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문에서 빠르게 실력을 발휘하며 순위권에 진입한 신예들은 ‘다크호스’에 선정했다. 경력 만 5년 차 이하인 애널리스트 중에서 10위권 안에 새롭게 진입한 이들이다. 메기는 지난 조사와 비교해 3계단 이상 뛰어오르며 톱5에 진입한 관록의 애널리스트들이다.
여러 증권사에서 골고루 다크호스들을 배출한 가운데 SK증권이 다수(3명)의 다크호스를 배출해냈다. ‘젊은 피’들이 가능성을 뽐내면서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다크호스 중에도 조아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가 두각을 나타냈다. 199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의 애널리스트 경력은 3년 7개월이다. 증권·보험·기타 금융 부문에서 단숨에 4위로 진입하며 경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조 애널리스트의 대표 보고서로는 지난해 10월에 펴낸 ‘금융, 새로운 길을 가다’를 꼽을 수 있다. 은행 지주뿐 아니라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까지 심도 있게 분석한 이 보고서는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유틸리티 부문에서도 ‘미래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기대해볼 만한 신예가 나타났다. 1990년생인 나민식 SK증권 애널리스트다. 5년 경력의 그는 이번 조사에서 쟁쟁한 선배 애널리스트들을 제치고 5위를 기록했다. 나 애널리스트는 “유틸리티 부문에서 깊이 있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보고서를 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SK증권에서는 다크호스가 두 명 더 나왔다. 먼저 설용진 애널리스트는 은행·신용카드 9위를 기록했다. 1994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애널리스트가 된 지는 약 2년 8개월이 됐다. 그는 “은행업의 전반적 업황에 대해 최대한 세세하게 분석하고자 노력한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남효지 SK증권 애널리스트. 토론토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인터넷 서비스, K-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빚어낼 신플랫폼 시대’, ‘게임 소프트웨어-과도기의 답답한 흐름, 희망은 크로스 플랫폼’ 등의 보고서를 펴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에서 눈여겨봐야 할 신예는 또 있다. 6위에 오른 이지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다. 1992년생인 그의 애널리스트 경력은 3년 2개월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보고서는 베테랑 애널리스트 못지않은 깊이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대표 보고서로는 ‘토종 AI가 지키는 국내 인터넷 시장’이 있다.
국내 AI 기업들의 경쟁력과 차별점을 분석하고 이 부분들이 향후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담은 66페이지짜리 장편 보고서다.
경력이 2년 미만으로 아직 ‘신입 티’를 벗지 못한 애널리스트 중에서도 순위권에 당당히 진입한 이들도 있다. 다크호스 중 가장 경력이 짧은 이는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다. 데뷔한 지 1년 4개월밖에 안 됐지만 제약·바이오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운송 8위에 오른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경력은 1년 5개월이다. 1994년생인 그는 대기업에서 약 3년간 근무하다 뒤늦게 애널리스트가 됐다.
명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시장의 화두였던 주제인 항공기 공급 부족, 선박 친환경 규제 강화 등에 대해 썼던 보고서가 기억에 남는다”며 “원인부터 영향, 전망까지 숫자로 볼 수 있게 정리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생활소비재(화장품, 의류 등)·교육 8위에 오른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1년 9개월의 경력을 갖고 있다. 1997년생인 그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오 애널리스트는 “Z세대 애널리스트로서 시장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외에도 박준영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스마트폰·통신장비 10위),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투자전략 10위),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채권 9위), 정형주 KB증권 애널리스트(신용분석 9위)가 톱10에 최초로 진입한 다크호스에 뽑혔다. 단숨에 ‘톱5’ 차지한 메기들 다크호스와 함께 판을 흔드는 ‘메기’도 선정했다. 미꾸라지들이 가득한 어항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의 생명력이 오히려 강해진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집단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메기 효과’에서 따왔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3계단 이상 뛰어오르며 톱5에 진입한 애널리스트를 추렸다. 총 9명의 애널리스트가 빠르게 성장하며 판을 흔들었다.
투자전략 부문에서는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5계단 뛰어오르며 4위에 진입했다. 9년 차 애널리스트인 그는 허심탄회한 보고서로 유명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024년 연간전망 보고서 ‘오프로드’를 펴내며 주식이 가장 좋은 금융자산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스몰캡 부문에서는 대신증권이 약진했다. 대신증권 스몰캡팀은 4계단 뛰어오르며 5위를 기록했다. 이 팀이 새로 꾸려진 지 1년 만에 낸 성과다. 이석영, 한송협, 박장욱 등 젊은 애널리스트가 속한 대신증권 스몰캡팀은 지난해 하반기 ‘놓치지 마세요: 2024년 포트폴리오 필수품’ 보고서를 내며 올해 주목해야 하는 코스닥 종목을 정리했다.
글로벌 투자전략에서도 두 명이 나왔다. 미국·선진국 부문에서는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4계단 상승하며 4위에 올랐고, 중국·신흥국 부문에서는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3계단 뛰며 톱3에 진입했다.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Capex의 시대, 삽질을 주도할 기업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과 설비투자 사이클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와 주식시장에서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특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설비투자 수혜주를 점검하고 소개하며 관련 종목의 투자기회를 분석했다.
정정영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3위에 오르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한발 가까워졌다. 발로 뛰며 작성한 보고서가 그의 무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위기론이 번질 때 중국 현지 탐방을 통해 우려에 대한 실체를 직접 파악했다. 그렇게 나온 보고서가 지난해 10월 발간된 ‘두 발로 쓴 탐방보고서 - 과도한 비관론은 넣어둘 때’다. 그는 2023년 국경절 연휴 이전 중국을 찾아 걱정보다 견조한 중국인들의 소비활동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를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지주 부문에서는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가 3계단 상승하며 톱5에 진입했다. 통상 지주사 종목은 복잡한 사업·지배구조 탓에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해 투자 선호도가 낮았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행동주의 펀드 개입 등 다양한 이슈 속에 최근 지주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9년 차인 최관순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유상증자의 암과 명’을 펴내며 자본조달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의식 필요성과 유상증자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주목을 받았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조사에 비해 6계단 상승하며 생활소비재(화장품, 의류 등)·교육 부문 5위에 안착했다.
엔터테인먼트·관광 부문에서는 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데일리시황 부문에서는 이수정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가 판을 흔들었다. 지난 조사에서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최민하, 이수정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가에서 단번에 톱5 내에 자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ESG 부문에서는 메리츠증권이 3계단 상승하며 4위에 올랐다.
김정우·김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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