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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 since 1995~2025 한경BUSINESS

  • 원칙과 현실 사이…갈팡질팡하는 정부·정치권[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③]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 없는 지식산업센터 물량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던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불과 5일 만에 폐기됐다. 이로써 투자목적의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는 다시 한번 좌절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한 데다 수분양자들의 피해와 고통이 막심한 탓이다.수분양자들과 지식산업센터 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에 업종 확대, 용도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매매와 실사용 수요를 조금이나마 늘리려는 것이다.정부는 이에 발맞춰 규제를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투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방안은 기존의 제도를 뿌리째 흔든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숙과 쌍둥이지식산업센터는 여러모로 생활형숙박시설과 공통점이 많다. 부동산 호황기에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을 받았던 점이나 각종 규제가 많은 주택 대체 상품으로 부상했던 점에서다.건축법 12조에 따라 조성되는 생활형숙박시설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과 장기체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주로 관광지나 도심에 위치해 부동산 시장에선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상품으로 여겨졌다. 원룸~투룸 구조의 소형 타입을 마치 오피스텔처럼 편법으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었다.사업시행자는 공사비가 많이 드는 지하주차장 면수가 아파트나 오피스텔 대비 적고 복도폭이 좁아 분양면적을 넓힐 수

    2025.03.10 07:33:55

    원칙과 현실 사이…갈팡질팡하는 정부·정치권[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③]
  • 오피스텔 가면 쓴 기숙사, 왜 ‘우후죽순’ 늘었나[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②]

    지식산업센터 공실 폭탄은 ‘주택 수 산정 제외’, ‘대출 최대 90%’, ‘임대수익 보장’ 등 홍보문구와 함께 이어진 대규모 분양의 결과였다.신기루 같은 분양홍보와 달리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는 자격부터 입주 가능 업종, 입주자의 의무까지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실수요자인 기업이 분양을 받아야 하는 특수한 상품이다.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법 규제를 따돌리려는 ‘꾼’들이 언제나 존재했다. 정해진 환경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시행사는 준공업지역과 산업단지 내에 최대한 크게 건물을 짓고 면적을 잘게 쪼개 시장에 내놓았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받았다.일부 분양 상담사들은 수분양자들에게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단지 내 기숙사에 대해 아예 오피스텔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기숙사가 오피스텔로실제로 최근 분양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장 흔한 피해사례는 “오피스텔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 지원시설인 사원용 기숙사가 분양되는 과정에서 오피스텔로 둔갑했다. 투자자들이 수요가 안정적인 주거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겨냥한 수법이다.‘라이브오피스’, ‘오피스텔형 기숙사’라는 이름으로 계약자를 모으기도 했던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는 입주기업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공급된다. 따라서 일반 임대사업자가 아닌 지식산업센터 입주업체가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며 미분양일 때만 일반 임대인이 분양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계약을 맺은 수분양

    2025.03.10 07:31:50

    오피스텔 가면 쓴 기숙사, 왜 ‘우후죽순’ 늘었나[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②]
  • 수만 채 쏟아진 지식산업센터…피해 투자자, 자금 압박에 극단적 선택까지[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①]

    “회원 중에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분도 계시다. 스트레스가 심각해 완치됐던 암이 재발한 사례도 있다. 매달 내야 할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지식산업센터 사기분양 전국 비상대책위원회 이용재 부위원장이 말했다.부동산 시장에선 “원수에게 추천하라”고 알려진 몇 가지 상품이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고위험 투자처는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며 조합원을 모집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서,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점차 “은행 이자보다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양 상가, 분양형 호텔 등 일명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아갔다.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2020~2021년에 대거 분양했던 지식산업센터의 문제가 심각하다. 한때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분양이 성황을 이뤘던 만큼 피해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단지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며 투자자 다수는 거품이 빠진 ‘공실 투성이’에 직면한 상태다.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전국 지식산업센터 수는 315곳으로 단지당 100호실 규모만 돼도 3만 호실이 넘는다. 이에 따라 피해 수분양자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장년층이나 은퇴자들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피해자 연령층도 20대 초반부터 70~8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일각에선 “그저 웃돈을 받으려던 투기 세력들이 손실을 입은 것뿐”이라며 비난하는 여론도 높지만, 현실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례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식산업센터도 불완전 판매, 또는 사기분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저 오피스텔인 줄

    2025.03.10 07:27:02

    수만 채 쏟아진 지식산업센터…피해 투자자, 자금 압박에 극단적 선택까지[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①]
  • 美 증시, '빅쇼트'의 전조인가…월가에 퍼지는 붕괴론 [미국 증시 붕괴론①]

    2007년 월가의 화려한 마천루 사이에서 몇몇 괴짜 투자자들이 이상한 징후를 감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작은 균열이 거대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은 시장의 광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옳았다.그리고 지금. 2025년의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 숫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을 암시하고 있다.현재 미국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다다르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도 끈적하게 남아 있으며, 트럼프와 갈등을 보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은 시장에 더 이상 확신을 주지 못한다. 최근 수년간 미국 증시를 이끈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조차도 압력을 받고 있다.지난 금요일(2월 21일)엔 S&P500 지수가 1.7% 하락했다. 2% 미만의 하락은 시장에 경고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Fed가 금리 동결을 시사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자 중국 딥시크가 미국의 AI 서사를 뒤흔들었을 때보다도 더 큰 낙폭이었다.‘둑이 무너지는 것은 개미 구멍 때문’이라고 했다. 작은 문제가 방치되다가 결국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이날 증시 하락을 이끈 건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였다. 지난해 4월 ‘고물가 충격’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경제성장 둔화와 물가상승. 불쾌한 이중고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몇몇 월가의 거물들은 “진짜 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빅쇼트(The Big Short)’ 속 한 장면에 서 있는 것이라면…. “2025년 최악의 날”“트럼프 취임 이후 최악의 한주”지난 2월 21일(현지 시간) 주말을 앞둔 금요일 미국

    2025.03.03 09:45:52

    美 증시, '빅쇼트'의 전조인가…월가에 퍼지는 붕괴론 [미국 증시 붕괴론①]
  • 美 증시 변동성 속 ‘줍줍’…“3월 다시 상승 전환” [미국 증시 붕괴론②]

    야수의 심장을 가진 용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것인가.최근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서학개미들은 밤새 ‘줍줍’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증시 하락세에도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자 국내 일부 증권사는 해외증시에 상장된 3배 초과 레버리지 ETF 상품의 신규 매수 중지에 나섰다. 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져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일부에서는 증시 붕괴론과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는 극소수 의견에 불과하다.국내 대다수의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일시적인 조정일 뿐, 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Fed의 금리인하 가능성, AI 기술 발전, 기업 실적 개선 등이 상승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월, 다시 상승 전환”미국 증시의 단기적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일시적 조정 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는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자금 이동과 스타일 전환으로 일시적 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중국 시장의 급부상이 미국 증시의 수익률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상향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시장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2월 중순 미국 증시가 역사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견고한 투자 심리

    2025.03.03 09:10:32

    美 증시 변동성 속 ‘줍줍’…“3월 다시 상승 전환” [미국 증시 붕괴론②]
  • 워런버핏의 '피맥 파티'가 의미하는 것[3월 주식시장 키워드③]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③]매해 2월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시장에 공개된다.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사나 헤지펀드, 연기금, 은행, 보험회사가 매 분기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13F에 낱낱이 공개된다.마지막 분기의 공시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이를 펼쳐놓고 새해를 맞이하느라 바빠진다. 자본은 불균형하고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시장은 불공정하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의 신호를 가장 먼저 읽는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한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수 있다. 1.워런 버핏피맥 파티가 의미하는 것워런 버핏의 장바구니에 피자와 맥주가 추가됐다. 5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금융주는 대거 처분했고 S&P500 지수를 추종하던 ETF는 전량 매도했다.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자 그가 ‘미국의 경기하락’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벅셔해서웨이의 지난 4분기 주식(상장 기업 지분)의 총 가치는 3540억 달러에서 2720억 달러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주주 서한을 통해 "내가 현금 자산을 우량 기업 (주식)투자보다 선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난해 초부터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고 말해온 버핏은 지난해 4분기 딱 한 종목만 신규 매수했다. 모델로, 코로나 등 멕시코산 맥주 브랜드의 미국 사업권을 쥐고 있는 ‘컨스텔레이션 브랜즈’다. 벅셔는 4분기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주식을 12억4000만 달러가량 인수했다. 보유 비중은 0.47%로 높지 않지만 벅셔가 지난 4분기 유일하게 새로 담은 종목이다. 벅셔의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인수를 두고 다양한 해

    2025.02.25 08:23:15

    워런버핏의 '피맥 파티'가 의미하는 것[3월 주식시장 키워드③]
  • “제2 딥시크·팔란티어 찾아라”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②]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 ‘트럼프, 외국인, AI 소프트웨어.’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꼽은 3월 이후 핵심 투자 키워드다. 이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외국인 수급 변화, 그리고 AI 소프트웨어 성장세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가장 큰 리스크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목하며 무역 분쟁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을 도피처로 추천했다. 3월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며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을 유망 투자처로 제시했다. 또한 연초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 쇼크’ 이후 AI 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① 트럼프를 피하라소프트웨어, 미디어, 게임투자전략 전문가들의 첫째 변수는 트럼프다. 한국 증시가 트럼프발 악재를 가격에 선반영했다 하더라도 트럼프는 여전히 최대 변수다.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국의 보복관세와 통상마찰 우려는 여전히 지수 변동성 확대의 리스크”라고 말했다.지뢰가 있다면 피해가야 하는 법. 전문가들은 무역 분쟁 이슈에서 자유로운 업종을 투자처로 추천했다. IT 서비스, 엔터·미디어, 인터넷·게임, 헬스케어 업종 등이다.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미디어, 게임 등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 가운데 이익 전망치가 개선된 업종이 유망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단, 3월 말부터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매도 재개 시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된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주목해야 할 것은 4월 중 발표될

    2025.02.24 07:12:01

    “제2 딥시크·팔란티어 찾아라”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②]
  • 코스피 3000, 결국 삼성전자에 달렸다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①]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조롱받던 국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전쟁국보다 못하다’던 코스피가 올 들어 세계 증시 톱5 수익률을 기록하며 반전을 만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가볍게 제쳤고 미국 증시보다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강한 흐름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의견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여전히 박스피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투자 심리는 복잡하다. ‘국장은 안 된다’는 개인의 불신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3월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대체거래소(ATS)가 첫선을 보이고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다시 돌아온다.반등과 변동성의 갈림길, 증시는 어느 쪽으로 움직일까. 3월 코스피 2350~3000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3월 코스피 밴드로 최저 2350~최고 3000을 제시했다.증권사별 코스피 예상 밴드는 대체로 2500~2800선이다. NH·키움·삼성증권은 최대 2750선을 제시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했고 메리츠증권은 2810까지 상단을 높여 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인 3000을 제시하며 강한 상승을 기대했다.시작은 좋다. 지난 2월 19일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약 5개월 만에 2670대로 올라섰다. 장중엔 2% 넘게 뛰어 2680.70을 기록했을 정도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좋다. G20 국가 중 한국 증시의 수익률 순위는 상위권이다. G20 국가의 주식시장 성과를 MSCI가 발표하는 달러 기준 지수를 활용해 비교한 결과 1월엔 3위, 2월엔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위였다. ‘전쟁국보다 낮은 수익률’이란 오명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2025.02.24 07:05:01

    코스피 3000, 결국 삼성전자에 달렸다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①]
  • ‘핫플’도 못 피한 경기 불황, ‘꼬마빌딩 투자’ 성공 공식 깨지나[불황의 시그널③]

    “요즘 영업하기에 분위기가 정말 안 좋다. 오늘도 트럼프가 관세를 매긴다는 기사가 쏟아지지 않았나?”아직은 인적이 뜸한 2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 상권에서 만난 사업가 A 씨가 말했다.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A 씨가 지인과 통화를 하고 있던 곳은 깔끔한 통창으로 빈 내부가 보이는 한 꼬마빌딩 앞이었다. A 씨는 “이 건물도 공사가 다 끝난 지 몇 달 된 것 같은데 아직 공실이다”라고 설명했다.신사동 가로수길을 대체하며 급성장하던 강남 ‘핫플레이스’ 세로수길 상권에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찾아보기 어렵던 1~2층 상가 공실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있다. 공실 없기로 유명하던 강북 핫플레이스 마포구 연남동도 마찬가지다.공실의 양상도 평소와는 다르다. 통상 임차인들은 시설이 노후화되지 않은 새 건물을 선호하는데 공실이 난 근린상가 대부분이 최근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거친 새 건물이다. 대부분 통으로 비어 있는 가운데 깔끔하게 마감된 벽면과 유리창에는 임차 문의를 할 수 있는 연락처나 공인중개사무소 이름이 적힌 현수막 등이 붙어 있었다.지난 3~4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은 물론 금리인상 여파에도 건재했던 서울 강남, 강북 대표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당장 공실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 상권 역시 불황의 조짐은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신규 창업할 임차인이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은다.자연스레 해당 지역에 신규 투자한 건물주들의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투자금만큼 비싼 임대료를 받기가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버티고 있는 기존

    2025.02.18 08:27:09

    ‘핫플’도 못 피한 경기 불황, ‘꼬마빌딩 투자’ 성공 공식 깨지나[불황의 시그널③]
  • 가차숍은 붐비고, 학원은 텅 빈다…'썰물의 시대' 접어든 한국[불황의 시그널5]

    [커버스토리 : 불황의 시그널5]“썰물이 오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워런 버핏이 2001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온 내용이다. 시장이 호황이고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엔 잘 보이지 않았던 위기의 실체가 불황이 오면 드러난다는 의미다. 자산이나 종목에 비유한 말이었지만 이를 국가 경제에 대입해도 유효하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갔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부채로 이자 부담이 높아진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줄었다. 감소폭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대였다.“한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내수로만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한국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썰물의 시대, 한국 경제 불황의 시그널 5가지를 정리했다.  1. 지난해 학원 5000개 매물로“개원 2년 미만 학원 내놓습니다.”국내 학원 관계자 26만 명이 가입한 한 카페에 학원 직거래 게시글이 급증했다. 지난해 학원 직거래 매매 관련 글만 5208건이 올라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3450건)보다 50% 많다.  학원가 관계자들은 내수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가계 ‘최후의 보루’였던 교육비까지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서울 강남구에서 10년 넘게 영어학원을 운영 중인 주미영 씨는 “현재 중학생과 고등학생까지는 출산율이 높았던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대치동, 강남 등을 제외하고는 학원 운영난이 심화하고 있다”며 “지방뿐만 아니라 송파나 목동에서도 다

    2025.02.17 09:21:47

    가차숍은 붐비고, 학원은 텅 빈다…'썰물의 시대' 접어든 한국[불황의 시그널5]
  • AI 가격 혁명의 방아쇠인가 vs 버블론 점화할 기폭제인가 [딥시크, 딥쇼크⑤]

    [딥시크, 딥쇼크]  설 연휴를 휩쓴 딥시크 쇼크는 각국 정부 기관의 ‘금지령’에 일단락 된 듯 하다. 그러나 딥시크발 차이나 쇼크가 남긴 숙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 전방위에서 ‘제2 딥시크 쇼크’가 계속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럼 그렇지”라고 안심하는 순간, ‘made in china’의 공습이 시작된다.“미국 기술 산업에 경종을 울릴 만한 일이다.”미국이 이름조차 생소했던 중국 스타트업에 한 방 먹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월가와 산업계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에 대해 “더 적은 비용으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효과가 입증된 것(챗GPT)을 복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딥시크 모델을 평가절하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행보는 태연한 말과는 영 딴판이다. 트럼프는 즉각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을 불러 면담했다. 올트먼 역시 한국, 일본, 인도 등 세계 각지를 빠르게 돌며 미국 AI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비싼 AI에 대한 의문이, 워싱턴에서는 무역제재 효과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G2 전쟁이 오히려 ‘중국을 성장시킨 게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환희와 공포의 월요일지난 1월 31일(현지 시간) 트럼프와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만났다. 거물급 경제계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취임식 날에도 보이지 않던 젠슨 황이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전에 예정된 만남이었으나 업계에선 ‘딥시크 쇼크’에 따른 만남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다. 트럼프는 좋은

    2025.02.10 09:10:44

    AI 가격 혁명의 방아쇠인가 vs 버블론 점화할 기폭제인가 [딥시크, 딥쇼크⑤]
  • 우리가 몰랐던 중국…“미국 내 AI 인재, 절반이 중국인” [딥시크, 딥쇼크④]

    [딥시크, 딥쇼크④]설 연휴를 휩쓴 딥시크 쇼크는 각국 정부 기관의 ‘금지령’에 일단락 된 듯 하다. 그러나 딥시크발 차이나 쇼크가 남긴 숙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 전방위에서 ‘제2 딥시크 쇼크’가 계속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럼 그렇지”라고 안심하는 순간, ‘made in china’의 공습이 시작된다. “혁신 기술을 완성하는 건 대부분 빅테크예요. 그런데 중국 기업들의 시차가 빅테크와 얼마 나지 않습니다. AI의 진보 속도가 월등히 빠릅니다.”지난 1월 17일 ‘CES 2025’를 다녀온 직후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AI는 기술을 향상시키며 진보에 들어섰고 한국의 AI는 환경 변화에 따라가는 진화에 가까운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상당수의 중국 기업이 미국 대사관의 발급 거절로 발도 들이지 못했던 CES 현장이었다. 스파이칩 이슈로 제재를 받은 화웨이, 틱톡금지법으로 주목 받은 바이트댄스, 펜타곤 블랙리스트에 오른 DJI,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가 불참했다.그럼에도 참가의사를 밝힌 중국 기업만 총 1339개, 전체의 27.8%에 달했다. 고 센터장은 “미국 내 AI 인재, 절반이 중국인”이라며 2019년 29%에서 지금의 47%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로 미국의 첨단기업 및 첨단기술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전 세계에 중국산 제품의 폭격이 시작된 건 지난 2018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순간부터였다. 그해 7월엔 중국산 수입품 340억 달러어치에 25%의 추가 관세를

    2025.02.10 08:51:04

    우리가 몰랐던 중국…“미국 내 AI 인재, 절반이 중국인” [딥시크, 딥쇼크④]
  • “두더지 게임…미국이 때릴수록 제2 딥시크 더 나온다” [딥시크, 딥쇼크③]

    설 연휴를 휩쓴 딥시크 쇼크는 각국 정부 기관의 ‘금지령’에 일단락 된 듯 하다. 그러나 딥시크발 차이나 쇼크가 남긴 숙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 전방위에서 ‘제2 딥시크 쇼크’가 계속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럼 그렇지”라고 안심하는 순간, ‘made in china’의 공습이 시작된다.   “마치 ‘두더지 게임’과 같다. 중국은 우회할 방법을 찾는다. 그 예가 딥시크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월 29일(현지 시간)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겠냐’는 테드 버드(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말했다.두더지가 구멍에서 랜덤으로 튀어나오듯 아무리 잡아도 다른 곳에서 살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때리면 때릴수록 제2 딥시크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마불사 중국의 ‘AI 굴기’가 시작됐다. AI마저 가성비600만 달러(80억원).딥시크가 주장한 추론 모델 R1의 개발 비용이다. 오픈AI의 챗GPT-4 훈련 비용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빅테크는 최첨단 LLM 모델을 훈련하는 데 수억 달러를 썼다. AI 스타트업의 초기 시드 투자 규모는 보통 100만~500만 달러다. 600만 달러는 초기 스타트업이 기술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소규모 모델을 훈련하는 데 적절한 규모였다.세계가 놀란 것도 이 지점이었다. 챗GPT에 맞먹는 고효율의 LLM 모델을 선보이면서도 딥시크-R1은 파격적인 수준으로 개발비용을 낮췄다. 딥시크 측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미국의 기술 제재로 고성능 AI 칩을 수입하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낸 기술혁신이었다. 

    2025.02.10 08:50:18

    “두더지 게임…미국이 때릴수록 제2 딥시크 더 나온다” [딥시크, 딥쇼크③]
  • “소프트웨어 패배주의 만연”...한국, 빅테크 '간택'만 기다린다[딥시크, 딥쇼크②]

    1%. 한국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동안에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존재감은 1%에 머물러야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가트너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국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점유율은 1.2%였다. 이탈리아, 스페인에 뒤처진다. 브라질과 같은 수준이었다. ‘IT 강국’이라 믿었던 한국의 성적표는 다양한 분야에서 초라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에 따르면 한국은 2군에 해당하는 ‘AI 안정적 경쟁국가’다. 미국, 중국, 캐나다, 싱가포르, 영국 5개국만 ‘AI 선도국가’다. 한국은 특히 AI 운영 환경에서 35위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 기술 ‘전면전’을 치를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AI, 양자컴퓨팅 기술은 매년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일본 일간지 닛케이가 세계 3대 AI 학회의 채택 논문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저자 수 순위에서 중국 기업·대학은 상위 100개 기관 중 31개를 차지하며 미국(37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민간 투자도 크게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IT, 자동차 등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최근 10년 사이 10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 상위 2000위 내 기업 수는 2013년 119개에서 2023년 524개로 4.4배 불어났고 화웨이 투자액은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시대’ 2군으로 밀려난 이유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는 하드웨어로 몰렸다. 그 결과 이공계 인재는 하드웨어

    2025.02.10 07:34:14

    “소프트웨어 패배주의 만연”...한국, 빅테크 '간택'만 기다린다[딥시크, 딥쇼크②]
  • "반도체 이어 AI까지 '식칼신공'"…중국산 딥시크, 게임체인저 될까[딥시크, 딥쇼크 ①]

    엔비디아의 최신 GPU ‘H100’은 8700만원(6만 달러)에 거래된다. 반도체 하나가 고급 승용차 한 대와 맞먹는다. 출고가격은 3만~4만 달러지만 구하기 힘들어서 실거래가격은 두 배로 뛴다.이걸 최소 1만6000개는 쏟아부어야 챗 GPT나 라마 같은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 이후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이나 유지 비용은 별도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AI 거대언어모델(LLM)의 발전은 AI 알고리즘의 진화가 아니라 반도체 기술의 진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빠른 행렬 곱셈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생성형 AI가 탄생했기 때문이다.미국 빅테크가 AI 개발을 위해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매년 투자 계획을 상향하는 이유다. 더 좋은 반도체를 더 많이 집어넣을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기술 패권을 잡을 수 있다고 믿어온 시장이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이 공식을 깼다. 고성능칩이 아니라 저렴하지만 성능은 떨어지는 H800을 딱 2048개만 써서 챗GPT 수준의 AI 모델을 내놨다.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1만6000개나 사지 않아도 된다는 걸 딥시크가 증명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17% 폭락했다.  화웨이 칩을 활용한 딥시크그간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온 미 정부는 물론 AI 개발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던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딥시크는 모델 실행 단계인 추론에 화웨이 칩(어센드 910C)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한 방 맞은 분위기다. 한국 대표 기업들은 미국 빅테크에 ‘간택’당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2030세대 140명이 모인 중국의 스타트업 하나가 판을 뒤집었다

    2025.02.09 15:43:02

    "반도체 이어 AI까지 '식칼신공'"…중국산 딥시크, 게임체인저 될까[딥시크, 딥쇼크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