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이은 세계 3위 시장으로…코로나19 확산에도 수입량 전년 대비 7.3% ↑

[비즈니스 포커스-커피특집]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커피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커피 로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신문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커피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커피 로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신문

“평소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는 무엇입니까.”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넨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음료는 단연 커피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2021 식품 소비 행태 조사’에서 커피는 과일 주스·콜라·녹차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국인들의 ‘최애 음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커피를 선택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유별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피 시장으로 등극한 지 오래됐다. 앞선 2018년 유러모니터는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주요 업체 매출액 기준)가 약 43억 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미국(261억 달러)과 중국(51억 달러)에 이은 세계 3위였다.

커피 수입액 ‘연 1조’ 돌파…더 진해진 한국의 ‘커피 사랑’
인구로 따졌을 때 중국(약 14억5000만 명)과 미국(약 3억5000만 명)보다 턱없이 적은 한국(약 5500만 명)이 세계 3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커피는 거의 한국의 소비자들이 즐겨 음용하는 ‘국민 음료’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이후 유러모니터는 한국의 커피 시장과 관련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의 커피 수요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선두권과의 격차는 더욱 좁혀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전년과 비교해 24.2% 증가한 9억1648만 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다. 현재 원·달러 환율(약 1240원)을 고려하면 약 1조1360억원을 커피 수입에 쓴 것이다. 불과 1년 사이 2000억원 넘게 수입액이 증가하며 ‘커피 수입액 1조 시대’를 열었다.

무게로 환산한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전년보다 7.3% 증가한 약 18만9500톤으로 이 역시 역대 가장 높았다.커피, 기호 식품 넘어 일상생활로더 오래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커피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스타벅스 등 해외 커피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며 한국에서 커피 시장이 서서히 싹을 틔웠던 시기로 평가받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커피 수입액과 수입량은 각각 1억1300만 달러, 7만6000톤이었다. 20년 사이 수입액과 수입량은 각각 약 8배, 2.5배 늘었다.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한국을 빗대 ‘커피 공화국’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한국에서 이제 커피는 단순한 기호 식품을 넘어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피 전문점은 소비자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골목 곳곳마다 프랜차이즈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까지 다양한 형태의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직장인들은 출근 전 또는 점심 식사 후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찾는다. 하루에 두세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최근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소비자 그러모으기에 한창인 배경이다.

이를테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거피 전문점 엔제리너스는 매장별 색다른 이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진행 중이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와 협업한 형태의 매장을 잇달아 선보이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커피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SPC는 커피 전문점 못지않은 뛰어난 맛의 커피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빵을 넘어 ‘커피 맛집’으로까지 눈도장을 찍었다.
코로나19 사태로 RTD 수요 급증코로나19 사태는 이른바 ‘홈 카페’ 트렌드를 새롭게 만들었는데 여기에 맞춰 관련 기업들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제품 출시에 열중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커피숍 방문을 꺼리는 이들도 자연히 많아졌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이에 커피 애호가들이 선택한 대안은 매장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혹은 배달하거나 마트나 편의점에서 즉석 음료(RTD : Ready To Drink) 제품을 구매에 집에서 마시는 방법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 따라 RTD 제품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음료류 품목별 국내 판매액(2020년 기준)’ 추이를 보면 ‘커피류(액상커피·조제커피·인스턴트커피·볶은커피)’의 총 음료 시장점유율은 31.64%를 기록하며 1위였다.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점유율 23.46%)를 크게 앞질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RTD 제품은 커피숍 커피와 비교해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홈 카페족을 겨냥해 좋은 원두를 사용한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며 이 같은 편견을 떨쳐냈다”고 진단했다.
커피 수입액 ‘연 1조’ 돌파…더 진해진 한국의 ‘커피 사랑’
매일유업·빙그레·hy(구 한국야쿠르트)가 대표적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최고 등급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사용한 ‘바리스타룰스 그란데’를 출시했다. 바리스타룰스 그란데 아메리카노는 과테말라 최고 등급인 SHB(Strictly Hard Bean) 원두를 사용했다.

SHB는 해발 고도 1400m 이상에서 재배된 원두에만 부여되는 등급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커피 열매가 익는 시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많은 성분이 밀도 있게 응축돼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는 게 매일유업 측의 설명이다.

빙그레는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아카페라’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1년여에 걸쳐 세계 각지의 원두커피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감칠맛이 뛰어나고 향이 풍부한 아라비카 원두가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적정하다는 결론을 얻어 이 같은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Hy는 ‘콜드브루’와 ‘핫브루’ 제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hy의 콜드브루는 ‘더치커피’라고 불리는 고급 커피를 한국 최초 대량 생산한 제품이고 핫브루는 정통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한 원액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RTD 커피 외에도 간편성을 갖춘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찾는 이들도 증가했다. 인스턴트커피의 대명사 동서식품은 자사의 스틱 커피 브랜드 ‘맥심 카누’를 필두로 다양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