무료에 가까운 다양한 온라인 기반 교육 서비스들은 제도권 교육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며 기존 교육이 지닌 한계의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첫째, 인터넷 접속만 할 수 있으면 접근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양질의 무료교육 서비스는 국가 내, 국가 간 교육 접근성의 차이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교육기관의 수많은 강의들이 경쟁하며 각 강의별 후기를 통해 강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보다 효과적인 강의들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풀이 넓어졌다.

또한 서비스 업체들과 플랫폼 업체들이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강의자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수강자들의 동기부여 고취와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셋째, 강의의 주제도 기존의 대학 커리큘럼 일색에서 코딩, 음악 제작, 사진, 조리 등의 영역으로 다채로워지는 등 수강자들의 학업 니즈는 물론 실제 생활 영역이나 실무 영역의 니즈도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제들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제도권 교육이 가지는 폐해와 한계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홈스쿨·대안교육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져 왔지만 막상 ‘고품질의 강의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또한 경제적인 한계 때문에 이러한 고등교육 기회에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계층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교육이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들에게 유효할 것인가’, ‘100세 시대를 맞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등 사회적 변화에 대한 해답을 현재의 제도권 교육에서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교육은 동기부여 및 상호작용 측면에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태생적인 장점인 유연성·확장성 등을 바탕으로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향후 진화하는 온라인 교육과 제도권 교육 시스템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음 세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고령화 등 당면한 사회적인 과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