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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인데 치킨 먹어도 되나요?” [2호선 수필집]
[한경잡앤조이=백윤희 매니저] “백수인데 치킨 먹어도 되나요? 돈도 못 버는데.”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이런 말은 들을 때마다 마른오징어 불에 오그라들듯이 가슴이 찌릿하다. 후다닥 달려가 “진짜 괜찮으니 걱정 그만하고 치킨 먹은 다음에 산책도 다녀오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괜찮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나는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뭐든 다 안 괜찮다고 결론 내릴 때가 많았다. ‘교촌 허니콤보 먹고 싶은데 백수가 한 끼로 2만 원을? 머리 자르고 싶은데 백수가 감히 미용실을? 청바지를 사고 싶은데 백수가 옷을 사? 올리브영 갔더니 3CE 틴트 너무 예쁜데 백수가 무슨 화장품?’ 이런 흐름이었다. 평소 마인드가 ‘가는 데 순서 없다’ 인데도 3개월 이상 백수로 지내면서 저렇게 바뀌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합리화하고 타협하면서 살긴 했다. 가끔(집에 아무도 없을 때) 치킨도 시켜 먹고, (편의점 택배함으로 주문해 몰래 가져오는 식으로)야금야금 옷도 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존감 깎아 내려가면서 타협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장담컨대 가끔 한 끼로 2만 원 쓴다고 해도 될 게 안 되진 않았을 거란 말이다.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면 2만 원이나 쓰는 거네, 구직지원금으로 통신비랑 교통비 내야 하는데 식비로 2만 원을 쓴다니, 백수 주제에 사치 아닌가, 만약에 내가 한 달에 200만 원 벌면 월급의 1%나 쓰는 거네, 근데 난 월급 받을 회사도 없지, 진짜 무능력하다” 이렇게 걱정의 흐름을 계속 따라가지 말자. 걱정은 삶의 동반자다. 그러니 최대한 짧게 하고 그다음을 생각
2022.03.18 09: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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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살이 3년차, 밤낮없이 ‘서태지’와 만나다 [레드브릭 하우스 스토리]
[한경잡앤조이=김민경 밀리의서재 매니저] 겨울이 끝났다. 한파가 계속 되어 수도관이 동파될까봐 겨울 내내 노심초사하던 것도 이제 끝이다. 꽤 다사다난했던 첫 번째 겨울에 비하면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그동안 몇 차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이제 좀 주택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어느덧 주택살이 3년차, 주택에 오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첫 번째는 LP를 들을 때다. 결혼 전 본가에 부모님과 오빠가 모아둔 LP가 있었는데, 그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겐 구시대적 유물 그 자체였다. 그런데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문득 LP 생각났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20년 된 레트로한 집에 레트로한 취미가 잘 어울리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제야 본가에 가서 먼지 쌓인 LP들을 뒤져보니, 이문세, 김추자, 서태지와 아이들 등등, 세월 속 명반들이 있었다.(힙하다 힙해!) 작동법도 모르는 내가 LP에 턴테이블, 스피커까지 한꺼번에 모셔와 듣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신세계가 펼쳐졌다. 아날로그 음질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늦은 시간 눈치 보지 않고 듣는 음악의 맛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한 면을 다 듣고 판을 뒤집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참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주말에 집콕할 때 버티게 해준 오할 정도는 LP 덕이라 하겠다. 층간소음 걱정을 덜게 된 건 정말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아파트에 살 때는 늦은 시간, 청소기나 세탁기를 돌리기가 눈치 보였다. 퇴근하고 오면 집안일이 쌓여 있지만 소리가 크지 않은 것 위주로 처리해야 했다. 그땐 늦은 밤에 하는 샤워도 신경이 쓰였으니···. 지금은 확실히 삶의 질이 달라졌다. 1, 2층으로 공간 분
2022.03.14 13: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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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일잘러가 좋은 엄마가 되기 힘든 이유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친구들과 갈등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와중에 아들이 다른 친구를 밀었던 모양이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누구보다 친구를 좋아하고 잘 지내던, 기관에 적응이 빠르고 과격하지 않아 여자아이들과 잘 어울리던 아들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일에 몰입하는 자들의 숙명그쯤이었다. 긴 휴일을 보내면 얼른 유치원에 가고 싶다던 아이, 유치원에서 너무너무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 몰입하기도 하고 기관생활을 즐거워하던 아이가 등원 셔틀을 탈 때마다 엄마 등뒤로 숨어 가지 않으려고 했던 때 말이다. 나는 1남2녀의 막내였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막내에게 부모님이 기대하는 것은 언니, 오빠와 같은 수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사랑받는 것이 너무 당연한 막내의 운명에 유일한 결핍은 ‘뛰어남에 대한 인정’ 이었다. 이미 공부를 잘하는 언니, 오빠를 거쳐간 부모님에게 어지간한 학업성취나, 재능은 감흥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이러한 성장 배경 때문인지, 타고난 성향이었는지 나는 ‘스스로 일을 만드는’ 사람이었고 어떤 집단에 속하든 목표를 정한 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또한 스스로 불안했다. 이러한 성향이 스타트업을 만나면 증폭이 되는데, 대개의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업무와 솔루션을 본인이 찾아서 해야 하는 환경에서 어떻게든 그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에게 회사는 판을 깔아주는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시기 회사는 중요한 신규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전사회의를 다시 시작하며 내외부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외부적으로는
2022.03.11 09: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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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내 삶의 방향을 찾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
[한경잡앤조이= 에누마 김은파]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 중 하나를 골라 펼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더 생생한 경험도 많이 했지만, 어릴 적 책을 통해 했던 그 ‘여행’에는 나름의 특별함이 있었던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데다, 머릿속에 그려볼 때 실제보다 더 멋있거나 맛있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이제는 언제 읽었는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여전히 기억 속 어딘가 남아 있다가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밤하늘의 별을 모두 훔친 도둑의 이야기라든가, 자신의 황금 깃털을 하나씩 뽑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 준 새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말이다.이렇게 일찍부터 책과 친해졌고, 생활에서든 학업에서든 읽고 쓰는 일이 어렵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가 깨달은 건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낮은 문해력으로 인해 생활에서 여러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처음으로 크게 느꼈던 것은 2012년 이집트에서였다.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선거 운동 벽보를 보면 후보의 이름 옆에 별, 사다리, 저울처럼 알아보기 쉬운 그림들이 있었다. 글을 읽지 못 하는 사람들이 후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의 문해율이 70%를 좀 넘는 것을 생각할 때, 인구의 약 4분의 1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2022.03.10 11: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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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오늘도 I was a car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한경잡앤조이=유복치] “초식녀라고 들어봤어요? 건어물녀라고 하기도 한다는데 쉽게 말하면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말해요. 딱 상담자분 본인이 그래요. 이성은 별로 관심 없죠?”어느 날 사주를 보러 간 자리였다. 사주야말로 동양 통계학 즉 오리엔탈 빅데이터의 총체이자 타고난 본성을 파악하는 하나의 도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 삶은 자유의지로 선택해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해온 나였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참고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지만, 초식녀, 그것도 이성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은 쉽사리 동의할 수 없었다. 타고난 유리멘탈 개복치인 나는 대충 상황을 얼버무렸다. “아..ㄴ..네… 초..초식… 동물이 더 오래 살던가요? 하하…”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생각해도 아리송했다. 취미는 입덕, 특기는 덕질인 내게 좋아하는 것은 세상천지에 널려 있었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나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였다. 설렘이 시작되면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나와의 공통점을 음미하며, 차이점을 통해 반대가 끌린다는 이론에 무한 지지를 보내다가 “나랑 결혼해줄래”를 흥얼거리는 인간 군상의 자화상이 나란 말이었다. 그런 내가 초식녀라니…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한 증거들은 생활 곳곳에도 남아있었다. 매달 작고 소중한 월급이 아주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는 주택청약통장도 그 중 하나다. 주택청약통장은 경제관념이 제로에 수렴하던 대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아니지 운명처럼 내 손으로 들어왔다. 때는 내 생애 첫 풀메이크업을 하고 난생처음 제대로 된 옷을 차려입은 졸업
2022.03.08 09: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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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이론을 교육하는 방법, 스타트업에서 배우다 [찐 팀장의 굿 초이스]
[한경잡앤조이=진태인 집토스 전략교육팀장]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걷는 스타트업. 그런 분야를 가르치는 스타트업 교육담당. 오늘은 스타트업 교육자의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본래, 스타트업은 기존 답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새로운 관점으로 도전한다. 당연히 비슷한 길을 걸은 사람이 적다. 만약 있다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미 성공해서 레드오션이 되었거나, 이미 실패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부동산 스타트업은 99% 이상이 개인사업자인 시장에서 빅데이터와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태동했다. 내가 처음 접했던 2017년은 아직 프롭테크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였다. 부동산 매물 수집과 고객 서비스 프로세스를 전산 솔루션화 한 선례가 없었다. 당연히 그 솔루션 활용법과 영업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내가 그런 교육을 하게 되었다.사실, 스타트업에서는 교육 담당이라고 따로 보직이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일반적으로 소규모인 스타트업 특성상 교육 담당은 따로 적혀 있지 않고 ‘할 줄 아는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이다. 혼자서 다 할 줄 아는 ‘능력집약형(?) 인재’의 특성상 한 명이 일당백으로 각종 업무를 해결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세상에 없었던 분야를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먼저 만든 사례가 없기에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이 중요한 지 모르는 상태로 배워가며 개발이 되었다. 프로그램을 고쳐가며 쓰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런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육 담당자는 교육 자료를 매주 수정해야 했다. 유인물을 다시 출력하고, 현장에서는 예전 버전을 배운 학습자들의 질문이 매주 이어졌다.
2022.03.07 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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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게임 평균 연령대 14.5세, 03년생도 세대차이 느낀다 [열아홉, 떡잎부터 남다른 나는 ‘보리’]
[한경잡앤조이=이치우 레드브릭 인턴사원] 요즘 메타버스가 대세다. 뉴스 기사에도 여러 기업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03년생인 나는 메타버스 기업인 ‘레드브릭’에서 게임 개발자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 개발자라고 하면 다소 생소한 직종으로 느껴지지만 쉽게 말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한다. 갓 성인이 된, ‘요즘 세대’의 내가 처음 바라본 메타버스는 새롭지 않았다.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유저 간의 소통, 그리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 등 메타버스의 특징적인 요소들은 수많은 게임에서 이미 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숙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메타버스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게 아니라 게임 회사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레드브릭에 입사하고서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게임과 메타버스의 가장 큰 차이는 콘텐츠와 소통, 이 두가지 요소에 대한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유저들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소통을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유저들의 경우 소통을 위해 콘텐츠를 이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가 아닌 개발자인 나도 플랫폼 내에서 활발한 소통을 해야 했다. 실제로 유저들의 빠른 피드백 덕분에 도움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서버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어야 해서 멀티로 할 수 있는 오목을 만들었는데, 실수로 테스트를 끝 마치기 전에 공개해 버렸다. 버그 덩어리 게임이 출시된 꼴인데 오목 돌이 안 나오는 버그부터 서버 매칭 관련 버그 등 많은 버그를 유저들에게 제보 받아 빠르게 마무
2022.03.03 1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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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에게 동아줄이 된 K-의료 이야기 [이제는 K-의료 시대]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외국인 환자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한줄기 동아줄과 같다. 지난해 8월, 뇌종양을 진단받고 시력을 잃어가던 카자흐스탄 출신 환자에게 우리는 한국에서 보내 준 동아줄이 되었다.이 환자는 갑자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뇌 수막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뇌 수막종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뇌 수막에 생긴 종양인데, 다행히 악성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종양이 뇌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시신경을 누르고 있었고, 크기도 상당히 컸다. 치료를 위해 현지에서 제일 유명한 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러시아의 유명한 신경외과 교수에게도 백방으로 문의했지만 모두 포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뇌종양을 제거할 때 주변의 신경이 손상되어 후유증을 겪을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이다.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던 그녀는 의사인 지인을 통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 병원을 연결해 주는 회사(하이메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이메디와 연결됐다. 그 소식을 접한 우리는 뇌종양 수술로 유명한 병원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녀가 현지에서 받은 검사 영상과 소견서 등을 모두 전달받아 의료진에게 전달했고 병력을 최대한 자세히 확인해 20분간의 원격 진료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한국에서는 수술 가능합니다”원격진료 전 환자의 검사 자료를 보고 온 의료진은 수술 가능 여부가 가장 궁금했을 그녀를 위해 이 문장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 말을 들은 환자 본인만
2022.03.02 09: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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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인턴 하면서 3년 간 반백수로 보낸 나 [2호선 수필집]
[한경잡앤조이=백윤희 매니저] 말 그대로 1년에 한 회사에서만 인턴 하기를 거의 3년 동안 했다. 첫 인턴은 5개월 체험형 인턴이었다. 체험형은 계약한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회사를 나와야 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 어울리는 인턴이라는 신분으로 5개월이나 일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인턴과 공부를 병행하고 정규직 자리도 틈틈이 지원하는 갓생(God(신)+生, 훌륭한 삶)을 살며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겠지’가 두 번째 생각이었다.이렇게 내 첫 사회생활, 커리어 패스 시발점이 생겼다. 이 체험형 인턴이 끝나고 이듬해 다른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어 커머스에서 3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이어 인턴사원으로 들어 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1년에 n개월씩만 일하며 3년간 반백수 혹은 그냥 장기 백수 생활을 했다. 백수 첫 해에는 2월에 졸업하고, 6월에 시작한 인턴이 11월에 끝났는데 ‘한 달이면 취업하겠지’, ‘졸업한 해에 취업하는 거면 나쁘지 않다’는 위안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6개월을 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열심히 살지 않았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3년의 기간 동안 지원한 회사 42개, 서류합격 6개, 최종 합격 3곳이 끝이다. 최종 합격 중 정규직 채용은 한 번도 없다. 그 와중에 철칙은 또 있어서 정말 가고 싶은 회사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았다.첫 인턴이 끝난 후 무료 취업 컨설팅을 받은 적 있는데 상담사가 하루에 몇 군데에 지원하느냐고 물었다. 난 그런 게 정해져 있어야 하냐고 답했다. 일주일에 최소 10개 공고에는 지원해야 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셔서 알았다고 했다. 가고 싶
2022.02.28 09: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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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 모빌리티 플랫폼 혁신을 준비하는 김성준 플랫폼 본부장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그린카는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회사로 꾸준히 성장하는 곳입니다. 업무 지식과 개인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소통과 배려죠.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우면서 회사와 직원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 그린카입니다.” 1994년 금호렌터카 개발자로 시작해 28년 간 모빌리티 분야에서 개발 직군의 노하우를 쌓아 온 김성준(54) 그린카 플랫폼본부장의 올해 계획은 남다르다. 10여 년 간 써 왔던 그린카 시스템을 고객 맞춤형 차세대 시스템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변화는 대고객 시스템뿐만이 아니다. 직원들 개개인의 밀도 높은 면담을 통해 시스템이 필요했던 업무들 중 단순 반복 업무 등의 불편성을 대폭 개편하고, 업무 프로세스 기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보다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마트한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소통과 배려를 기본으로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김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올 1월부터 차세대 시스템 구축, 혁신에 돌입했다. 기존과 어떻게 바뀌는지 설명해 달라. “작년부터 기획하고 올 1월부터 시스템 혁신을 시작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따라 기존 시스템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노후화도 됐다. 그래서 일에 대한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2021년 초부터 PI를 진행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고, AWS(Amazon Web Services) 기반으로 신규 솔루션을 적극 적용해 유연하고 확장성 높은 시스템으로 탈바꿈 될 것으로 기대한
2022.02.24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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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根本)없는 BAR ‘무근본’을 차린 이유 [재욱이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한경잡앤조이=이재욱 성수미술관 대표] 여러분에게 꿈 그리고 도전이란,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선 도전을 해야한다. 번지점프나 롤러코스터 타기가 꿈이라면 다소 우스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커다란 두려움 때문에 엄청난 도전을 해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일지도 모른다. 물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계곡에서 다이빙하기, 합격하기 어려운 자격증 따기, 요리에 재주가 없는 사람이 맛있는 요리 만들기, 다룰 줄 모르는 악기 연주하기 등등 세상엔 수많은 도전거리들이 있고 그건 누군가에겐 어쩌면 꿈일지 모른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도전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많은 꿈을 이루며 살아간다. 어린 아이가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두발자전거를 처음 성공하는 순간도 모두 도전의 연속이다. 나는 여행 유튜버에서 뷰티 스타트업, 그리고 드로잉카페 '성수미술관', 그리고 후술할 위스키바 '무근본'까지. 여행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수 100만명의 채널이 되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아직은 유니콘 기업이 되지는 않았지만, 위스키바 ‘무근본’이 대단히 유명해 지진 않았지만, 그건 모두 나의 소중한 꿈이었기에 도전했으며 나는 그 꿈들을 이뤄냈다. 그 중 오늘은 나의 작은 아지트, 위스키바 '무근본' 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한다.어릴 적, 누구나 막연히 꿈꿔보는 것들이 있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올 것 같은 '나무 위에 통나무집 만들기',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세계일주떠나기', '빌게이츠 같은 부자되기'.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나무 위에 통나무집 만들기'는 통나무집의 무게를 버틸 만한 크기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내 소유의
2022.02.23 13: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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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현모양처를 꿈꿨던 나는 왜 워킹맘이 되었나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육아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자유의 박탈'과, 매일 반복되는 육체노동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가지와 연동되면서 가장 크리티컬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감정 문제다.'나의 바닥을 마주하는 일'영아일 때, 그리고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을 다니기 전까진 자유의 박탈, 루틴 되는 육체노동과 의지로는 전혀 조절이 되지 않고 어떤 타협이나 대화가 불가능한 대상과 씨름하면서 가장 힘든 정신적인 문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밑바닥과 마주하는 일이었다.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가 기저귀를 떼면서 변기에서 소변을 누는 법을 가르치고,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지가 젖는 실수를 한다. 우리는 다그치거나 혼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건 당연한 것이고, 아이가 잘못한 일이 아니다.이런 범주에서 보면, 아이가 저지레 하거나 끊임없이 집을 어지럽히는 것도 모두가 당연함의 범주이며 '탐색'의 과정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의 이런 행동들을 야단치거나 화를 내선 안된다고 알고 있다. (그저 함께 정리하면서 아이에게 하나씩 생활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그래서 참았다. 나 또한 꾹꾹 누르며, 내 한계가 올 때까지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임계치에 다다르면 폭발을 하곤 했다.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아니었음에도 이미 참을 만큼 참았기 때문에 터지고 만다.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폭발하고 나면 다시금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내 밑바닥을 경험한 그 느낌.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도
2022.02.21 11: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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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직장인의 운동 썰 풀이 [슬기씨의 슬기로운 회사생활]
[한경잡앤조이=김슬기 그렙 교육사업팀장] 2019년 어느 날, 살 좀 빼보자는 그 흔하고 막연한, 금세 바스러질 나약한 목표와 함께 집 앞 필라테스 센터에 등록했던 적이 있다. 한 번도 삶에서 꾸준히 해본 운동이 없었던 상태라 필라테스에 등록했다는 그 자체로 뭔가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사실 필라테스 센터에 방문상담을 하기 전 내게는 ‘운동 센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전에 회사 주변 요가를 점심시간 짬을 내 다녔었는데, 겨우 한 달 출석한 내게 재능이 있다며(?) 몇 백만 원짜리 강사 과정에 등록할 것을 강매했던 경험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센터를 잘못 선택했던 것 같다.그 뒤로도 왠지 상담을 하면 바로 결제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고, 조금만 열심히 나오면 강사 과정 따위를 언급하며 나를 당황스럽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쉽게 운동센터에 발을 들이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집이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이번 글은 직장인으로 살면서도 열심히 짬을 내 운동을 병행했던 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필라테스, 내 몸 상태를 알게 된 계기한창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다 보면 등과 어깨가 결리고, 때로는 목까지 통증이 올라오는 탓에 저주파 치료기를 여기저기 붙여가며 일을 하곤 했었다. 심지어는 다리가 저릴 때도 많아 업무 중 허벅지나 종아리를 주먹으로 두드리기도 했다. 부끄러움은 안중에도 없고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감각에 집착하던 시절이었다.그런데 놀랍게도 필라테스 수업에 1~2개월 정도 출
2022.02.17 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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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브랜딩이 고민이시라면···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회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딩 영감으로 바뀔 수 있어요. 새로운 직원을 환영하는 방식, 규제에 대응하는 태도 등 모든 것들이 회사의 브랜딩 소스라 할 수 있죠. ‘그 회사의 브랜딩’은 꼭 브랜딩 실무자가 아니더라도 회사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줄 수 있는 책입니다.” 강남언니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이자 브랜딩 전문가인 황조은 씨가 올 1월 첫 책 '그 회사의 브랜딩(처음부터 잘난 브랜드는 없다/한국경제신문)'을 출간됐다. 이 책은 카카오벤처스를 비롯해, 스포카, 대우루컴즈 등 다양한 기업군에서 브랜딩 경험을 쌓은 그녀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얼마 전 ‘그 회사의 브랜딩’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다양한 회사에서 맨땅에 헤딩으로 기업 브랜딩을 구축한 저의 경험담을 담았어요. 흔히 브랜딩이라고 하면 자칫 화려한 로고나 광고 슬로건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회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딩 영감이 될 수 있어요. 새로운 직원을 환영하는 방식, 사내 정치를 해결하는 방식, 규제에 대응하는 태도, 소셜미디어에서 창업가의 한 마디 모두 회사의 브랜드 활동이자 영감이죠. 즉, 브랜딩 실무자가 아니더라도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회사를 고민하고 영감을 모으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줄 수 있는 브랜딩 책입니다.”강남언니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지요. “‘강남언니’라는 브랜드가 대·내외에서 다양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과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
2022.02.15 13: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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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능 2주 전 사고치고 말았다 [열아홉, 떡잎부터 남다른 나는 ‘보리’]
[한경잡앤조이=이치우 레드브릭 인턴사원] 열아홉, 사람들에게 중요한 순간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나이다. 안타깝게도 공부와는 인연이 없던 나는 이 중요한 시간을 나만의 방법으로 보내기로 결심했고, 하고 싶었던 게임 개발과 관련된 공모전을 찾아봤다.지금까지 혼자 개발하던 것과는 다르게 공모전 수상 등의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모전을 찾다가 평소 눈 여겨 보고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 엔진 플랫폼 기업에서 재미있는 챌린지를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2021년 10월에 개최한 레드브릭 지스타 챌린지였다. 단순히 상금만이 아니라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인 지스타 행사에 내가 만든 게임을 전시할 수 있는 공모전이었고,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나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공모전 마감이 수능 2주 전, 그리고 수시 면접 다음날이라는 건 큰 문제였지만. 고3 생활 끝자락, 꽤나 무모한 도전을 선택했다. 면접과 공모전 준비로 게임을 기획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예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종의 점프게임인데,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맵이 바뀌는 기믹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고양이가 보는 대로’다. 고양이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좌우에 배치된 맵의 타일이 변해 퍼즐을 클리어하는 게임이다.내가 살아 온 19년치의 운을 한번에 몰아서 쓴 걸까. 수시 면접 합격과 함께 레드브릭 지스타 챌린지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나중에 레드브릭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한 게임에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더해 기발한 콘텐츠를 만든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한다. 공모전 부상이었던 지스타202
2022.02.15 08:4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