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ESG 경영 열풍 또한 기업 평판 관리 위한 노력”

[인터뷰]
“평판 위기, 대응 어설프면 기업 존립 위기로 번집니다”
바야흐로 ‘대이직 시대’, 평판 조회 시장이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다. 사람인·인크루트 등의 채용 플랫폼은 평판 조회 서비스를 론칭해 회원 유치에 한창이고 ‘구직자 커리어 브랜딩 서비스’라는 평판 조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면에 내걸어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좋은 인재를 골라내는 데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평판은 힘이 세다. 비단 인재 채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에 영향력을 미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평점에 따라 주문 여부를 결정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 접속 장애와 SPC 공장 인명 사고 사례처럼 평판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한다.

언론에서 주목받은 대형 사건과 대기업의 사례들을 처리하며 평판 위기 대응에 대한 감각을 익혀 온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에게 평판 관리의 중요성과 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평판 관리는 왜 중요한가요.“‘평판’은 어떤 사람이나 조직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이나 일반적인 평가를 말합니다. 이러한 평판이 모여 개인이나 조직의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죠. 기업이 좋은 평판을 쌓으면 대중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게 되고 이는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사회적 위상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불법이나 부도덕한 행위, 부주의로 인해 평판이 나빠지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외면하게 되고 기업 실적에도 타격을 받게 돼요.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이처럼 평판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개인도 예외가 아니에요. 동료·경쟁자·고객·지인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부정적인 평판이 형성되면 취업이나 이직·비즈니스 등의 사회 활동에서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사회적 정체성인 평판을 관리하는 일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경무크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평판 위기 넘는 법’을 출간한 계기가 있나요.“평판 위기 대응에는 적절한 응급조치가 필요합니다. 잘못된 언론 보도나 인터넷 기사, 동영상 등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고 유포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발표하거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해명 메시지를 게시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경무크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평판 위기 넘는 법’은 위기 발생 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응 방법과 함께 형사 고소, 정정 보도 청구, 손해 배상 등 훼손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소개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평판 관리 원칙과 모범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기업의 경영자, 조직 관리, 홍보, 인사 담당자들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명예 훼손 등으로 억울한 피해를 본 개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출간했어요.”
평판 위기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가요.“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된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입니다. 서둘러 하는 사과나 해명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듭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위기가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률가나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수술을 아무리 잘하는 명의라도 자기 몸을 직접 수술할 수 없는 것처럼 내부자의 시각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한 후 가장 적절한 방법과 수단, 내용을 선택해야 합니다. 위기 대응 방법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시각이 아닌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하고 인간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겸손하며 경청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평판 관리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나요.“소비자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ESG 경영 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입니다. ESG 경영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가치를 고려하는 경영을 말하는데, 비재무적인 가치에서 평판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업이 저지른 불법이나 부도덕한 행위,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 등으로 훼손된 평판은 그 기업의 가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어요. 임직원들의 행동이 기업의 평판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기 때문에 ESG 경영에서 기업 내부 구성원·소비자·주주·사회적 이해관계인들 간의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평판 관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평판 위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나요.“‘예방’과 ‘대응’이 평판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이미 한 번 이슈가 돼 훼손된 평판은 아무리 잘 대응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 내부 구성원 간·소비자나 대중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예방’과 ‘신뢰’, ‘소통’이 평판 위기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Who is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검사로 활동했다. 이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서울특별시 인권침해구제위원회 위원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20년 AI 바우처 사업 총괄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원 ESG 센터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고 컴플라이언스, 기업 내 인권 침해 관련 법률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SG 경영이 확산되는 요즘, 평판 관리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법무법인 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형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정무적인 감각을 쌓았고 위기관리 컨설팅 분야 최고의 실력을 갖춘 로펌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강은영 한경무크팀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