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년 자체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까지 합치면 중고나라의 연간 거래액은 약 3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최근 중고나라는 단순한 ‘인터넷 카페’라는 테두리를 넘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새 도전에 나서 주목된다.
◆몇 번의 클릭이 중고나라의 시작
연간 거래액에서도 나타나듯 이제는 중고 거래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물론 이런 천문학적인 거래액은 그만큼 이용자 수가 많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에서만 약 1700만 명이라는 거대한 수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올리는 상품 수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하루 평균 23만 건의 상품이 새롭게 올라오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대략 10건이 넘는 새 상품이 거래를 위해 등록되고 있는 상황이죠. 사실 작은 카페가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중고나라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중고나라는 2003년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가 개설한 네이버 카페가 그 출발이었다. 창업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클릭 몇 번으로 지금의 중고나라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당연히 시장 분석이나 수익 모델 같은 거창한 사업계획서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중고나라는 어떻게 가입자들을 유치하며 성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우선 ‘네이버’를 선택해 거의 최초로 중고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카페를 개설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고나라가 만들어진 2003년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로서의 네이버의 위치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사실상 ‘다음’이 독보적인 사업자로 군림했고 자연히 ‘다음 카페’가 커뮤니티의 대세였다. 네이버는 ‘야후’, ‘네이트’와 같은 여러 검색 전문 인터넷 업체들과 시장을 나눠 갖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양상이 달라졌다. 여러 검색 업체들이 하나둘 사세가 기울어 가며 시장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네이버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영향력을 키워 냈고 어느 순간부터 다음도 뛰어넘었다. 이 과정에서 중고나라 역시 일종의 ‘네이버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누구나 관심이 많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고’라는 아이템으로 카페를 만든 것 또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중고라는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즉 물건을 구매한 순간부터 그 물건은 중고가 되는 셈인데, 빠르게 변하는 유행과 기술의 발달 등으로 계속해 다양한 중고 거래가 증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표의 ‘운용의 묘’도 중고나라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당시 생겼던 많은 커뮤니티 들이 운영자의 독단적인 운영과 불통으로 결국 회원들의 참여가 줄어들며 사라진 상태다. 이 대표는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카페를 신속하게 개편해 나가며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2014년 법인 설립하며 ‘전환점’
이런 중고나라가 새로운 변신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계속해 회원이 불어나자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중고 거래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기와 오해 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통해 여기에 대응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며 이른바 ‘스타트업’ 형태로 전환했고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거래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 최근 3개월간 사기 신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버 캅’과 같은 서비스 등을 선보일 수 있었다.
2016년에는 모바일 앱도 론칭하기에 이른다. 모바일 앱은 조금 더 안전한 거래를 원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역할을 한다. 네이버 카페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캅을 탑재하면서 추가적인 안전핀을 마련하기 위해 구매하기 기본 수단을 ‘안전 거래(에스크로)’로 설정했다. 그러면 판매자에게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그만큼 사기 등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엿한 기업이 된 만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첫 작품은 2016년 네이버 밴드에서 론칭한 ‘비밀의 공구’다. 가성비 높은 중소기업 제품이나 효율적인 판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수한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미디어 커머스다. 현재 회원 수는 약 13만 명이다. 네이버 밴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연간 거래액은 100억원 정도다.
2017년에는 중고차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중고나라 중고차’와 ‘중고나라 내차팔기’를 통해서다. ‘중고나라 중고차’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5단계 검증 프로그램을 통과한 딜러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중고차를 거래하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까지 오픈하고 인증 딜러를 투입하는 등 사세 확장에 여념이 없다. 반대로 ‘중고나라 내차팔기’ 매입 전문 딜러들이 차를 팔기 원하는 소비자에게 매입 최고가를 경쟁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러 신사업들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내부적으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서비스는 올해 4월 중고나라 앱에 ‘숍인숍(shop in shop)’으로 론칭한 ‘평화시장’이다.
평화시장은 개인이 중고나라 인증 셀러(판매자)로 등록한 후 중고나라가 자체적으로 직접 구매한 상품들을 공급받아 팔고 그 차익을 얻어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다. 사기 거래 이력만 없으면 실명·연락처·은행계좌 등 본인 인증을 통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평화시장을 계기로 향후 중고나라 플랫폼의 중심축이 네이버 카페에서 독자적인 모바일 앱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은 실적보다 ‘투자액’이 성장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고나라를 바라보는 전망은 밝다. 이미 1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2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최정두 중고나라 플랫폼운영본부장
“중고나라의 미래는 ‘스토리 커머스’”
중고나라의 신사업 부문은 현재 최정두 플랫폼운영본부 본부장(이사)이 진두지휘 중이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4년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그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공채에 합격했지만 첫 직장으로 ‘G마켓’을 선택했다. 지금과 달리 당시 G마켓은 국내에서 생소한 기업이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엿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후 약 15년간 온라인 커머스업계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아 온 그는 올해 4월 돌연 ‘중고나라’로 이직했다. 이번에도 중고나라의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통해 중고나라를 ‘스토리 커머스’로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고나라가 지향하는 스토리 커머스는 무엇인가.
“단순한 제품 정보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판매자만의 고유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텔링’ 형식의 판매를 지향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해 4월 론칭한 ‘평화시장’도 이런 내부적인 목표에 따라 만들었다.”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개념이다.
“평화시장 제품은 중고나라가 다양한 물건을 직접 구매해 자체 구축한 물류센터에 보관하게 된다. 셀러가 되면 온라인상에서 이 물건들 하나하나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직접 팔아 물건가의 최대 10%까지 가져가며 수익을 올린다. 당연히 많이 팔수록 돈도 많이 벌게 되는 만큼 각각의 셀러들이 신선하고 차별화된 내용으로 상품 판매 스토리를 써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평화시장을 구축했다. 예컨대 우리가 보유한 제품 중 셀러들이 기존에 사용했던 제품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직접 자신의 경험을 살려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없더라도 해당 상품에 대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충분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판매 스토리를 작성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스토리 커머스’의 모습이다.”
-평화시장 출시 후 3개월이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
“현재 사전 심사를 마친 100여 명이 셀러로 등록된 상태다. 아직은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인 단계라고 보면 된다. 현재 목표는 점진적으로 셀러 가입 문호를 넓혀 올해 2만 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셀러들의 상품 판매 전략이 저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구매 또는 재미 목적으로 평화시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중고나라가 직접 매입한 상품만 판매하는 만큼 사기 우려 때문에 중고 거래를 경험하지 못한 소비자들 역시 새롭게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셀러를 2만 명까지 모집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투잡’을 뛰는 직장인들이 많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자투리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기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는 추세다. 셀러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출퇴근 시간이나 휴일에 잠깐 시간을 내 내용을 첨부하고 올리면 된다. 아예 판매 스토리를 쓰지 않아도 상품 등록을 할 수 있다. 단, 성의 없이 판매 상품을 등록한다면 구매자들이 아마도 물건을 사는 것을 꺼리지 않을까(웃음).”
-신사업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확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맞는 얘기다. 주력 사업인 중고 거래 카페는 특성상 직거래가 많다 보니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시장처럼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면 언젠가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과거에 음식을 배달할 때 배달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당연해졌다. 심지어 5000원 넘게 배달료를 내더라도 좋아하는 맛집 음식을 시켜 먹는다. 다양한 중고나라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 속에서 가치를 제공하면 수익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중고나라는 카페와 모바일 앱 등 전체 서비스를 포함해 21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회원이 있다. 이런 사실 하나 만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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