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온라인 성인교육플랫폼 인기
코딩 등 '취업 필수 코스'부터 그림 그리기 등 '취미 생활'까지
스타트업 더해 전통 교육 기업들도 속속 진출

[비즈니스 포커스 ]
사진=각 사 홈페이지
사진=각 사 홈페이지
# 외국계 기업의 F&BO(파이낸스&비즈니스 오퍼레이션즈)팀에 근무하는 A 씨는 출산 휴가 후 업무 복귀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1년여를 쉰 이후의 복귀이지만 빨리 업무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더욱 높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A 씨는 출산 휴가 기간 동안 헤이조이스에서 운영하는 ‘MBA 코스’를 수강해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등 기본적인 재무 관련 스킬은 물론 새로운 프로젝트의 추정손익계산법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A 씨는 “F&BO팀에서 일하면서 막연하게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전문가 강의로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온라인으로 진행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년여간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거치며 성인 교육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의 온라인 성인 교육 시장은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자격증이나 취업 교육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성인 교육 플랫폼들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직무 교육과 재테크 등은 물론 다양한 취미 생활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콘텐츠 또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안방에서 수업 듣는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인기
2010년 설립된 ‘유데미’는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성인 교육 플랫폼이다. 디자인·개발·마케팅 분야는 물론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문 분야 등과 관련해 20만 개가 넘는 온라인 강좌를 진행 중으로 전 세계 학생수 만해도 5700만 명이 넘는다. 2020년 한 해 동안에도 온라인 강의의 등록률이 425% 증가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한 유데미는 2021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2021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온라인 성인 교육 플랫폼이 있다. 하버드를 포함한 전 세계 명문 대학들의 강의를 ‘안방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한 코세라는 2012년 설립 이후 큰 화제를 모으며 성장했다. 고품질의 대학 강의 등을 중점으로 하는 코세라에서는 현재 7000여 개의 강의가 진행 중으로, 현재 전 세계 1억1800만 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다.

글로벌 성인 교육 플랫폼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유데미’와 ‘코세라’가 팬데믹 기간 동안 특히 높은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상황에서 성인 교육 시장은 ‘빠른 디지털화’로 수혜를 본 대표적인 분야다.

전략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2022년 11월 ‘2023년 글로벌 교육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용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2021년 225억 달러에서 2028년 44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3년을 기점으로 증강현실(VR)과 다양한 정보기술(IT)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혼합되며 더욱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은 마찬가지다. 한국의 성인 교육 플랫폼들 또한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크게 성장했다. 한국 성인 대상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대표 주자로 통하는 클래스101·데이원컴퍼니 등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매출액 등이 50~70% 정도 급증했다. 최근 3~4년 사이 다양한 후발 주자 등이 등장하며 성인 교육 플랫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 채용 트렌드의 변화와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직이나 퇴사·창업 후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직무 교육’을 찾고자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채 보다 ‘수시 채용’ 등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 또한 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배경이다.

최근에는 ‘N잡러’ 열풍이 뜨겁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취미나 부업 등을 활용해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마케팅이나 재무 교육 등의 실무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취미를 배우고자 하는 직장인들이 성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온라인 성인 교육 플랫폼의 주사용 층인 20~30대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온라인 교육’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 또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성인 교육 플랫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4년 설립된 데이원컴퍼니는 온라인 직무 교육, B2B 기업 교육, 전문가 노하우 교육, 취업 특화 교육 등을 제공한다. 패스트컴퍼니가 전신으로, 2021년 8월 사명을 변경했다. 데이원컴퍼니는 현재 산하에 4개의 사내 독립 기업(CIC))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전공자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아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 갈 수 있는’ 개발자 직무 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급성장한 패스트캠퍼스, 영상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콜로소, 외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레모네이드, 이직 취업 준비생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스노우볼이다.

2018년 설립된 클래스101은 ‘한국의 유데미’로 통한다.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케이크 디자인’과 ‘아이패드로 인물화 그리는 법’ 등의 다양한 취미 강좌가 개설돼 있다. 글로벌 마케팅 등의 직무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설립 이후 서비스 4년 만에 거래액이 1530%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인 교육 시장 넘보는 전통 교육 기업들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성인 교육 플랫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후발 주자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데, 이들은 특히 교육 콘텐츠를 세분화 혹은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그중 최근 성인 교육 콘텐츠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분야는 단연 ‘코딩’이다. 코드스테이츠·팀스파르타·코드잇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재테크’ 또한 인기를 얻고 있는 과목으로 ‘월급쟁이 부자들’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투자자인 이정환 대표가 운영 중이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홍보하고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다. 이나리 대표가 운영하는 플래너리는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인 ‘헤이조이스’를 통해 다양한 직무 교육 콘텐츠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토스 등의 여성 리더들을 초청해 강연을 마련하기도 한다. 더자람컴퍼니의 ‘그로우앤베터’는 스타트업에 특화된 인재 교육 서비스를 표방한다. '라이브클래스'란 교육 서비스를 운영 중인 퓨처스콜레는 '가장 쉽게 온라인 강의로 수익 만들기' 등 단순한 직무 교육 지식을 넘어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뉴스’나 ‘웹툰’을 기반으로 한 성인 교육 콘텐츠도 등장하고 있다. 참여형 미디어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얼룩소(alookso)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투자한 뉴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를 주제로 내걸고 ‘새로운 정보’와 ‘남다른 통찰력’을 갖춘 필자들이 콘테스트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고품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로서 구독자들에게 ‘교육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설립된 노틸러스는 지식 교양 웹툰 서비스 ‘이만배’를 운영하고 있다. ‘이걸 만화로 배워?’의 약자로 고대 신화, 블록체인, 실용 음악 등 다양한 영역의 교육 콘텐츠를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신생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성인 교육 시장에서 기존의 전통 교육 업체들 또한 ‘변신’을 위해 최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성인 교육 플랫폼들이 구독자를 늘려 가는 동안 9급공무원·공인중개사 등의 수험생 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성인 교육 기업 에듀윌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공무원 열풍’과 ‘공인중개사 인기’ 등에 힘입었던 과거와 비교해 최근 들어 공무원이나 자격증 시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출은 줄곧 감소하는데 광고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영향 또한 컸다. 에듀윌은 최근 들어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등 활로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성인 어학 교육 시장의 대표 분야인 ‘토익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세무사와 회계사 교육 사업에도 새롭게 뛰어들었다. 부동산아카데미 등 재테크 교육 사업도 확대 중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교육 기업들도 성인 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수능 교육의 강자인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해 ‘공단기’ 등을 운영하며 공무원 시장 전문 교육 브랜드로 자리 잡은 에스티유니타스를 인수했다. 한국의 대표 교육 기업인 웅진씽크빅은 2021년 글로벌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유데미’의 한국 독점 사업 계약을 하고 성인 교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