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예산 11% 직원교육에 투자...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급 인재' 집중 관리
“GE 전체를 크로톤빌로 재창조해야 한다. 크로톤빌은 이제 GE의 가장 중요한 생산공장이 됐다.”(잭 웰치 GE 전 회장)얼마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위해 인재사관학교라 불리는 GE의 경영개발센터 크로톤빌연수원을 다녀와 화제가 됐다. 크로톤빌은 GE 직원들이 최고경영자 자리로 가기 위한 필수코스로 GE의 ‘CEO 생산공장’으로 불린다.얼라이드시그널의 CEO였던 로렌스 보시디를 비롯해 3M의 제임스 맥너니 주니어 사장, 홈데포의 로버트 나르델리 사장 등 수많은 스타급 CEO들을 배출해 미국 내에서 ‘아메리카주식회사의 하버드’라는 명성을 얻었다. 외부 강사진의 경우 최소 하버드 MBA의 교수급이며 내부 강사진들도 GE그룹의 최고인재들로 구성된다. GE 임직원의 경우 크로톤빌의 강사로 선정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길 정도다.GE 임직원을 제외하고 유일한 수료생이 된 이상무보 역시 이곳에서 ‘CEO가 되는 법’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무보 외에 국내에서 이 과정을 수료한 강석진 GE코리아 회장은 “이곳에서는 경영자에게 필요한 기본 소양은 물론 실제 최고경영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받고 그것을 해결하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받는다”고 밝혔다.크로톤빌은 미국 뉴욕주에 있는 소도시 오시닝에 위치해 있다. 1950년대 초 랄프 코디너 GE 전 회장이 사원의 교육을 외부 경영대학원에 위탁하기보다 회사 소유의 경영교육기관에 실시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설립됐다. 한때 주입식 교육 과정과 거대 기업의 과시용의 상징으로 여겨져 GE 사원들이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잠시 해방감을 느끼는 소규모 휴양지로 전략했었다.하지만 지난 83년 잭 웰치 회장이 부임하면서 이곳의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웰치 회장은 부임하자마자 크로톤빌에 있던 사내 규정 책자 ‘블루북’(Blue Book)을 불태워 버렸다. 이제 교과서식의 정답은 없으니 리더 스스로 자신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 크로톤빌이 능력 없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들의 훈련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이곳은 미래 GE를 이끌어갈 CEO후보들이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듣기보다는 실전문제를 놓고 답을 찾아가는 실전 학습의 장이 됐다. 실제 참가자들은 경영 일선 현장에서 겪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당 2개팀을 구성해 서로 경쟁한다.4주간의 연구활동을 통해 각팀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해 다른 팀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렇게 ‘행동을 통한 학습’으로 크로톤빌은 지금 GE의 인재개발의 핵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이밖에도 GE는 매년 전체인력 중 10~20%에 해당하는 핵심인력을 선발해 장차 어떻게 육성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세부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2~3년차 최우수사원 300여명을 기업감사 요원으로 임명해 기업운영에 대한 감사활동을 통해 전략적인 감각을 육성시키고 있다. 실제 이들은 기업 내 모든 정보에 대한 무제한 열람권을 가지고 있으며 사무실 책상, 캐비닛의 열쇠를 제공받는다.시스코 예산 11% 직원교육에 할애세계적인 인터넷 네트워킹회사 시스코의 사원교육 방식 또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직원들의 학습과 발전, 회사에의 공헌을 유도하기 위해 예산의 11%를 사내교육에 투자한다.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평소 “CEO들에게 경영성과를 내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필요한 인재를 모집,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인재개발에 적극적이다. 또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은 시스코의 장기적인 경영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원채용에서부터 채용예정자의 가치관이 기업문화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채용결정의 관건이다.기업인수시에도 핵심인력의 유출을 우려해 기업문화와의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톡옵션의 40%를 일반직원들에게 제공해 이직예방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철저한 성과주의 보상으로 ‘높은 성과에 대해서는 높은 보수’를 확실히 체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미국 보험회사 푸르덴셜은 관리능력 구축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관리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인재의 수용과 그 변동추세를 예측하는 모델을 자체 개발한 것.또 인재 유출시 기능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 비상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사원을 회사가 확보해야 할 인재이고, 또 회사에 언제까지 유용할 것인지를 평가해 그에 따라 관리를 차별화하고 있다.세계 3대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비전과 혁신을 중시하는 신인재상을 수립하고 집중관리 대상 인력을 선발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역량, 자기계발, 비전개발 능력 등 6가지 A급 인재의 행동특성을 설정해 이 기준에 의거, 직원 8만5,000명 중 0.24%에 해당하는 2,000명을 선발해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이런 글로벌 기업들의 교육방식과 성공적인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국내 상황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첫째, 핵심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사내 교육기관의 필요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소수를 관리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일반직이나 특수직의 경우는 외부에서 스카우트할 수 있지만 핵심인력은 사내에서 양성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에는 사내 핵심인재를 키울 수 있는 사내 교육기관이나 인사시스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내 대기업들의 사내 교육기관은 단순히 강의장, 휴양지, 시험장으로 전략해버린 게 사실이다. 강사진 역시 대부분 기업 내 핵심인재라기보다 시간이 남는 2류 강사진으로 충원돼 있다.둘째,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사원들의 핵심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집중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웰치 회장은 사내 직원들을 평가하는 핵심역량을 개개인의 ‘열정’에서 찾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은환 수석연구원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객관적인 환경조건이나 현재의 지식이 아니다”며 “사내 인재들에게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존재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셋째, 핵심인재에 대한 CEO들의 관심이다.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 혁신에 나서는 것이 CEO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사내 연수기관에 CEO들이 직접 찾아 공동으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크로톤빌의 성공은 무엇보다 잭 웰치 전 회장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크론톤빌은 과거 그가 본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들른 것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재임기간에 복막염 수술을 받은 날을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강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던 일화가 있다.돋보기/ 일본기업 인재육성‘프로인재’ 육성에 경영력 집중일본의 인재사관학교들은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을 교육시킬까. 우리의 이웃나라이자 경제대국 일본의 인사시스템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도요타는 ‘프로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일본 경제계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해 온 도요타는 숙련 위주의 인재육성이 아니라 회사 내외부 어디서나 고용이 가능한 최고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인사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 회사는 특히 99년 젊은 화이트칼라 사원을 대상으로 한 ‘프로인재개발프로그램’, 해외 자회사 간부 육성과 활용을 위한 ‘글로벌21’을 도입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또 다른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미쓰이물산은 직원들의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심도 있게 운영하고 있다. 입사 1~2년차 사원을 대상으로 ‘실무 연수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고, 일본어와 영어 모두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하는 PC리터러시(해독능력) 강좌, IT사업 실천강좌 등을 신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매년 100명씩 선발해 ‘경영스페셜리스트’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리크루트는 ‘펠로우’제를 바탕으로 핵심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특정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내거나 특이한 재능을 보유한 직원들에게는 기본급 외에 최고 2,000만엔까지 별도의 성과급을 주어 사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리크루트는 전사원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일본의 대표적인 증권사 가운데 하나인 닛코증권은 인사시스템과 관련해 다섯 가지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30대, 40대가 경영에 참여하고 계획하는 기업’을 표방한다.또 ‘급여수준 등의 처우가 업계 넘버원이 기업’을 지향하기도 한다. 이밖에 ‘외부의 인재를 받아들이는 기업’ ‘실적으로 공평하게 평가되는 공정한 기업’ ‘항상 세대교체의 움직임이 있는 터프한 기업’ 등도 슬로건으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