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대학병원 최초 재활병원 완공 앞둬…‘태움’ 타파 등 조직 문화 개선에도 앞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아주대의료원은 1994년 9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주대 캠퍼스에 문을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서울병원·천안단국대병원·인하대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연이어 문을 열자 의료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주대의료원은 그만큼 시작부터 기존 대형 병원은 물론 신생 의료기관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했다. 개원 이후에도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해체에 따라 재단으로부터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위기를 맞았고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학내 분규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아주대의료원은 ‘국내 최고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학교법인 대우학원을 중심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똘똘 뭉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의료 질 평가’에서 비서울 소재 병원 중 유일하게 ‘1-가’ 등급(전국 7개 병원 선정)을 획득했고 2018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평가에선 의료기관 중 6위(종합 25위), 2017년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3연속 인증 획득 등 경기도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 우뚝 섰다.

아주대의료원이 국내 최고 의료기관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유희석(65) 아주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하 의료원장)의 리더십과 열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의료계와 내부 구성원의 평가다. 그는 교육수련부장·연구지원실장·병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이후 2014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아주대의료원을 이끌고 있다.
“아주대의료원, 개원 25년 만에 ‘국내 대표 의료기관’ 됐다”
▶개원 당시에 비해 여러모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1994년 개원 당시 843병상, 하루 평균 외래 환자 2500여 명 규모였던 아주대병원이 25년이 지난 현재 1187병상, 하루 평균 외래 환자 5300여 명, 연 의료 수입 5000억원이 넘는 대형 병원으로 성장했습니다.

병상 수로는 전국 10위, 진료비 규모로는 전국 6·7위로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 의료 수입 6500억원, 외래 환자 6000명, 의료 이익 연 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죠. 내실 있고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병원장 시절 이후 의료원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간호대 신축 건물 완공에 이어 올해 말에는 병원 바로 옆 광교신도시에 500병상 규모의 중증재활병원을 완공할 예정입니다. 대학병원이 자체 재활 병원을 짓는 첫 사례입니다.

병원이 완공하면 아주대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담당하고 중증재활병원은 아급성기(회복기) 중증 환자를 담당하게 될 겁니다. 이를 통해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급성기 치료 후 재활 요양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약 500억원을 투입하는 병원 본관(1~3층) 증축과 학생 기숙사 신축을 올해 시작합니다. 2020년 본관 증축이 끝나면 약 6483㎡(1961평)가 더 늘어나는데, 이 공간은 기존 수술실·항암낮병동·영상검사실·재활치료실 등을 확장해 암과 수술, 중증 재활 환자의 병원 이용 편의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제2병원 건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내 대지 약 8만2645㎡(2만5000평)에 1000병상 규모의 제2병원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올해 평택시와 부지 매입 등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할 계획입니다. 2024년 이후 제2병원이 건립되면 현재의 아주대병원·중증재활병원과 함께 대형 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해 경기 남부권 의료 수요의 요구를 전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 같은 성장에 의료원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주대의료원은 지난 25년간 전국 의료기관 어느 곳보다 우여곡절과 시련이 많았습니다. 구성원의 뼈를 깎는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 역시 없었을 것입니다. 전 교직원의 헌신과 노력·협동심·지혜로움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아주대의료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 교직원의 헌신과 열정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해체로 위기를 맞았죠.

“대우그룹이 해체되던 시기에 한국이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겹치면서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당시 금리가 30%까지 오른 적이 있습니다. 아주대의료원 설립 초창기에 대우그룹에서 1450억원이라는 거금을 법인을 통해 투자해 줘 건축비용 등을 납입할 수 있었지만 의료 장비와 운영자금은 금융사의 도움으로 충당했거든요. 그 빚을 다 갚지 못한 상황에 IMF 사태가 터지면서 엄청난 이자로 고전했었죠.

그걸 어느 정도 극복해 가던 찰나에 두 가지 걸림돌을 또 만났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함께 당시 아주대 총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학내 분규가 또 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죠.

이후 전 교직원이 합심한 끝에 2000년 중반 안정화 단계를 거쳐 운 좋게도 제가 병원장을 맡게 된 2010년부터 도약기에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매년 매출 기준으로 10%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어디인가요.

“의료원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기구 조직에 부속병원·의과대학·간호대학 등과 함께 ‘첨단의학연구원’을 신설했습니다. 급속히 높아지는 연구 분야의 중요성에 걸맞게 15개의 연구센터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초, 임상연구·중개연구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생명과학’ 등 미래 의학을 선도하기 위한 대비로 독립된 연구 전담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원 당시만 해도 국내 대부분의 병원이 연구보다 환자 진료에 의존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진단법·치료법·신약 등을 개발해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기에 연구가 중심이 되지 않은 병원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짧은 기간에 4개의 대형 국책 연구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연구 분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현재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대형 국책 연구 사업 4개를 동시에 수행하는 의료기관은 단 세 곳뿐입니다. 또한 2016년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전임교원 1인당 교외 연구비 실적 2위, 전체 교외 연구비 실적 7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치료를 계기로 국내 외상 환자 치료의 메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국종 센터장이 이끄는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외상 예방 가능 사망률이 9% 선에 그칩니다. 당초 목표로 삼은 선진국 수준(10%)을 넘어선 상태죠. 또한 이국종 센터장은 ‘2016년 기준 한국의 중증 환자가 국내 병원 응급실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평균 6.7시간인데 아주대병원은 1.5시간에 불과하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환자가 도착하면 즉시 전문의의 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그동안 내원 환자를 치료도 하지 못하고 보낸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병원 도착 후 응급수술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전국 평균의 5분의 1밖에 안 될 정도로 아주 빠르죠. 개복수술은 56분, 뇌출혈은 2시간 22분, 개방성골절도 2시간 4분 이내에 신속하게 이뤄집니다.

2019년 상반기부터는 전국 최초로 ‘닥터 헬기’를 24시간 운영할 예정인데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이제 대한민국 외상센터의 표준이 됐고 세계적으로 어느 센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그동안 ‘환자 행복 중심 의료 서비스’를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슬로건 중 하나가 ‘가장 안전하고 친절한 환자 중심의 병원’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아시아 최초로 최신 뇌전이암 방사선 치료 장비를 도입했어요. 이에 따라 암 환자 치료 만족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암환자가 처음 오면 전문 코디네이터가 일대일로 동행하며 최대한 당일 전산단순촬영술(CT)·핵자기공명장치(MRI) 등 모든 검사를 받는 ‘암 새 환자 동행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죠.

이 밖에 감염 예방과 관리 강화를 위한 음압격리병실 운영, 국내 최고의 욕창 및 감염 관리 등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올해 의료원 개원 25주년을 맞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지난 25년 동안 축적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교직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우리만의 새로운 ‘아주 문화’를 정립하고자 합니다. 잘 만들어진 아주 문화는 향후 100년간 의료원을 지탱해 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현재 활동 중인 ‘의료원 조직 문화 태스크포스(TF)’를 더욱 활성화해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고유의 조직 문화를 정립하고 전 교직원이 함께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만들고자 합니다. 환자·보호자·교직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차원이죠.

또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가치는 혁신·다양성·유연성·융합 등입니다.

박래웅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일찍이 이러한 가치를 인지하고 준비한 결과 ‘빅데이터 서비스 구현 기술 특허’를 1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것을 비롯해 대규모 국책 사업인 산업통상자원부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단으로 선정되는 등 의료계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밖에 한미약품·SK(주) 등 국내외 유망 기관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아주대의료원, 개원 25년 만에 ‘국내 대표 의료기관’ 됐다”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덴만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과 JSA 귀순 병사를 치료했던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총상으로 인한 심각한 부상에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의 노력에 힘입어 극적으로 회복해 퇴원했습니다.

생명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 최고의 보람을 느꼈죠. CNN을 비롯해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면서 아주대의료원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고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를 건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 환자가 아주대의료원과 매우 가까운 평택에서 처음 발생했죠. 감염 환자 중 한 명은 실제로 이곳을 찾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큰 문제없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죠. 감염 관리 원칙을 잘 따른 결과입니다.

당시 위기 상황이었지만 아주대의료원은 2011년·2014년 JCI 인증을 통해 이미 관련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인증받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위급 상황에서 그 결과가 빛을 발한 셈이죠.”

▶조직 문화 혁신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모든 병원은 특성상 의사·간호사·직원 각각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각의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고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호사를 예로 들면 간호사 특유의 문화가 있는데, 한국에서 해병대·검찰·간호사 조직은 가장 엄격하고 획일적인 조직으로 꼽힙니다.

오죽했으면 간호사 간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이 이슈가 됐겠습니까. 간호사 특유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올 들어 간호본부장 선발 방식을 바꿨습니다. 국내 최초로 상향식으로 간호본부장 추천을 받아 최근 선발을 완료했어요. 민주적으로 선발된 간호 조직의 수장인 만큼 조직 문화도 민주적으로 바꿔 달라고 당부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팀장과 수간호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간호본부장은 병원장과 함께 병원 차원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데 힘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의사 간 조직 문화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아주대의료원은 국립대 의대 등에 비해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좋은 것이든 악습이든 특유의 문화가 약한 편입니다. 아주대 의대 1기 졸업생의 나이가 이제 50세에 접어들었죠.

개원 초창기 약 80%에 달했던 연세대 의대 출신 의료진의 비율이 30% 미만으로 감소한 대신 아주대 의대 출신 의료진이 약 50%에 달하는 만큼 아주대 의대만의 건전하고 끈끈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1994년 의료원 개원 멤버로 합류해 아주대의료원에 젊음을 바친 만큼 감회가 새롭네요. 내년 2월이면 의료원장 임기가 끝나고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임 전까지 의사의 기본 소명인 ‘의료 원칙’을 지키는 게 목표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중증재활병원 완공을 앞두고 있고 본관 증축, 학생 기숙사 신축, 제2병원 건립 계획을 추진하는 등 개원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또한 개원 25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과 성장의 변곡점이 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의료 원칙을 더욱 강조하고 싶습니다. 큰 변화를 앞두고 자칫 의료의 질이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변화 속에서 변함없이 원칙을 지키는 경영으로 ‘원칙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아주대의료원에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