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한림원, 제27차 환경정책심포지엄 개최
K-ESPR 제도화 방향과 산업 전환 전략 논의
정부·산업계·학계 한자리에 모여 순환경제 대응 방안 모색

환경한림원, 환경정책심포지엄 개최…에코디자인·ESPR 대응 해법 모색
전 세계 순환율이 6.9%에 머물고 자원 확보가 곧 경제안보가 된 '순환경제 2.0' 시대에 발맞춰,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한국환경한림원(Korea Academy of Environmental Science, KAES)이 7월 1일 개최한 '제27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한국형 에코디자인(K-ESPR) 도입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며, 규제 샌드박스 확대와 디지털 제품여권(DPP) 대응 등 데이터 기반의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글로벌 순환경제 체제 확산과 유럽연합(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 시행에 대응해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한국형 에코디자인(K-ESPR)의 제도화 방향을 점검하고, 산업계의 대응 전략과 정책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공동 기획한 임지원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은 "순환경제는 글로벌 공급망과 연계된 ESG 정책의 핵심 방향"이라며 "순환자원인 재생원료와 부산물의 글로벌 이동 및 교역 활성화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은 김재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됐으며,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과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축사를 통해 순환경제 전환과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허탁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전 한국환경한림원 회장)는 '순환경제가 재편하는 글로벌 산업질서 - 에코디자인, ESPR과 글로벌 순환성 규범의 부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허 교수는 순환경제가 환경정책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산업질서를 재편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전 세계 순환율은 6.9%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소재의 추출과 가공 과정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순환경제는 더 이상 사후 규제가 아닌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에코디자인 규정(ESPR), 디지털 제품여권(DPP)이 상호 연계되면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시한 '순환경제 2.0'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폐기물의 순환자원화, K-ESPR 및 디지털 제품여권 대응, 재활용률 중심 정책에서 가치보존과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로의 전환, 전과정평가(LCA) 기반 제도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맹학균 자원재활용과장이 '한국형 에코디자인(K-ESPR) 추진계획'을 소개했다. 맹 과장은 기존 선형경제 구조와 플라스틱 재활용의 한계를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설계인 에코디자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ESPR 제도화가 2025년 9월 국정과제 채택 이후 본격 추진되고 있으며, 2026년 4월 에코디자인 포럼 출범을 계기로 신법 제정 또는「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개정 등 다양한 입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에코디자인 포럼을 제도화 포럼과 품목별 포럼으로 운영해 섬유·의류, 타이어, 전기전자제품,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별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제조업계와 재활용 업계가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전 기후변화대사)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안전실장,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장,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이사, 김훈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 ESG 사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지혜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에코디자인 정책의 흐름을 설계(Eco-Design), 원료(Materials), 산업육성(Support), 디지털(Digital)의 네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그는 EU를 비롯해 일본, 미국, 중국이 제품과 포장재, 공급망 규제를 통합적인 시장 진입 기준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에코디자인 기반의 전주기 관리와 고품질 순환원료 시장 조성을 통해 실질적인 순환고리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거버넌스, 협력체계,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정임 실장은 철강이 대표적인 순환경제 소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철스크랩 닫힌고리 재활용, 철강 슬래그와 폐타이어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전기차 폐배터리 확산에 따른 신규 철스크랩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순환자원 인정 기준 확대, 규제 샌드박스 개선, 순환경제 특례구역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완제품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유해물질 정보는 디지털 제품여권(DPP)을 통해 원료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녹영 센터장은 순환경제와 에코디자인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산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고품질 순환자원 부족과 재생원료 가격 상승, 데이터 관리체계 구축 부담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며, 업종별 단계적 도입과 EU ESPR과의 정합성 확보, 범부처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한경 대표는 EU의 ESPR이 순환성과 전략적 자율성(Open Strategic Autonomy)을 함께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에코디자인이 단순한 친환경 설계를 넘어 자원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산업전략이라며,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거버넌스 구축과 규제 샌드박스, 순환경제 특화 금융 지원을 통해 투자 가능한 순환경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훈태 사무국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시대에 K-ESPR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U 등 주요국과의 상호인정 체계 구축과 함께 원료 생산부터 소비, 재활용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민관 통합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기업이 '원팀(One-Team)'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연철 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학계와 산업계, 연구기관, 정부가 함께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방안을 논의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오늘 제시된 다양한 정책 제안과 산업계 의견이 유기적으로 반영돼 우리나라 순환경제 전환과 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환경한림원은 환경보전에 크게 기여한 환경인을 발굴·지원하고 환경 분야 학술연구와 국제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11년 11월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한국환경한림원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단체로, 복합적인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 연구와 정책 제언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환경리더스포럼, 환경정책심포지엄, 환경원탁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국내외 주요 환경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미래 환경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