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업 전략 혼선이 낳은 인사 조치
정용진 회장 직접 챙기는 리플렉션AI 협업에 전념

신세계는 왜 '그룹 콘트롤타워' 경영전략실장 자리를 비워두게 됐나
신세계가 4둴 29일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을 총괄해온 임영록 사장의 겸직을 해제했다. 임 사장은 2023년 11월부터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경영전략실장을 겸직해왔으나, 2년 5개월 만에 프라퍼티 대표직만 유지하게 됐다. 경영전략실장 자리는 공석이다. 신세계는 "임 사장이 스타필드 청라,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전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혼선에 대한 인사 조치로 보고있다. 신세계는 최근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다수의 기업과 협업을 추진해왔다. 4월 6일에는 임영록 사장이 직접 참석한 자리에서 오픈AI와 MOU를 체결하고, AI 기반 초개인화 고객경험을 실현해 AI 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열흘 만에 협업을 취소했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리플렉션 AI'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오픈AI 협업 논의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공표한 전략을 극히 짧은 시간 안에 번복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혼선이 인사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픈AI 협업 중단이 반드시 잘못된 판단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월
마트 역시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협업을 발표했지만, 올해 3월 계약을 해지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정확도가 떨어지고 자사 사업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자체 개발로 선회한 것이다.

월마트의 선례가 있었던 만큼 신세계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MOU를 발표한 뒤 곧바로 철회한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현재 AI 협업은 정용진 회장이 직접 관장하고 있다. 정 회장이 특히 힘을 싣고 있는 리플렉션 AI는 2024년 2월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이오안니스 안토노글루와 미샤 라스킨이 공동 창업한 오픈소스 기반 AI 플랫폼 기업이다. 최근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약 29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 80억 달러 대비 약 6개월 만에 2.5배 이상 뛰었다.

주목할 점은 리플렉션 AI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인 1789캐피탈이다. 이 벤처투자기업에는 정 회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경영전략실은 인사, 재무, 개발 등을 총괄하고 계열사를 관리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그 수장인 경영전략실장은 쉽게 교체하지 않는 자리다. 잦은 교체는 중장기 전략의 연속성을 해치고,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며, 계열사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임 권혁구 사장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재임했다. 임 사장의 2년 5개월은 이례적으로 짧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