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 힐튼 밀어내고 3위 오르며 돌풍…롯데 10위 그쳐 ‘이변’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휴가철을 맞아 국내외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목적지를 정한 뒤 비로소 시작된다.
과연 어느 항공사, 어느 호텔을 이용할지에 대한 결정이다. 모처럼 맞이한 꿈같은 휴가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최적의 항공사와 호텔 선택은 필수다.
자칫하면 ‘힐링’은 고사하고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오는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비즈니스가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휴가철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최고의 항공사·호텔 만족도 랭킹’을 조사했다. 그 어느 때보다 호텔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시기다. 2016년 정부가 숙박 시설 확충을 주도하면서 호텔이 공급과잉 시대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서울 시내에만 13개의 호텔이 문을 열었고 올해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신세계 조선호텔의 부티크호텔 브랜드 ‘르스케이프’ 등이 개관하면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CJ·애경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호텔 사업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 호텔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맞서 호텔업계는 콘텐츠를 강화하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호텔은 이제 정보기술(IT)·문화·유통·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국내 토종 호텔이 치열하게 맞붙는 지금 호텔업계 왕좌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한경비즈니스가 시장 분석 서비스 업체 오픈서베이와 함께 1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18 항공사·호텔 만족도 랭킹’을 조사했다.
조사는 △객실 △부대시설(수영장·로비·비즈니스센터·사우나·식음업장 등) △접객 서비스(프런트·컨시어지 등) △가격 등 4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한국관광공사 인증을 받은 전국 5성급과 4성급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다. 항공사와 호텔 평가 중 응답자가 15명 이하인 곳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자존심 지킨 호텔신라와 선전한 해비치
한경비즈니스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호텔 평가에서 10위권 내 호텔을 살펴보면 국내 호텔 브랜드가 4곳, 해외 호텔 브랜드가 6곳이다. 해외 호텔 체인이 약진한 가운데 호텔신라가 총점 1위를 차지하며 국내 호텔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호텔신라는 4개 평가 항목 가운데 부대시설(65.7), 접객 서비스(69.9) 등 2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객실(63.3)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얻으며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특히 2위와의 점수 차를 총점 36점이나 벌리며 국내 최초 5성급 호텔(2015년 도입된 호텔 성급제 기준)의 저력을 과시했다.
총점 2위는 콘래드가 차지했다. 콘래드는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의 럭셔리 브랜드다. 특히 ‘호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객실 항목에서 콘래드가 1위(65.6점)에 오르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객실 1위의 이유는 넓은 면적에 있었다.
콘래드 딜럭스 룸은 48㎡를 기본으로 하며 서울에서 가장 넓은 딜럭스 룸이다. 와이파이와 애플 기반의 멀티미디어·엔터테인먼트 허브 서비스, 네스프레소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 독립적으로 분리된 샤워 부스와 욕조, ‘상하이 탕’ 바스 용품 등이 구비돼 있다. 콘래드 서울의 양 코너에 자리한 코너 스위트룸도 서울에서 동급 객실 중 가장 넓다. 또한 호텔 코너에 자리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도시와 한강의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객실에서 보이는 ‘뷰’도 한몫한다. 코너스위트룸에서는 서강대교를 시작으로 마포·원효·한강·동작·반포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다. 정면으로 인왕산·북한산과 여의도의 ‘밤섬’, 난지도 하늘공원이 보이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제2롯데월드까지 조망할 정도로 탁 트인 뷰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벚꽃축제와 불꽃축제 시즌에 인기가 좋다.
콘래드는 부대시설(43.8) 항목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객실과 접객 서비스(50)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며 총점 2위에 안착했다.
이번 평가에서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다. 해비치는 인터컨티넨탈·쉐라톤·포시즌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호텔 체인을 꺾고 3위에 올랐다. 2등과의 점수 차는 1점이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하는 해비치가 3위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모든 항목에서 상위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항목별 분석 결과 해비치는 객실 4위(58.1), 부대시설 4위(45.9), 접객 서비스 5위(51.4), 가격도 3위(40.5)를 기록했다.
해비치 제주는 총 503개의 객실 가운데 70%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오션 뷰’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객실 내에서도 아름다운 일출과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제주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제주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과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블랑제리 등 9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해비치는 전체 고객의 60%가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이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어린이 서비스 강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
올해 초에는 보드게임 공간 ‘모드락’을 오픈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보다 확대하고 나섰다. 해비치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은 실내외 수영장이다. 특히 야외 수영장은 사계절 내내 따뜻한 온수풀로 운영돼 계절에 관계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밤늦게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
◆객실은 콘래드, 가격은 신라스테이
항목별 평가는 어떨까. 먼저 호텔의 핵심이랄 수 있는 객실은 총점과 결과가 비슷했다. 콘래드가 1위(65.6), 호텔신라가 2위(63.3), 종합 9위를 차지한 포시즌스호텔이 3위(59.4), 해비치가 4위(58.1), 종합 7위를 차지한 인터컨티넨탈이 5위(55.3)를 기록했다.
부대시설은 호텔신라가 1위(65.7), 반얀트리클럽앤스파가 2위(52.1), 힐튼호텔이 3위(51.7), 해비치가 4위(45.9), 글래드호텔이 5위(45.0)를 차지했다.
부대시설은 수영장·로비·비즈니스센터·사우나·식음업장 등으로, 이용객이 호텔에서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 이 때문에 수영장을 보유한 호텔의 성적이 높았다.
호텔 프런트, 컨시어지 등 접객 서비스를 묻는 평가에서는 호텔신라(69.9)·힐튼호텔(58.3)·L7(52.5)·반얀트리(52.1)·해비치(51.4) 순이었다. 접객 서비스 톱5 중 4성급 호텔은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L7’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4성급 호텔은 접객서비스와 부대시설은 최소화하는 대신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한다. 롯데호텔 브랜드 중 비즈니스호텔 혹은 부티크 호텔로 분류되는 L7이 접객서비스 부문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데 눈길이 가는 이유다.
가격 만족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가 순위에 올랐다. 그중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가 1위(43.9)를 차지했다. 5성급 호텔 중에서는 해비치(40.5)·메이필드호텔(40) 등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5성급 호텔 중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곳도 있다. 호텔신라와 함께 국내 호텔 산업을 이끄는 롯데호텔은 10위에 머물렀다. 세계적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브랜드 JW메리어트는 27위에 그쳤다.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조사 기간 중 핵심 지점을 리노베이션하고 있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의 신관은 1년여간의 공사를 끝내고 9월 1일 ‘이그제큐티브 타워’로 리뉴얼 오픈한다. 2000년 롯데호텔서울 신관 오픈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리뉴얼 오픈이다. 강남권에 시그니엘서울이 있다면 강북권에서는 롯데호텔서울 신관이 최고 럭셔리 호텔의 새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JW메리어트서울 역시 호텔 개관 후 17년 만에 처음 진행한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8월 20일 리뉴얼 오픈한다. 공사는 8개월간 진행됐다.
한경비즈니스와 시장 분석 서비스 업체 오픈서베이가 1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18 항공사·호텔 만족도 랭킹’을 조사했다.
호텔 조사는 △객실 △부대시설(수영장·로비·비즈니스센터·사우나 등) △접객 서비스(프런트·컨시어지 등) △가격 등 4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각 항목별 만족도를 매우 만족(+100점), 만족(+50점), 보통(0점), 불만족(-50점), 매우 불만족(-100점) 등 5단계로 평가하도록 하고 이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항공사와 호텔 평가 중 응답자가 15명 이하인 곳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동점일 경우 응답자가 많은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응답자는 모두 1500명이며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별 균등한 비율을 적용해 전국 이용객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2018년 6월 12~18일, 표본 오차는 ±4.36(95% 신뢰 수준)이다.
kye0218@hankyung.com
[2018 호텔·항공사 만족도 랭킹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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