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900만 건 콘텐츠·커뮤니티 기반 커머스로 성공적 확장
[커버 스토리]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집에 쓰는 돈이 늘었다. 홈 인테리어와 가구 소비가 늘자 한국 1위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의 기업 가치가 2년 만에 20배 증가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 얘기다.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올라섰다. 버킷플레이스가 이번 후속투자를 통해 유치한 금액은 7000만 달러(약 770억원)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88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 후 버킷플레이스의 기업 가치를 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글로벌 투자사 본드캐피털과 IMM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미래에셋캐피탈·네이버 등 기존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결합
이번 투자를 주도한 본드캐피털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테크 투자사다. 매년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를 발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본드캐피털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버킷플레이스가 처음이다.
본드캐피털은 2014년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가 결합된 인더스트리 버티컬 모델이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6년 뒤 버킷플레이스에 투자하며 “우리가 그리던 인더스트리 버티컬 모델이 적용된 이상적인 서비스가 한국에 있었다”고 감탄했다.
오늘의집은 콘텐츠로 시작해 사용자가 모이며 커뮤니티 기능을 확장했고 커머스를 성공적으로 연계하며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출신 이승재 대표가 친구 3명과 함께 2013년 창업한 버킷플레이스는 7년 만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용자들은 오늘의집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제 사용자들이 집을 꾸민 포스팅을 구경하고 인테리어 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리모델링이 필요하면 시공 업체와 연결해 실제 시공도 할 수 있다.
최근 오늘의집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00만 건을 돌파했다. 오늘의집을 통한 월 거래액은 전자 상거래 금액과 인테리어 시공까지 합쳐 1000억원에 달한다.
강성주 버킷플레이스 최고운영책임자(HOO : Head of Operations)는 “오늘의집은 ‘공간이 선사하는 강력하고도 좋은 경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계속 생겨나는 ‘공간’과 ‘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만큼 이에 비례해 한국 인테리어 시장이 성장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커머스 초기 매출 0원 오늘의집은 ‘콘텐츠’로 시작했다. 인테리어 자체가 패션이나 다른 소비재에 비해 소비 주기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커머스만으로는 장기적인 사용자들을 유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다른 인테리어 플랫폼들은 인테리어에서 각각 특화된 분야에 집중한다면 오늘의집은 커머스와 시공 서비스뿐만 아니라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차별화해 나갔다.
2015년에는 사용자들이 직접 자기 집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로 진화했다. 온라인 집들이와 인테리어 노하우 등 900만 건 이상의 인테리어 콘텐츠가 쌓였고 1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를 공유한다.
사용자가 늘자 플랫폼에 힘이 실렸고 버킷플레이스는 2016년 전자 상거래(커머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다른 사용자가 자기 집 인테리어를 공유하기 위해 올린 사진에서 마음에 드는 가구가 있다면 클릭 한 번으로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다. 버킷플레이스는 인스타그램이 태그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콘텐츠와 쇼핑이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커머스를 오픈하자마자 위기가 닥쳤다. 서비스 출시 이후 3년간 매출 없이 서비스를 키워 오다 처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지만 초기 1주일간 매출은 0원에 그쳤다. 인테리어 정보를 ‘보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곳’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강성주 HOO는 “오늘의집은 고객들에게 정보를 찾는 채널로 인식된 곳이지만 반대로 커머스와 연관성은 없었다”며 “좋은 파트너들과 제품을 많이 입점시키려고 했고 콘텐츠 기반의 서비스에서 커머스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버킷플레이스의 성장을 촉진했다. 2020년 초 300억원 수준이던 월 거래액은 2020년 말 1000억원대로 3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배송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 물류·배송 체계 구축에 나섰다. 오늘의집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며 일하기 좋은 홈 오피스 공간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여행을 가지 못하게 돼 집을 휴양지처럼 꾸미는 사례도 많다.
강 HOO는 “한국은 원래 집보다 밖에서의 활동이 많아 집과 관련된 경험이 적었다. 주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몇 년 전부터 집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버킷플레이스는 인테리어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기술 혁신을 이어 갈 계획이다.
강 HOO는 “기술과의 연관성이 적어서인지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는 훌륭한 테크 회사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적은 것 같다”며 “오늘의집이 꿈꾸는 미래에는 한계가 없다. 취향을 찾는 일부터 집을 가꿔 나가는 데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최고의 고객 경험과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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