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직전 이뤄진 마지막 언론 공개…도쿄전력 “트리튬 농도, 우려할 수준은 아냐”

[글로벌 현장]
후쿠시마 제 1원전을 방문 취재하고 있는 외신 기자단.(사진=공동취재단)
후쿠시마 제 1원전을 방문 취재하고 있는 외신 기자단.(사진=공동취재단)
기자는 7월 21일 도쿄전력홀딩스와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초청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에 들어가 봤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원전 시설이 국내외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방류 준비를 끝낸 뒤 한국 기자에게 오염 처리수 희석·방류 시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8월 말 오염 처리수를 방류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방류 직전에 이뤄진 마지막 언론 공개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신문은 시찰에 초청된 15곳의 해외 언론 가운데 유일한 경제 신문사였다.

저장 능력 97% 도달한 처리수

처음 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폭발 사고를 일으킨 1~4호기 원자료만 없다면 정리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정유공장 같았다. 서울광장 265개 크기인 원전 부지 4분의 1은 약 1000개의 탱크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사람 크기보다 큰 배관 파이프가 이리저리 연결돼 있었다. 도쿄전력 직원 1200명을 포함해 1일 평균 4250명의 작업원들이 근무한다. 1000여 개의 탱크들은 ALPS로 거른 처리수를 모아 두는 저장고다. 지난 5월 현재 처리수는 133만㎥까지 늘어 저장 능력의 97%에 도달했다. 물탱크를 더 늘렸다가는 폐로 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처리수를 방류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원전 부지의 96%는 별다른 보호 장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다. 다만 이번에 원전을 찾은 취재진은 방사선 농도가 높은 지역까지 둘러보기 때문에 WBC(Whole Body Counter : 전신 방사선 물질량 측정기)와 보호 장비 및 방사선량측정계 착용과 같이 복잡한 입장과 퇴장 작업을 거쳐야 했다. 105분 동안 원전 부지를 둘러보는데 입장과 퇴장 준비만 105분이 걸렸다.

시찰은 ALPS 처리수 희석·방류 설비와 ALPS 설비,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전 1~4호기를 둘러보는 순서로 이뤄졌다.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홀딩스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는 “현장 작업원은 1개월에 0.2~0.3밀리시벨트(1시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량)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연간 노출량이 50밀리시벨트, 5년간 누적 노출량이 100밀리시벨트를 넘기면 5년간 현장 근무에서 제외된다. 도쿄~뉴욕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1밀리시벨트, 위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하면 3밀리시벨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처리수 희석·여과 설비는 원전 5~6호기 앞에 지어졌다. 2011년 폭발 사고 당시 피해를 보지 않은 구역이다. 언덕 위에 희석 전의 처리수를 모아 두는 35개의 최종 저장 탱크가 늘어서 있었다.

바닷가 쪽에는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해수 이송 펌프 3개와 해수 배관 파이프가 설치됐다. 오염 처리수가 흐르는 파이프는 까만색인데 바닷물이 흐르는 파이프는 파란색으로 칠해 구별하기 쉽게 했다. 자동으로 이상을 감지해 처리수의 희석과 방류를 중단시키는 긴급 차단 밸브도 두 곳 설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지시하면 최종 저장 탱크에서 1일 최대 500톤의 처리수를 흘려보낸다. 흘러내려 온 처리수는 해수 배관 헤더에서 해수 이송 펌프로 끌어올린 51만 톤의 바닷물과 섞여 희석된다. 희석된 처리수는 깊이 5m의 상류 수조에 모인다. 상류 수조에 모인 처리수의 리터당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까지 낮아진다. 2011년 폭발 사고 전 후쿠시마 원전의 방류수와 같은 농도다. 일본 정부 배출 기준은 6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기준은 1만㏃다.

상류 수조를 채운 처리수는 깊이 16m의 하류 수조를 거쳐 해저 파이프로 흘러간다. 해저 파이프는 원전 앞바다 1km 앞까지 설치돼 있다. 수심 12m에 설치한 방류 입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방류 입구를 통해 흘러나온 오염 처리수는 바닷물과 섞이면서 더욱 희석되고 주변 2~3km 지역을 제외하면 트리튬 농도는 전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설명이다. 마쓰모토 준이치 도쿄전력홀딩스 ALPS 처리수 대책 책임자는 “처리수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방류 지점으로부터 10km 떨어진 곳부터는 자연계의 트리튬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희석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 일으킨 1~4구역 시찰엔 ‘긴장감’

일본 정부의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IAEA는 7월 4일 최종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오염 처리수 방류 계획은 IAEA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같은 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된 오염 처리수는 해류를 따라 먼저 미국과 캐나다의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간다. 미국과 캐나다의 반응은 어떨까. 일본 정부가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것은 2년 전인 2021년 4월 13일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로 다음날인 4월 14일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산 식료품 샘플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 처리수가 바다에 방류되더라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식품과 미국의 해안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정부가 오염 처리수가 방류되기도 전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즉각 내린 것은 미국의 농수산물에 미칠지도 모르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의 중요한 수출 산업인 농수산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방사능 오염 우려를 사전 차단했다는 것이다. 오염 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한국의 수산물 업제들이 피해를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시찰 가운데 유일하게 긴장감이 흘렀던 장소는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1~4호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데크였다. 이 곳만큼은 방사선량이 61마이크로시벨트까지 치솟았다. 취재진이 데크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20분간만 주어졌다.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1~4호기 주변을 전부 콘크리트로 덮었다. 가장 심각한 폭발을 일으킨 1호기는 원자로 뚜껑이 폭발로 날아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2호기는 가설 커버를 씌운 상태였다. 원자로 데크에 서 보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처리수 방류가 끝이 아니라 끝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완전히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자면 사고 당시 녹아내려 엉겨든 고농도 방사선 찌꺼기인 데브리를 제거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41~2051년 폐로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3호기 내부에 데브리가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데브리 제거 작업에만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11조 엔(약 100조원)으로 예상했던 사고 처리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5월 사고 처리 비용 예상액을 22조 엔으로 두 배 늘렸다. 일부에서는 100조 엔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액수다.

오염 처리수 방류의 정당성을 외신 기자들에게 홍보하려는 목적이었던 만큼 이날 방문 내내 도쿄전력은 안전성과 투명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최종 보관 탱크와 희석을 마친 상류 수조의 처리수 농도를 매일 분석해 공개한다고 강조했다. 방류가 주변 해역에 미치는 영향도 방류 기간 내내 모니터링해 도쿄전력 홈페이지와 포괄적해역모니터링열람시스템(ORBS)을 통해 공개한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105분 머무른 동안 피폭량은 0.01밀리시벨트였다. 치과에서 구강 엑스레이를 1회 찍는 것과 같은 양이다.

도쿄(일본)=정영효 한국경제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