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0년 뒤인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다시 비트코인과 디지털자산을 커버스토리로 다룹니다.
요즘 비트코인을 가장 열심히 다루는 곳은 아마도 월가일 겁니다. 2017년 비트코인을 ‘자금세탁 지수’라 불렀던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몇 년 뒤 ‘디지털 금’이라 고쳐 불렀고, 블랙록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합니다.
2025년 7월 블룸버그 집계로 이 ETF는 연 1억8720만 달러(약 2500억원)의 운용보수를 벌어 자산이 8배 큰 블랙록의 S&P500 ETF를 앞질렀습니다. 보수가 0.03%와 0.25%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신념이 아니라 수수료를 믿는 겁니다.
비트코인이 한때 고점 대비 반토막 넘게 떨어진 올해도 미국 현물 ETF에서 빠져나간 돈은 순액으로 현재 자산의 1% 안팎입니다. 믿음은 흔들려도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은 남았습니다.
더 묘한 장면도 있습니다. 블랙록은 지난 7월 큰손의 비트코인을 ETF 주식으로 바꿔주는 최소 규모를 100만달러(약 13억원)로 낮췄고 이렇게 들어온 코인이 50억달러(약 6조6800억원)를 넘습니다. ‘신뢰할 제3자’를 우회하려 태어난 자산이 월가의 수탁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월가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의 첫 이름은 ‘전자 현금’이었습니다. 백서 제목부터 그랬습니다. 그러나 2017년 평균 거래수수료가 한때 50달러(약 6만7000원)를 넘어서면서 일상적 결제수단이라는 꿈은 크게 흔들렸고 두 번째 이름 ‘디지털 금’이 왔습니다. 희소하고 발행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으며 어느 한 나라의 통화정책에서도 벗어나 있으니 그럴듯했고 월가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 금값은 64%가량 뛰었지만 비트코인은 6% 넘게 떨어졌습니다. 현금이라는 이름은 2017년에 흔들렸고 금이라는 이름도 2025년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요. 주식에는 발행주체가 있고 채권과 예금에는 갚을 상대가 있으며 금은 실물입니다.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실물이 아닌데도 누구의 부채가 아니고, 디지털 정보인데도 특정 기업이나 정부에 대한 청구권이 아닙니다. 기존 금융의 자산 분류표에 새 칸을 요구하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물론 새롭다는 것은 가치의 보증이 아니라 위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금흐름도, 수천 년의 수요 역사도 없으니 적정 가격을 잴 자가 없습니다.
새것은 처음엔 옛것의 이름을 빌립니다. 자동차도 한때 ‘말 없는 마차’였습니다. 한국에서도 가상통화, 가상자산, 디지털자산이라는 이름이 차례로 쓰여왔고 이제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고쳐 가상자산을 ETF 기초자산에 넣으려 합니다. 기존의 자산 분류만으로 다루기 어려웠다는 방증입니다. 질문은 이제 허용할 것이냐를 넘어 운용사와 증권사, 수탁기관이 어떤 시장을 만드느냐로 넘어갑니다.
어쩌면 지난 17년 동안 우리는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보다 무엇과 닮았는지를 찾아왔는지도 모릅니다. 10년 전 지면에서 만났던 그 낯선 물건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현금도 아니고 금도 아닌 것. 비트코인은 그냥 비트코인이었습니다.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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