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GS리테일·배민 이커머스 공략 본격화…틈새시장 노리며 성장 도모

[스페셜 리포트]

온라인 쇼핑(이커머스) 시장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상이 된 ‘비대면 소비’ 방식에 발맞춰 수많은 기업이 최근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나선 것이 배경이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시장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강력한 한 방’을 들고나온 것이 특징이다.

‘강력한 한 방’으로 출사표 던진 이커머스 시장 잠룡들
이커머스 시장에 최근 강력한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카카오·배달의민족·GS리테일·hy(구 한국야쿠르트)·CJ온스타일(구 CJ오쇼핑) 등이 주인공이다.

쿠팡·네이버·신세계의 3강 체제가 굳어지는 상황에서도 이커머스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이들이 뛰어들었다.

기존의 강자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펼쳐 보이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두 주자들이 미처 손을 뻗지 못한 이른바 ‘틈새시장’을 포착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기존의 3강 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춰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쳐 나갈지 살펴봤다.
‘강력한 한 방’으로 출사표 던진 이커머스 시장 잠룡들
‘강력한 한 방’으로 출사표 던진 이커머스 시장 잠룡들
카카오
‘관계형 커머스’ 강화로 선두 업체 맹추격
여러 기업들 중에서도 카카오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가장 주목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포털의 힘’을 앞세워 쿠팡처럼 물류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이커머스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 역시 카톡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카카오를 두고 제2의 네이버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카카오는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는데 최근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돼 이목을 집중시킨다.

현재 카카오는 2018년 12월 분사해 전자 상거래 사업을 주력으로 맡겼던 카카오커머스를 9월부터 다시 흡수·합병하기로 한 상태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대한 야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이번 재합병은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가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카톡과 커머스 사업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를 다시 흡수·합병하면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한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를 다시 흡수·합병하면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한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카카오는 향후 카카오톡에 기반한 ‘관계형 커머스’를 더욱 강화해 이커머스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선물하기’ 강화다.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이 되면 많은 이들이 카톡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된 만큼 상품 수를 더욱 늘려 나가며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염두에 둔 카카오의 행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중저가의 상품을 넘어 피아제와 같은 고가의 명품까지 적극적으로 선물하기에 입점시키고 있다.

카카오가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약 4조원에 달하는 돈이 선물하기를 통해 오간 것으로 추산되는데, 앞으로 고가의 명품까지 대거 입점되면 거래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시장점유율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외에도 공동 구매 방식으로 진행되는 ‘카카오톡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을 소개하고 주문 수요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카카오메이커스’,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다양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메신저를 활용한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모습이다.
배달의민족
B마트로 ‘퀵커머스’ 선점…서비스 확대 본격화
주문한 상품을 최소 10분, 최대 1시간 이내에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는 이커머스업계를 관통하는 새로운 화두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와 그에 따른 외출 자제가 더욱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 내 퀵커머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됐고 익일과 새벽 배송을 넘어 ‘분’ 단위의 배송 경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처럼 퀵커머스가 각광받으면서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이커머스업계의 신흥 상자로 떠올랐다. 성장하는 시장의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배민은 2019년 앱에서 ‘B마트’를 선보이며 한국에서 첫째로 퀵커머스 시장의 문을 열었다. B마트는 앱에서 생필품을 주문하면 배민 라이더 또는 커넥터(일반인 라이더)가 냉장·냉동 시스템을 갖춘 소규모 도심형 물류센터(MFC : Micro Fulfillment Center)에서 상품을 픽업해 1시간 이내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와 같은 식재료는 물론 다양한 생활용품을 필요한 만큼 주문할 수 있다.

배민은 2019년 B마트를 론칭한 이후 주요 상권과 거주지 인근에 MFC를 꾸준히 늘려 나갔다. 특히 지난해 초 발생한 코로나19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외출 자제에 따른 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B마트 주분량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배민은 현재 30개의 MFC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전역뿐만 아니라 인천·수원·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B마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민은 퀵커머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큰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제공한 것 외에도 수많은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B마트는 1000만 명(안드로이드 기준) 이상이 다운로드 받은 배달의 민족 앱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새로운 이용자가 언제든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경쟁자도 없다. 시장 진출을 선언한 기업은 많지만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민을 따라잡기 위해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퀵커머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배민의 의지 또한 확고하다. 향후 대전 등 지방 도시에도 MFC를 구축하고 B마트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GS리테일
1만6000개 점포 앞세워 출사표 던져
올해 들어 GS리테일의 투자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연초부터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 온라인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 중 하나였던 요기요마저 품에 안았다. 편의점(GS25)을 필두로 한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겠다는 GS리테일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GS리테일은 이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전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우선적으로 공략에 나선 시장은 다름아닌 퀵커머스다. ‘우딜 주문하기’라는 이름의 앱을 최근 론칭하고 퀵커머스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이 퀵커머스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이런 서비스 제공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배민은 도심 곳곳에 MFC를 만들고 인근에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이런 번거로운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이미 MFC 역할을 해낼 수 있는 1만6000개의 오프라인 점포(편의점 GS25·GS수퍼마켓 등)를 전국에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을 배정하고 그곳에서 빠르게 배달을 진행하는 것이 우딜 주문하기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등 1만6000개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등 1만6000개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이 아직 많지 않은데 차차 가맹점주들의 동의를 얻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퀵커머스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GS리테일이 올해 투자 또는 인수한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정보기술(IT)이 필수다.

주문한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배정하는 작업 또는 라이더에게 최적의 동선을 제공하는 일 등이 모두 IT에 기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 주력하며 성장해 온 GS리테일로서는 퀵커머스 확대 과정에서 다양한 IT 관련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데 투자와 인수를 통해 이런 부분을 해소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례로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한 배경 중 하나도 아마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며 쌓아 온 IT 기술력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어떻게 우딜 주문하기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우딜 주문하기 앱 다운로드 수는 약 1만 건(안드로이드 기준)에 불과하다.

이 밖에 GS리테일은 ‘마켓포’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선보일 준비도 하고 있다. 마켓포는 GS리테일이 운영 중인 유통 계열사(GS홈쇼핑·랄라블라·심플리쿡·달리살다 등)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hy·CJ온스타일
새 간판 내걸고 온라인 전환 잰걸음
hy와 CJ온스타일도 주목할 만한 이커머스 후발 주자들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에 돛을 올리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두 기업은 이커머스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의 간판까지 과감히 벗어던진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hy는 올해 3월 사명 변경을 결정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한 트렌드에 맞춰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사명 변경에 담겼다. 이를 계기로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야심차게 새출발을 결정한 hy는 이후 바뀐 사명처럼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자체 배송망을 활용한 물류 서비스와 IT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hy는 프레시 매니저(구 야쿠르트아줌마)라는 독보적 배송 조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hy에 소속된 프레시 매니저 수는 약 1만1000명에 달한다.
‘강력한 한 방’으로 출사표 던진 이커머스 시장 잠룡들
hy가 운영 중인 종합 쇼핑몰 ‘프레딧’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전국의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프레시 매니저들이 이를 고객의 집앞에 배송해 준다. 더욱이 프레시 매니저들은 콜드 체인(냉장 물류)이 탑재된 ‘코코’라는 이름의 냉장 전동 카트를 타고 배달을 진행해 신선식품의 경우 경쟁사 대비 높은 신선도를 유지한 상태로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배송이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프레딧 회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7년 7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도 지난해 5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홈쇼핑업계 1위인 CJ온스타일은 자사의 강점을 토대로 한 ‘라이브 커머스’를 앞세워 이커머스의 외연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5월 ‘CJ오쇼핑’이라는 기존의 브랜드명을 전격 교체하는 큰 결정을 내렸다.

CJ온스타일 역시 이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의 중심 축을 TV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이동시켰다. 그리고 여기에 맞춰 온라인 채널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CJ온스타일은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틈새를 공략 중이다. /CJ온스타일
CJ온스타일은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틈새를 공략 중이다. /CJ온스타일
이유는 간단했다. 모바일 시대가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점차 TV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하루빨리 상품 판매 방식을 모바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경쟁사 대비 한 발 앞서 라이브 커머스를 대폭 강화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틈새를 공략 중이다.

현재 CJ온스타일은 사명 변경과 함께 새롭게 구축한 앱을 통해 유아동·패션·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참여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인플루언서 등도 섭외하며 진용을 갖췄다. 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의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