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모두 갖춘 ‘특급’은 전국 7곳 불과
- ‘품격 지표’에서 ‘매출 공신’으로
대박 백화점의 첫째 성공 법칙, ‘3대 명품’을 잡아라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똑같은 간판을 달고 있는 백화점이라도 지점마다 ‘급’이 나뉜다. 기준은 매출과 규모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매출액과 규모에 따라 1~4급으로 나눠져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액과 규모에 따라 최상·상·중·하로 급을 나눈다.

매장 수가 5개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4위 갤러리아백화점은 외부적으론 별도의 구분을 짓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평가 기준인 매출과 규모로 나뉘는 급수 외에 또 다른 등급이 존재한다. 이른바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매장을 품고 있는 지점이다. 이들 지점들은 ‘특급’으로 구분된다.

특급은 4대 백화점 기업이 전국에서 운영 중인 65곳(롯데백화점 34곳, 현대백화점 15곳, 신세계백화점 14곳, 갤러리아백화점 5곳) 백화점 중 7곳에 불과하다. 중소 백화점과 지역 백화점들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급 백화점 7곳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본점·대구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명품관 웨스트·이스트 포함)이다. 이들 특급 백화점들은 대부분 매출과 규모에서 자사의 다른 지점들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명품 3대장을 품은 지점들은 온라인 쇼핑 증가와 경기 불황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반대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대 명품 매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백화점 1년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백화점업계에는 3대 명품 매장 유치를 두고 백화점 수준을 판가름하는 척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 평일에도 20~30분 줄 서는 명품 매장

명품 3대장을 보유한 백화점의 성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바로 신세계백화점이다. 압도적인 규모를 통해 인근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이 공간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없는 최고급 명품으로 채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성과가 놀라울 정도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명품 3대장’을 유치한 백화점은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 등 3곳이다. 이들 백화점 모두 매출 1조원을 돌파했거나 근접한 상황이며 매출 성장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세계 강남점은 2010년 개점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5년 1조3000억원, 2017년 1조7000억원, 2019년 2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등 똑같은 명품 3대장을 품은 경쟁 백화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센트럴시티 내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과 규모를 앞세운 덕분에 백화점 전체 매출 1위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물론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역시 명품 3대장을 보유하고 있어 대부분 매출 1조원 내외의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 지방에 있는 현대백화점 대구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등은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명품 3대장의 효과는 대단하다. 신세계 강남점의 에르메스·사넬·루이비통 등 명품 3대장 매장은 평일 20~30분, 주말 50~60분 대기 줄을 서야만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지난해 20~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18년 대비 49.2%에 달할 정도다. 신세계 강남점 만 줄을 서는 것은 아니다. 명품 3대장이 들어선 백화점 매장에는 항상 대기 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 ‘명품 3대장’ 효과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은 그동안 모객 효과와 품격의 지표로 명품 브랜드를 활용해 왔다. 고객들이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명품 3대장 입점 유무로 일류 백화점이란 타이틀을 붙이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이렇다 보니 다른 백화점에 비해 명품 3대장이 들어선 백화점으로 사람이 몰린다는 것이다.

더욱이 명품 3대장 입점은 백화점에도 득이다. 국내 제품이나 여타 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지만 워낙 고가여서 실제 백화점으로 떨어지는 이익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3대장의 점포별 매출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실적은 알 수 없지만 현재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의 30%에 육박할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속 성장세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2015년 롯데 18.1%, 현대 9.1%, 신세계 2%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이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로 한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을 빼면 2017년 이후 백화점 3사는 매년 두 자릿수 명품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상승 폭이 더 가파르다. 2019년 9월(1~9월 누계) 기준으로 각사의 성장률은 롯데백화점 24%, 현대백화점 25.3%, 신세계백화점 31.6%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들은 명품을 유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명품 3대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는 올해도 명품 라인업 강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14개 지점 모든 곳에 에르메스를 입점시켰고 올해는 샤넬과 루이비통 매장 확충에 공들일 계획이다.

◆ 현대·갤러리아 새 백화점에 명품 품을까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 1층에 화장품 대신 명품 매장을 입점시켜 프리미엄 매장으로 개편했다. 올해 중에 잠실점·부산본점 등의 주요 점포에서도 이 같은 공간 구성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역시 올해 하반기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곳에 명품 3대장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 입점한 에르메스를 1층과 2층을 연결한 복층 매장 형태로 리뉴얼하는 차별화 전략도 추진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이달 말 갤러리아 광교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이곳에 명품 매장을 대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명품 3대장이 입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을 접은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백화점인 만큼 명품 라인업의 질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갤러리아 백화점은 압구정 명품관에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유치한 바 있기 때문에 기대가 더 높은 상황이다.

한편 이처럼 ‘명품 3대장=흥행 보증 수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명품 3대장의 콧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브랜드에는 ‘갑’인 백화점들이 명품 3대장 앞에선 전형적인 ‘을’의 모습이다.

일례로 몇 년 전 A백화점은 샤넬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4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며 샤넬을 모셔왔을 정도다. 또 B백화점은 루이비통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오너가 직접 나서 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