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더십 보여주는 재계 MZ세대
핵심 신사업 진두지휘하며 존재감

[비즈니스 포커스]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이 2022년 1월 5일 ’CES 2022’ 현장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인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이 2022년 1월 5일 ’CES 2022’ 현장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인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분류되는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 경영인들이 속속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재계에서도 MZ세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도 MZ세대인 최수연 사장(1981년생)과 남궁훈 대표(1972년생)가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되며 젊은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문 경영인뿐만 아니라 오너들 가운데도 MZ세대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으로 승진하며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재계 3~4세인 이들은 블록체인·수소 등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직접 프레젠테이션(PT)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기선, 미래 비전 직접 프레젠테이션

1982년생인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과 1983년생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MZ세대 CEO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정기선 사장은 미래 먹거리인 수소·인공지능(AI)·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을 조선업을 넘어 해양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올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주회사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HD현대로 변경했다.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지주회사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3월 HD현대·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차기 수장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 사장이 지난해 10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 처음으로 참가해 선박 자율 운항, 로봇, 해양 수소 밸류 체인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사장 주도로 2020년 설립된 선박 자율 운항 솔루션 전문 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한국 최초로 선박 완전 자율 운항에 성공했다. CES에서 정 사장은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 운항 친환경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성장 중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2021년 하반기 투자 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미래에셋그룹과 34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업이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정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CES에 참가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기술 중심 그룹으로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신성장 산업 블록체인 투자 나선 김동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올해 3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한화의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차세대 리더로서 그룹 내 영향력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주)한화의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 김 사장이 4.44%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이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주)한화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그룹 경영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과 관련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태양광·풍력·그린 수소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그룹의 우주 사업 컨트롤 타워인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아 우주 사업도 총지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평가 받는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을 직접 방문해 대형 블록체인 펀드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분야는 최근 재계에서 가장 많이 뛰어드는 신사업 중 하나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도 블록체인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하고 선점 경쟁에 나섰다.
이선호(오른쪽 둘째) CJ제일제당 경영 리더가 2021년 9월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와 비비고 로고가 새겨진 새 유니폼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이선호(오른쪽 둘째) CJ제일제당 경영 리더가 2021년 9월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와 비비고 로고가 새겨진 새 유니폼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글로벌 영토 넓히는 이경후·이선호

CJ그룹에서는 1985년생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경영리더·임원)과 1990년생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경영리더)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경영리더는 그룹 내에서 ‘포스트 이미경’으로 불린다.

CJ ENM은 2016년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난해 인수한 미국 드라마·영화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와 함께 스튜디오 삼각 편대 체제를 완성했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처럼 장르별로 특화한 다수의 스튜디오를 산하에 두고 뛰어난 K-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전략이다.

이 경영리더는 CJ ENM 엔터테인먼트만의 독보적인 콘텐츠 기획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며 비비고 브랜드와 미국 프로농구팀 LA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주도했다. K-푸드의 세계화와 미래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 수립 업무 전반을 챙기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향후 이경후·이선호 남매가 이재현·이미경 체제를 계승해 남매 경영 체제를 이룰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성환, 사업형 투자회사로 체질 전환

1981년생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도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한층 강화했다. 최 사업총괄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조카다. 최 사업총괄의 이사회 진입으로 지난해 10월 물러난 최신원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SK네트웍스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한 모습이다.

최 사업총괄은 전략적 인사이트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래 유망 영역에 대한 10여 건의 초기 투자를 이끌어 왔다. 블록체인 사업을 회사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키워 가고 있다. 글로벌투자센터 재편과 블록체인사업부 신설을 통해 SK네트웍스의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전통 따라 현장 경험 쌓는 장선익

장선익 동국제강 상무는 철강업계에서 보기 드문 1982년생 MZ세대 경영인이다. 경영전략팀장 시절 중기 경영 계획 체계를 도입하고 총자산순이익률(ROA) 지표를 도입하는 등 동국제강의 수익성 중심 경영 방침의 기틀을 만들었다.

장 상무는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현재 인천공장 생산담당으로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다. 현장을 거치지 않고 본사에서 전략 또는 신사업 발굴을 맡다가 CEO로 승진하는 다른 3~4세 오너 경영인들과 다른 모습이다.

인천 공장은 전기로 제강과 철근 생산 등 동국제강의 핵심 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동국제강은 장경호 창업자 이후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 등 오너 일가 경영진이 현장 경험을 쌓은 후 CEO 자리에 오르는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장 상무는 숙부인 장세욱 부회장을 보좌하며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친환경 철강 체제 전환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