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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반USA”…트럼프가 불지핀 분열 [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②]
[커버스토리 : 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②]“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약속은 깨졌다.지난해 7월 유세장에서 총격을 받고도 기적처럼 살아난 도널드 트럼프는 피습 사건 다음 날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문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그는 “이것은 나라 전체, 나아가 세계 전체를 함께 뭉치게 할 기회”라며 상대편을 향한 공격에서 ‘통합’을 내건 메시지로 고쳐 썼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사회가 분열될 것이란 우려가 클 때였다. 그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국의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취임 두 달, 약속은 깨졌다.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전반을 겨냥한 시위가 곳곳에서 확산 중이다. 거리로 나온 미국3월 한 달 동안에만 최소 9개 주의 테슬라 매장에서 총격과 기물 파손이 잇따랐다. 트럼프는 이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3월 29일을 ‘테슬라 글로벌 행동의 날’로 선포하며 전 세계 테슬라 매장을 향한 동시 시위를 예고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단지 전기차 회사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시위대의 시선은 분명하다.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축적한 재산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그를 멈추기 위해 테슬라와 싸운다.”저항은 테슬라에서 끝나지 않았다. 워싱턴DC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4월 5일 진보 진영은 전국 동시 시위를 예고했다. 주최 측은 “트럼프와 머스크는 이 나라가 자기들 소유라고 믿고 있다”며 “세상이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지
2025.03.31 0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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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경제였잖아”…MAGA는 어디에 [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①]
[커버스토리 : 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①]“지금 시장은 혼돈 그 자체예요.”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북부 교외에 위치한 베타스틸의 대표 스콧 번스타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은 우려를 전했다. 베타스틸은 미국과 캐나다 철강 공장에서 공급받은 와이어 코일을 가공·납품하는 업체로 생산 제품의 절반을 자동차 회사에 납품한다.그는 도널드 트럼프 집권 후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으로 철강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뿐 아니라 주식시장 참가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으로 인해 취임 후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민주당에서 등돌리게 만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계란값이 치솟아 해외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다.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인기는 집권 초임에도 급속히 떨어졌으며 미국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흥이라더니”…러스트벨트의 분노트럼프를 다시 백악관에 불러들인 건 먹고사는 문제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유권자들은 도덕적 가치보다 눈앞의 경제 문제에 내 삶을 개선해 줄 트럼프를 선택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계속된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에 지친 이들은 ‘MAGA’를 외치는 트럼프가 이 고통을 끝낼 것이라 믿었다.그러나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경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동맹국을 향한 관세전쟁은 주식시장의 조정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왔다. 이는 트
2025.03.31 07: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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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 [커버스토리]
백악관 역사상, 아니 전 세계 대통령 역사상 가장 짧은 ‘허니문’일지 모른다. 대통령 재임 초기 6개월은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의 허니문 기대감은 단 두 달 만에 막을 내리는 듯하다.‘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며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지금 분위기는 정반대다.유권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지속된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에 지쳐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 흔들리고 있다.자해적 관세정책은 증시 조정과 인플레이션 불안을 더욱 키웠고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벨트마저 관세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오랜 동맹국인 캐나다와 유럽도 등을 돌렸다. 세계 곳곳에서 ‘반(反)USA’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쟁을 부추기고 핵무기 경쟁을 가속화하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종말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은 변화와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부를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한다.트럼프 소용돌이가 전 세계를 뒤집는 사이 한국도 격변의 한가운데 서 있다. 탄핵 심판을 앞둔 정국은 긴장감이 고조되며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각기 다른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치적 불안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정채희·김영은 기자[커버스토리 : 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바보야 문제는 경제였잖아”…MAGA는 어디에 [혼돈의 미국 그리고 한국①]반트럼프, 반USA…트
2025.03.31 06: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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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쏘공'에 왜 우리까지”…‘부글부글’ 끓는 용산·잠실 민심[혼돈의 부동산②]
[혼돈의 부동산]또 ‘강·서·송·용’(강남·서초·송파·용산)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을 해제하던 2022년 11월에도 이들 지역은 여전한 투기과열지구로 살아남았던 곳이다.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 “규제지역이 곧 나라에서 찍어 준 투자처”라는 역설이 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진입한 강남3구와 용산은 ‘상승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곳’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물론 이는 장기적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 주택시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갑작스레 잠·삼·대·청을 강·서·송·용으로 확대해버린 결정에 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갈아타기’ 등 개인 사정으로 단시일에 아파트를 매도하고자 했던 소유주들은 큰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더구나 “옆 동네는 지정이 안 됐다”거나 “다른 곳보다 저렴한데 규제 대상이 됐다” 등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심리는 불만을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 달여간의 해제기간 동안 단꿈을 꾸던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도 실망하긴 마찬가지다. 매수 먼저 했다가 ‘패닉’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크게 불만이 표출되는 지역은 잠실과 용산이다. 용산 주민과 투자자들은 갑자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됐다는 당혹감에, 잠실 집주인들은 껄끄러운 규제가 지속된다는 분노로 인해 비판 여론이 높다.가장 큰 피해자는 예비 매도인들이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매수세는
2025.03.22 06: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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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카오스… ‘강·서·송·용’은 어떻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됐나[혼돈의 부동산①]
[혼돈의 부동산]1월 14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 검토 중입니다.”2월 12일 “잠실, 삼성, 대치, 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하겠습니다.”3월 10일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검토하겠습니다.”3월 19일 “강남 등 지역의 투기적 거래가 증가해 허가구역을 재지정하겠습니다.” 최근 2개월여간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느닷없는 토지거래구역 해제로 투기에 불을 붙이더니 한 달 만에 이를 철회하며 사과했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야심찬 정책이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왔다. 손바닥 뒤집는 듯 정책을 변경하는 무능함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규제 대상은 오히려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3구 일부 아파트였지만 3월 24일부터는 강남·서초·잠실 전체 아파트와 용산 소재 아파트까지 확대됐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2022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쌓여간 미분양과 중견 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 경기침체에도 연초부터 오르던 강남 집값은 ‘강남 불패론’을 강화하며 최근 들어 상승폭을 키워갔다. 기세등등한 강남의 상승세가 도미노처럼 서울 내 인근 지역으로 퍼졌다. 서울시의 지난 결정이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세를 불러온 결정적인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 연착륙’이라는 정부의 오랜 정책 목표와 어긋나자 정부가 나서 불을 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
2025.03.22 06: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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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에서 반면교사로…독일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왜 다시 독일인가②]
[커버스토리 : 왜 다시 독일인가②] 2010년대 초반 한국은 독일에 열광했다. ‘독일식 히든 챔피언’ 모델과 강한 제조업 경쟁력은 한국이 선망하는 모델에 가까웠다. 정치권도 ‘우리의 미래는 독일처럼’이라며 독일식 개혁을 외쳤다.신문 1면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경제 신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축구까지도 독일 전차군단이 한국의 롤모델이었다. 독일의 기업, 정책, 교육, 스포츠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한국의 롤모델처럼 보였던 때였다.10년 후 유럽 경제의 엔진이었던 독일이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하면서 독일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사이 독일은 자동차산업 침체, 방위산업 경쟁력 하락, 친환경 정책과 난민 정책의 부담,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에너지난까지 겹치며 경제·안보·정치적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여기에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떼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연합(EU) 최강국인 독일은 더 이상 미국의 우산에만 기댈 수 없게 됐다. ‘자강(自強)’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제 한국은 다시 독일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롤모델이 아니라 반면교사의 모델이다. 저성장, 저출산, 제조업 중심 경제, 미국과 중국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 에너지 자원 부족까지 한국과 꼭 닮은 독일의 현주소를 살폈다. #. 2월 14일 독일 뮌헨에서는 유럽의 자존심에 균열이 가는 순간이 찾아왔다. 뮌헨 안보회의 연단에 선 미국 부통령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는 단호한 목소리로 유럽을 향해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새로 마을을 지키러 온 신규
2025.03.18 10: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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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가 급등의 비밀, 재정 긴축 풀고 군비 확충 [왜 다시 독일인가①]
[커버스토리 : 왜 다시 독일인가①] 미국 등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이 독일 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독일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DAX지수는 연초 대비 16%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반면 ‘MAGA’를 외친 미국의 S&P500지수는 최근 상승분을 반납하며 –1.8% 하락했다.수년간 미국 시장 대비 부진했던 독일 증시가 올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 대표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주가는 같은 기간 80% 이상 폭등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유럽연합(EU) 시가총액 ‘톱10’ 기업 중 독일 기업은 하나(SAP)뿐이었지만 지금은 지멘스, 도이치텔레콤까지 포함되며 국가별 비중 1위로 올라섰다.시장의 열기와 달리 독일 경제는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독일 정부는 올해 0.3% 성장을 예상했지만 독일산업연합(BDI)은 마이너스 0.1% 성장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의 강자에서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는 조롱을 받아온 독일. 이 독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의 각성지난 2월 말 독일의 차기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살폈다. 재무장관이 건넨 보고서는 암울했다. 독일 경제는 2년째 침체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 4년간 1300억 유로의 예산 부족이 예상됐다.그로부터 몇 시간 뒤 미국 백악관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질책하며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는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했다. 메르츠는 결단을 내렸다. “독일이 변해야 한다.”3월
2025.03.17 08: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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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현실 사이…갈팡질팡하는 정부·정치권[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③]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 없는 지식산업센터 물량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던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불과 5일 만에 폐기됐다. 이로써 투자목적의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는 다시 한번 좌절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한 데다 수분양자들의 피해와 고통이 막심한 탓이다.수분양자들과 지식산업센터 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에 업종 확대, 용도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매매와 실사용 수요를 조금이나마 늘리려는 것이다.정부는 이에 발맞춰 규제를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투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방안은 기존의 제도를 뿌리째 흔든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숙과 쌍둥이지식산업센터는 여러모로 생활형숙박시설과 공통점이 많다. 부동산 호황기에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을 받았던 점이나 각종 규제가 많은 주택 대체 상품으로 부상했던 점에서다.건축법 12조에 따라 조성되는 생활형숙박시설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과 장기체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주로 관광지나 도심에 위치해 부동산 시장에선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상품으로 여겨졌다. 원룸~투룸 구조의 소형 타입을 마치 오피스텔처럼 편법으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었다.사업시행자는 공사비가 많이 드는 지하주차장 면수가 아파트나 오피스텔 대비 적고 복도폭이 좁아 분양면적을 넓힐 수
2025.03.10 07: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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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가면 쓴 기숙사, 왜 ‘우후죽순’ 늘었나[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②]
지식산업센터 공실 폭탄은 ‘주택 수 산정 제외’, ‘대출 최대 90%’, ‘임대수익 보장’ 등 홍보문구와 함께 이어진 대규모 분양의 결과였다.신기루 같은 분양홍보와 달리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는 자격부터 입주 가능 업종, 입주자의 의무까지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실수요자인 기업이 분양을 받아야 하는 특수한 상품이다.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법 규제를 따돌리려는 ‘꾼’들이 언제나 존재했다. 정해진 환경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시행사는 준공업지역과 산업단지 내에 최대한 크게 건물을 짓고 면적을 잘게 쪼개 시장에 내놓았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받았다.일부 분양 상담사들은 수분양자들에게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단지 내 기숙사에 대해 아예 오피스텔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기숙사가 오피스텔로실제로 최근 분양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장 흔한 피해사례는 “오피스텔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 지원시설인 사원용 기숙사가 분양되는 과정에서 오피스텔로 둔갑했다. 투자자들이 수요가 안정적인 주거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겨냥한 수법이다.‘라이브오피스’, ‘오피스텔형 기숙사’라는 이름으로 계약자를 모으기도 했던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는 입주기업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공급된다. 따라서 일반 임대사업자가 아닌 지식산업센터 입주업체가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며 미분양일 때만 일반 임대인이 분양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계약을 맺은 수분양
2025.03.10 0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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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채 쏟아진 지식산업센터…피해 투자자, 자금 압박에 극단적 선택까지[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①]
“회원 중에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분도 계시다. 스트레스가 심각해 완치됐던 암이 재발한 사례도 있다. 매달 내야 할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지식산업센터 사기분양 전국 비상대책위원회 이용재 부위원장이 말했다.부동산 시장에선 “원수에게 추천하라”고 알려진 몇 가지 상품이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고위험 투자처는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며 조합원을 모집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서,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점차 “은행 이자보다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양 상가, 분양형 호텔 등 일명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아갔다.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2020~2021년에 대거 분양했던 지식산업센터의 문제가 심각하다. 한때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분양이 성황을 이뤘던 만큼 피해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단지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며 투자자 다수는 거품이 빠진 ‘공실 투성이’에 직면한 상태다.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전국 지식산업센터 수는 315곳으로 단지당 100호실 규모만 돼도 3만 호실이 넘는다. 이에 따라 피해 수분양자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장년층이나 은퇴자들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피해자 연령층도 20대 초반부터 70~8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일각에선 “그저 웃돈을 받으려던 투기 세력들이 손실을 입은 것뿐”이라며 비난하는 여론도 높지만, 현실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례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식산업센터도 불완전 판매, 또는 사기분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저 오피스텔인 줄
2025.03.10 07: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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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빅쇼트'의 전조인가…월가에 퍼지는 붕괴론 [미국 증시 붕괴론①]
2007년 월가의 화려한 마천루 사이에서 몇몇 괴짜 투자자들이 이상한 징후를 감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작은 균열이 거대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은 시장의 광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옳았다.그리고 지금. 2025년의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 숫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을 암시하고 있다.현재 미국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다다르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도 끈적하게 남아 있으며, 트럼프와 갈등을 보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은 시장에 더 이상 확신을 주지 못한다. 최근 수년간 미국 증시를 이끈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조차도 압력을 받고 있다.지난 금요일(2월 21일)엔 S&P500 지수가 1.7% 하락했다. 2% 미만의 하락은 시장에 경고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Fed가 금리 동결을 시사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자 중국 딥시크가 미국의 AI 서사를 뒤흔들었을 때보다도 더 큰 낙폭이었다.‘둑이 무너지는 것은 개미 구멍 때문’이라고 했다. 작은 문제가 방치되다가 결국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이날 증시 하락을 이끈 건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였다. 지난해 4월 ‘고물가 충격’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경제성장 둔화와 물가상승. 불쾌한 이중고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몇몇 월가의 거물들은 “진짜 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빅쇼트(The Big Short)’ 속 한 장면에 서 있는 것이라면…. “2025년 최악의 날”“트럼프 취임 이후 최악의 한주”지난 2월 21일(현지 시간) 주말을 앞둔 금요일 미국
2025.03.03 09: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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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변동성 속 ‘줍줍’…“3월 다시 상승 전환” [미국 증시 붕괴론②]
야수의 심장을 가진 용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것인가.최근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서학개미들은 밤새 ‘줍줍’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증시 하락세에도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자 국내 일부 증권사는 해외증시에 상장된 3배 초과 레버리지 ETF 상품의 신규 매수 중지에 나섰다. 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져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일부에서는 증시 붕괴론과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는 극소수 의견에 불과하다.국내 대다수의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일시적인 조정일 뿐, 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Fed의 금리인하 가능성, AI 기술 발전, 기업 실적 개선 등이 상승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월, 다시 상승 전환”미국 증시의 단기적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일시적 조정 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는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자금 이동과 스타일 전환으로 일시적 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중국 시장의 급부상이 미국 증시의 수익률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상향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시장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2월 중순 미국 증시가 역사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견고한 투자 심리
2025.03.03 09: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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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버핏의 '피맥 파티'가 의미하는 것[3월 주식시장 키워드③]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③]매해 2월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시장에 공개된다.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사나 헤지펀드, 연기금, 은행, 보험회사가 매 분기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13F에 낱낱이 공개된다.마지막 분기의 공시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이를 펼쳐놓고 새해를 맞이하느라 바빠진다. 자본은 불균형하고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시장은 불공정하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의 신호를 가장 먼저 읽는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한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수 있다. 1.워런 버핏피맥 파티가 의미하는 것워런 버핏의 장바구니에 피자와 맥주가 추가됐다. 5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금융주는 대거 처분했고 S&P500 지수를 추종하던 ETF는 전량 매도했다.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자 그가 ‘미국의 경기하락’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벅셔해서웨이의 지난 4분기 주식(상장 기업 지분)의 총 가치는 3540억 달러에서 2720억 달러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주주 서한을 통해 "내가 현금 자산을 우량 기업 (주식)투자보다 선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난해 초부터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고 말해온 버핏은 지난해 4분기 딱 한 종목만 신규 매수했다. 모델로, 코로나 등 멕시코산 맥주 브랜드의 미국 사업권을 쥐고 있는 ‘컨스텔레이션 브랜즈’다. 벅셔는 4분기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주식을 12억4000만 달러가량 인수했다. 보유 비중은 0.47%로 높지 않지만 벅셔가 지난 4분기 유일하게 새로 담은 종목이다. 벅셔의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인수를 두고 다양한 해
2025.02.25 08: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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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딥시크·팔란티어 찾아라”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②]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 ‘트럼프, 외국인, AI 소프트웨어.’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꼽은 3월 이후 핵심 투자 키워드다. 이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외국인 수급 변화, 그리고 AI 소프트웨어 성장세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가장 큰 리스크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목하며 무역 분쟁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을 도피처로 추천했다. 3월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며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을 유망 투자처로 제시했다. 또한 연초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 쇼크’ 이후 AI 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① 트럼프를 피하라소프트웨어, 미디어, 게임투자전략 전문가들의 첫째 변수는 트럼프다. 한국 증시가 트럼프발 악재를 가격에 선반영했다 하더라도 트럼프는 여전히 최대 변수다.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국의 보복관세와 통상마찰 우려는 여전히 지수 변동성 확대의 리스크”라고 말했다.지뢰가 있다면 피해가야 하는 법. 전문가들은 무역 분쟁 이슈에서 자유로운 업종을 투자처로 추천했다. IT 서비스, 엔터·미디어, 인터넷·게임, 헬스케어 업종 등이다.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미디어, 게임 등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 가운데 이익 전망치가 개선된 업종이 유망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단, 3월 말부터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매도 재개 시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된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주목해야 할 것은 4월 중 발표될
2025.02.24 0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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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 결국 삼성전자에 달렸다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①]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조롱받던 국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전쟁국보다 못하다’던 코스피가 올 들어 세계 증시 톱5 수익률을 기록하며 반전을 만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가볍게 제쳤고 미국 증시보다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강한 흐름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의견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여전히 박스피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투자 심리는 복잡하다. ‘국장은 안 된다’는 개인의 불신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3월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대체거래소(ATS)가 첫선을 보이고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다시 돌아온다.반등과 변동성의 갈림길, 증시는 어느 쪽으로 움직일까. 3월 코스피 2350~3000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3월 코스피 밴드로 최저 2350~최고 3000을 제시했다.증권사별 코스피 예상 밴드는 대체로 2500~2800선이다. NH·키움·삼성증권은 최대 2750선을 제시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했고 메리츠증권은 2810까지 상단을 높여 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인 3000을 제시하며 강한 상승을 기대했다.시작은 좋다. 지난 2월 19일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약 5개월 만에 2670대로 올라섰다. 장중엔 2% 넘게 뛰어 2680.70을 기록했을 정도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좋다. G20 국가 중 한국 증시의 수익률 순위는 상위권이다. G20 국가의 주식시장 성과를 MSCI가 발표하는 달러 기준 지수를 활용해 비교한 결과 1월엔 3위, 2월엔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위였다. ‘전쟁국보다 낮은 수익률’이란 오명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2025.02.24 0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