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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진짜 나인 줄 알았는데…" 그 녀석이 쏜 빗나간 화살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해가 어슴푸레 지고 있는 초여름 저녁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바람이 양 볼을 스쳤다.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 맥주잔을 부딪쳤다. “복치야, 여자친구랑 계속 만나야 하는걸까? 이젠 그만하고 싶다. 정말” 근 2년 만에 만난 A였다. “으응.. 글쎄. ” 내가 말끝을 흐리자, A는 고개를 갸우뚱하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옅은 미소에도 오른쪽 뺨에 핀 보조개가 도드라졌다. A는 체육관에서 만난 친구였다. 처음엔 비슷한 시간에 가끔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지만, 나는 A를 처음 본 순간부터 기억하고 있었다. 반달 눈매에 말할 때마다 씰룩이는 보조개, A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잊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뒤풀이 때 동갑내기인 걸 확인한 후 저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는 사람과 마주치는 게 이토록 반가울 일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상 때문에 체육관을 그만뒀을 때도, A와 완전히 소식이 끊기진 않았다. SNS 친구였던 우리는 언제든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게시물에 가끔 ‘좋아요’를 주고받기도 했다. 같은 체육관 친구에게 A의 근황을 들을 때도 있었다. 따로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생경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카톡은 갑작스러웠다. A는 여자친구 심리를 모르겠다며, 나랑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으니 내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A와 여자친구 반씩 편을 들며 적당한 선에서 대답을 해줬을 때 A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복치야, 우리 그냥 만나서 얘기하는 건 어때? 맥주 한잔하자.”그날 이후 우리는 퇴근 후 종종 술잔을 기울였다.

    2022.05.13 08:06:43

    “이번엔 진짜 나인 줄 알았는데…" 그 녀석이 쏜 빗나간 화살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 "스타트업 대표님, 창업 투자·지원 발표할때 '이것' 준비하셨죠?" [소설같은 창업이야기]

    [한경잡앤조이=소설희 쏘왓 대표] 창업지원사업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발표평가를 꼽는다. 이 글을 작성하는 나 역시 발표평가 전날에는 잠을 설치곤 한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무서운 만큼 최선을 다해 발표평가를 준비해 발표평가 자리를 심사의 자리가 아닌 조언과 응원의 자리로 바꾸곤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이냐. 지금부터 글을 잘 읽어주시길 바란다.발표준비, 뭐부터 해야할까?수년간의 경험으로 알게 된 발표평가 중요도를 나열해 보자면 [내용-디자인-발표자의 스킬-유머] 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발표평가에서는 무엇보다 발표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서류평가와 마찬가지로 발표평가 점수 배분표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이를 확인하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평가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므로 정도의 카테고리에 내용을 가감하여 준비하면 된다.시나리오를 적어보자발표내용의 카테고리를 정하고 나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서류평가와 달리 발표평가는 아무런 양식을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땐 발표 시나리오부터 써보자. 심사위원에게 직접 말하듯 구어체로 줄줄 써보자. 주제가 바뀔 때마다 칸을 바꿔 내용을 구분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분량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상관없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워드 파일에 모두 쏟아 넣는 것이 포인트다.이렇게 적은 걸 보면 어느 부분이 과한지, 빈약한지를 한 눈에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해주면 된다. 문장이

    2022.05.09 15:11:12

    "스타트업 대표님, 창업 투자·지원 발표할때 '이것' 준비하셨죠?" [소설같은 창업이야기]
  • "잘지내지? 보고 싶은 내 친구" [아랍인은 내 친구]

    [한경잡앤조이=최예슬 하이메디 매니저]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내가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다. 4년 전 하이메디에 입사한 이후로 정말 많은 아랍 환자들을 만났는데, 이 질문을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환자가 있다.마르암은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난 환자다.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온 30대 여자 환자였고 보호자로 남편과 아들 두 명이 함께 왔다. 아랍에서 온 중증 환자들은 가족 단위로 움직이고 평균 4명, 많게는 10명 이상이 함께 한국으로 와 같이 거주하기도 한다. 당시 마르암은 간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이 잘 됐지만 안타깝게도 수술 전 상태가 너무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꾸준히 재진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한 번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 또 한 번은 부러진 팔을 수술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렇게 거의 매년 마르암 가족을 만났다. 마르암이 팔이 부러진 상태로 한국에 왔을 때는 속상한 마음에 “이 수술은 UAE에서도 가능할 것 같은데, 빨리 치료받지 왜 한국으로 왔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UAE의 의료환경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안 좋았다. UAE에서는 한국 병원처럼 협진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간이식 및 무릎 관절 수술 등을 받은 이력이 있는 마르암은 ‘케이스가 복잡해 치료가 불가능하니 기존에 수술을 받았던 병원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병원으로 가기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되는 몇 개월 동안 팔이 부러진 상태로 몇 달을 지냈다고 한다. 이렇게 매년 마르암 가족을 만나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생일이 되면 케이크를 사 들고 찾아가서 축하를 해주기도 하고, 무릎관절 수술을 받았

    2022.05.03 09:07:53

    "잘지내지? 보고 싶은 내 친구" [아랍인은 내 친구]
  • 어린이날 선물을 보면 IP 비즈니스의 길이 보인다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어린이날 선물로 뭐가 받고 싶어?” “토토로 인형.”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받고 싶다고 했던 토토로였다. 이미 레고가 준비되어 있어 토토로는 다음에 사자 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나와는 달리 아이는 잊지 않았나 보다.  지난 겨울쯤이었다. 코로나로 주말 집콕 중인 우리는 아이와 함께 볼 영화를 찾고 있던 와중 OTT에 있는 ‘이웃집 토토로’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자 남편의 눈이 반짝였다.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보는 남편과 달리 애니메이션을 전혀 즐겨보지 않는 나였다. 이전에 본적도 없을 뿐더러 내 취향도 아니었기에 썩 내키지 않았지만 우리집 두 남자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우연히, ‘이웃집 토토로’를 접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IP(지적재산권) 회사와의 라이선싱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IP 커머스(콘텐츠 IP를 커머스로 풀어내는 것)로 확장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였다. 우리가 잘하는 브랜드 비즈니스, 커머스에 IP를 접목시키는 형태였는데 문제는 내가 IP에 문외한이라는 것이었다.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아 스타워즈나 토이스토리 같은 명작도 본적이 없던 나는 (당연하게도) ‘비즈니스’를 ‘비즈니스’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규모를 파악하고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글을 찾아보면서 또한 왜 우리가 이 사업을 하는지, 담당자와 경영진과의 수차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보도자료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보도자료 초안을 완성하고 경영진 보고를 마쳤는

    2022.04.28 09:04:33

    어린이날 선물을 보면 IP 비즈니스의 길이 보인다 [어쩌다 워킹맘]
  • "아랍어 덕분에 고맙다는 말 들으며 일해요" [아랍인은 내 친구]

    [한경잡앤조이=최예슬 하이메디 매니저] ‘특이한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홀린 듯 시작한 아랍어. 졸업 후에는 자발적 미취업자로 지내면서 전공을 제대로 살릴 회사를 물색했다. 사실 말이 자발적 미취업자지 아랍어 통역, 아랍어 강의 등을 하며 아랍어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아랍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만큼 적다. 아랍어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회사를 찾던 와중 ‘하이메디’라는 곳에서 아랍어 컨시어지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아랍에서 온 환자를 상대하는 업무라 아랍어를 원 없이 사용하겠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지원하게 되었다. 아랍어 실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대기업도 아니고 작은 스타트업이라 합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면접에서 떨어졌고, 그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내가 불합격이라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충격 속에 빠져 있던 몇 달이 지나고,  하이메디에서 다시 면접을 보러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어렵게 하이메디에 입사하게 되었다. 동료들에게 이야기해주면 많이 놀라겠지만, 나는 하이메디에 어렵게 입사했다. 고맙다니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나의 첫 회사 ‘하이메디’에 입사한지 5년이 흘렀다. 이렇게 한 회사를 오래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하이메디에 입사하고 난 뒤 본격적인 업무는 혜화에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상주하면서 한국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랍 환자들에게 통역은 물론 차량 배차, 병원 진료와 관련된 일 등을 도와주면서 환자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입사

    2022.04.21 08:49:04

    "아랍어 덕분에 고맙다는 말 들으며 일해요" [아랍인은 내 친구]
  • 창업지원금 받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꼭… [소설같은 창업이야기]

    [한경잡앤조이=소설희 쏘왓 대표]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며 흰 종이를 펼쳐놓고 고민을 적을 때가 있었다. 나는 뭘 좋아하지? 뭘 잘하지? 현실적으로 먹고 살기 좋은 직업은 뭐지? 빼곡히 적다가 문득 ‘옷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패션은 의식주에 해당되는 업계니까 절대 망하지 않겠지. 그렇게 나는 패션을 공부하게 되었다.그런데 막상 의류학을 공부해보니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수많은 경쟁자들로 인해 괜찮은 대우를 받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일은 또 어찌나 많은지 매일같이 야근에 내가 꿈꾸던 크리에이티브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말단 사원이었던 나는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창의적인 패션제품을 마음껏 만드는 삶, 그리고 ‘누군가 내 작품을 인정해 준다면’ 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창업에 도전했다. 사업계획서, 그 낯설고 어려운 이름창업의 꿈을 품고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뒀다. 당장 이렇다 할 계획도 없었는데 말이다. 모아 둔 돈이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바닥이 보였다. 연초가 지나 국가창업지원사업들이 거의 끝난 시점이었는데 기적적으로 상/하반기 두 번 모집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신사업 창업 사관학교’가 남아 있었다. 신사업 창업 사관학교는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예비창업가들에게 창업교육, 창업체험, 창업지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나의 첫 지원사업은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업계획서로 1차에 합격하고 사업계획서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 찬 면접심사를 거쳐 운 좋게 통과됐다.  당시에는 심사과정이 너무 힘들어 다시는 사

    2022.04.18 09:07:57

    창업지원금 받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꼭… [소설같은 창업이야기]
  • 아이 혼자서도 배움을 터득할 수 있는 시스템, 스타트업이 만든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

    [한경잡앤조이=에누마 김은파 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봄. 사무실에서는 태블릿PC 수백 대가 전국 각지 어린이들을 만나러 갈 준비를 막 마친 참이다. 가정과 지역아동센터 등에 배포되는 이 태블릿에는 한글과 수학 학습 앱이 탑재되어 있어 태블릿 하나만 있어도 어린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정성 들여 만든 앱이 어린이들을 만나는 광경은 언제 봐도 설레고 기쁘지만, 지금 이 만남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이 태블릿이 향하는 곳은 좋은 학습 도구를 누구보다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지 못해 기초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가 생각보다 많다. 양육자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아이의 학습을 돌보기 힘든 경우도 있고, 이주 배경의 양육자가 언어 장벽 때문에 아이에게 한글로 된 책을 읽어 주거나 읽기 학습을 돕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산간벽지에 살고 있어 집 외의 장소에서 학습 지원을 받기 힘든 아이들도 있다. 나이로는 6~8세, 글자에 관심을 보이거나 읽기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의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초등 2, 3학년이어도 아직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참여 대상이 된다. 목표는, 어른이 옆에 붙어서 도움을 주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린이가 스스로 앱을 사용하며 읽기와 수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어른의 개입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된 학습 앱은 이런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책 읽기를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좋은 책이 수없이 많지만 책을 고르고 읽어 줄 사람이 없는 환경이라면 어린이가 이런 책을 만나 읽기의 재미를 느끼

    2022.04.14 09:59:01

    아이 혼자서도 배움을 터득할 수 있는 시스템, 스타트업이 만든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
  • “날 누나라 부르던 너, 잘 지내니?”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한경잡앤조이=유복치] “지금 신도림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타는 곳 안쪽으로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을 다섯 번이나 그냥 보낼 동안 녀석은 아무 말도 없었다. 앙다문 입술이 열릴락 말랑하다 이내 굳게 닫혔다. 갈 길 잃은 시선이 바닥에 꽂혔다. 하필이면 흰 바지를 입은 날이었다. 정강이 쪽에 떨어진 쌈장 자국이 도드라졌다. 여섯 번째 지하철이 막 선로로 들어올 때 녀석이 입을 뗐다. “누나, 근데 우리는 때를 놓친 것 같아요. 누나도 알고 있죠?녀석을 만난 건 어느 학원에서였다. 서술형 답안지를 작성하고 다 같이 돌려보는 수업이었다. 어느날은 답안지를 쓰는데 앞자리에 자꾸만 눈이 갔다. 누군가 검은색 유광 단화에 새하얀 양말을 신고 왔는데, 발모가지가 댕강 드러나는 바지를 입었다. 고개를 들어 신발 주인을 봤는데, 그 녀석이었다. 새끼손가락 치켜 올린 채 옆머리를 귀에 꽂는 모습이 고독한 히피 예술가스러웠다. 답안지는 그 녀석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다. 글의 행간에는 한 사람이 살아온 궤적과 가치관과 취향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어 섣불리 가타부타를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그 녀석의 것은 누가 봐도 무릎을 탁 칠 만큼 돋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강의실 뒷자리에서 매주 한 칸씩 옮겨왔다. 그 녀석 등에 자석이라도 있는 것처럼 바로 뒷자리까지 이끌려 온 날, 그가 뒤를 돌아봤다. “누나, 오늘 답안지 좋던데요. 오늘 뒤풀이 갈 거죠?”그 녀석과 친해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나였다. 당연히 참석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취기가 빠르게 올랐고, 친해질 겨를도 없이 뒤풀이장을 몰래 빠져나와야 했다. 갈 지(之)자를 그리며

    2022.04.12 09:16:26

    “날 누나라 부르던 너, 잘 지내니?”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 "'오지라퍼'이신가요? 그럼 스타트업과 잘 맞으시겠군요"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학창시절 나를 관통했던 콤플렉스 하나는 내가 너무 ‘호구’같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정의감’이 있는 사람인데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은 기꺼이 발벗고 나서는 반면 신세지는 것은 극도로 싫어해 정작 필요할 때 내가 부탁하는 건 꺼리곤 했다. 수업을 늘 빼먹고 놀러 다니던 얌체 같은 친구가 시험직전 노트 필기를 빌려 달라고 할 때도 흔쾌했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팀플에 한번을 참가하지 않던 몇몇 팀원이 막판에 등판해 딱 ‘자기 몫’의 역할만 해도 ‘그래, 뭐 내가 저들보다 훨씬 배운 것이 많겠지’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작 내가 양해를 구할 일이 생길 때 칼같이 거절하거나, 도움이나 아량에 대해 전혀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여러 사람들을 겪으며 상처를 받은 적도 많았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협업이나 어떤 의사결정에 있어 내가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나 계산기를 두드려 내게 득이 되기 위한 결정은 사실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나의 성과와는 전혀 무관한 협업 요청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돕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어떤 판단 전에 ‘잘할 것 같다’거나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온갖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막상 그 일을 하며 역시나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거나 내 일에 다른 일까지 더해져 나만 일에 파묻힌 느낌이 들 때 솔직히 후회한 적도 있지만 동료애와 회사에 대한 애정은 내가 회사생활을 버티는 원동력이었다.  세상이 변했다. 이제 미래의

    2022.04.06 09:08:27

    "'오지라퍼'이신가요? 그럼 스타트업과 잘 맞으시겠군요" [어쩌다 워킹맘]
  • 걷지 못한 그녀는 왜 자국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왔을까 [이제는 K-의료 시대]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저 멀리 타국에서 혼자 생활을 하던 중 하루아침에 갑자기 걸을 수 없게 되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런데 지난 1월, 일본에 거주 중인 루마니아 국적의 환자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하이메디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미국, 독일과 함께 의료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 어떤 이유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했던 걸까.이 환자는 갑자기 심한 무릎 통증과 함께 무릎 관절이 과하게 뒤로 꺾이는 증상으로 걸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병원의 검사 결과, 어린 시절 무릎에 발생한 골육종으로 인해 받은 인공관절 수술 부위의 부품이 파손됐고 무릎 주변에 심한 염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골육종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현지 의사의 소견은 그녀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골육종의 재발 여부 확인과 함께 손상된 인공관절을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일본에는 환자에게 맞는 부품을 수급할 수 없어 주치의로부터 한국에서 수술을 권유 받았다.하지만 혼자서는 걸을 수조차 없는 그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에 와서 치료받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다행히 근무 중인 회사에서 한국인 동료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동료가 직접 인터넷으로 외국인 환자를 위해 교통과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메디를 찾아 그녀에게 추천해 준 것이었다. 우리는 그녀에게 메일을 받은 이후 당장 수술이 시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병원에 의뢰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수술 불가능했던 케이스답게 한국 병원에서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서울과 경기도

    2022.04.01 08:49:54

    걷지 못한 그녀는 왜 자국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왔을까 [이제는 K-의료 시대]
  • 내가 스타트업에서 교육앱을 만드는 이유 [배움의 씨앗을 심다]

    [한경잡앤조이=에누마 김은파 님] 지금까지 살면서 들었던 여러 수업 중에 가장 좋았던 것 하나를 꼽자면 대학에서 들었던 라틴어 강의다. 고전 라틴어는 생소한 데다 문법도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암호문을 해독하듯 문자에 담긴 의미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수업에서 배운 라틴어 속담이나 경구 하나에 교양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수업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결정적인 이유는, 한 학기의 수업 동안 어려움을 느껴서 흥미가 사그러들 만한 시기마다 교수님이 마치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격려하고 도움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문법을 한 번에 제시하고 알아서 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단계별로 배우도록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식이었다. 덕분에 학기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는 일 없이, 조금씩 실력을 키워 가며 라틴어라는 새로운 세계를 즐겁게 탐험할 수 있었다.다들 이런 경험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든 수학이든, 배우는 사람으로서 맞닥뜨린 어려움을 좀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받은 경험 말이다. 울퉁불퉁하고 가팔랐을 ‘학습의 길’이 그런 도움으로 인해 완만하고 걷기 좋아져 적은 힘으로도 잘 배울 수 있고 다른 것을 더 배울 마음이 나기도 하는 선순환으로 들어선 경우 말이다. 나에게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 앱을 만드는 일이란, 그렇게 ‘좀 더 배울 마음’이 나도록 정성 들여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다.어떻게 하면 배울 마음이 생겨날까. 어른이라면 배우는 과정이 좀 지루해도 자신의 목적을 생각하며 학습을 지

    2022.03.28 09:12:52

    내가 스타트업에서 교육앱을 만드는 이유 [배움의 씨앗을 심다]
  • ‘코로나 시대 소개팅’, 셋, 둘, 하나 마스크를 벗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난다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한경잡앤조이=유복치] 막판 오르막길을 질주하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다. 마스크 안은 이미 습기로 가득 찼다. 약속 시간 1분 전, 아슬아슬하게 식당 앞에 도착했다. 바로 문 손잡이를 잡으려다 잠시 멈칫했다. 예전 같으면 별 생각 없이 덥석 잡았겠지만, 지금이 어느 시절인가. 역병이 창궐하는 때다. 사람들 손이 가장 많이 탄 것처럼 보이는 반들반들한 윗부분 대신 가장 손이 덜 닿았을 것만 같은 아래쪽을 주먹으로 밀고 식당에 들어섰다. 누가 봐도 이곳은 소개팅 성지. 꽃병과 식전 빵, 파스타가 놓인 테이블에 청춘 남녀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내가 이곳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바로 소개팅. 솔로 탈출을 위한 근 1년 만의 발걸음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알지 못한 상태로 한 공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으레 주선자가 서로의 사진을 전달하고 소개팅 성사 여부를 알려주곤 하지만, 이번에는 기본 신상 정도만 알고 만남을 수락했다. 주선자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막 확산하던 시기라 영업 제한이 생기고, 사람 간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만남 자체가 귀했던 탓도 있다. 함께 모여 있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일명 ‘자만추’는 빠르게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럴 때 ‘사진을 요청한 후 소개팅 가부를 결정한다?’는 거의 지리산 주막에서 트러플 오일 관자 파스타를 주문하는 격이다. 시대와 처한 상황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블라인드 소개팅은 어쩐지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소개팅 상대와 나는 그 흔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조차 없었다. 카카오톡에서 서로 주고받은

    2022.03.23 09:24:17

    ‘코로나 시대 소개팅’, 셋, 둘, 하나 마스크를 벗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난다 [유복치의 솔로탈출 연대기]
  • #첫 출근 #2개월 간의 사회생활 #이제는 대학생 [열아홉, 떡잎부터 남다른 나는 ‘보리’]

    [한경잡앤조이=레드브릭 이치우 인턴사원] 두 달 간의 레드브릭 인턴 생활을 마치고 대학 새내기가 됐다. 방학이 사라진 기분이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매일 출근하고, 회사 동료들과 회의하고,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더욱이 게임 개발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는 나에겐 더없이 뜻 깊은 2개월이었다.첫 출근날이 떠오른다. 그날은 뻘쭘 했던 기억이 가장 또렷하다. 첫날 회사에 도착해 자리를 배정 받고 앉았는데 낯선 사람들 뿐이었다. 새 학기 때랑 다른 점은 책상 간격이 넓어서 말 걸기도 어렵고 다들 분주한 가운데 할일 없이 멀뚱멀뚱 있어야 했다. 점심시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포장 음식을 같이 먹는데 명절날 친척 어른들과 식사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콘텐츠 기획 파트다 보니 회사에서 내려온 지시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었다. 음식 고를 때 ‘아무거나’가 제일 어렵다고들 하던데... 그 덕에 학생 인턴이자 막내인 내 의견이 적용되는 기쁨도 있었다. 거기엔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어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단 한번도 무산되지 않고 많은 수정사항과 디벨롭을 통해 결과로 만들어졌다. 친구와 둘이서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아이디어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회사는 각자 할 일을 분배해주고 문서로 정리해 나가며 아이디어를 진화해 나갔다. 처음엔 문서 작업이 낯설었지만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를 배우게 됐다. 레드브릭 인턴 ‘bori’가 아닌 22학번 신입생이 된지 일주일이 됐다. 아직 대부분의 강의가 오리엔테이션만 진행 한데다 비대면으로 듣고 있어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대학생이

    2022.03.22 09:45:03

    #첫 출근 #2개월 간의 사회생활 #이제는 대학생 [열아홉, 떡잎부터 남다른 나는 ‘보리’]
  •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 한국병원 찾은 외국인 환자들의 웃픈 순간들 [이제는 K-의료 시대]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한국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기기도 한다. 상담 중 갑자기 의료진에게 셀카를 요청하거나 간호사를 ‘Sister’로 부르는 등 문화적 차이로 생기는 웃픈 현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 의료진은 모두 내 친구아랍권 남성 환자분들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언제 어디서나 금방 적응을 하는 편이다. 그들의 친화력은 한국 의료진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어느 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회사로 연락이 왔다. 환자가 담당 간호사를 “Sister”라고 부르며 아주 가까운 친구처럼 대했는데, 아무래도 환자의 지나친 친화력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는 아랍 문화에 대한 설명과 양해를 구했고, 환자에게도 한국의 병실 분위기 전반을 이야기하며 조심해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한 번은 아랍 환자에게 병원 진료 예약을 위해 현지에서 받은 검사 자료를 요청했는데, 파일을 열어 보니 활짝 웃고 있는 본인의 셀카와 함께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환자에게 자료를 잘못 보낸 것 같다고 말하니 “이 사진들처럼 여전히 건강해요”라며 의료진에게 본인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천진난만한 아랍 환자들을 만날 때면 조용했던 사무실이 즐거워진다.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원격진료몽골에서 뇌종양으로 한국치료를 고민 중인 70대 할아버지의 원격진료를 진행하게 됐다. 환자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아들과 통역사가 합심해 환자인 아버지에게 큰소리로 설명해야 했는데, 문제는 환자가 의료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현재 증상을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20살

    2022.03.21 09:27:13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 한국병원 찾은 외국인 환자들의 웃픈 순간들 [이제는 K-의료 시대]
  • “‘부산시-진흥원’ 완벽 케미로 창업기업 양성소 만들 겁니다” 스타트업 키워내는 부산디자인진흥원 이현규, 전혜림 씨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부산을 비롯해 경남, 울산 등 이른바 ‘부·울·경’의 창업 사관학교로 불린다. 창업도약패키지지원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창업지원사업을 소화해내면서 창업기업 육성의 노하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창업도약패키지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디자인진흥원의 사업담당 이현규 차장과 전혜림 선임을 만나 지원사업, 그리고 창업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현재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진행 중인‘2021 창업도약패키지지원사업’은 어떤 사업인가요.전혜림 선임(이하 전) “창업도약패키지지원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에서 전담하는 대표적인 창업지원사업으로 국내 20개 기관에서 주관·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는 2015년부터 주관기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스포츠산업창업지원사업,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등과 함께 창업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1년도에 선발해 현재 지원중인 창업기업은 사업화지원분야 31개, 성장촉진분야 70개 등 총 101개로 2022년 7월까지 지원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현규 차장(이하 이) “현재까지 실적을 보면, 국내매출은 약640억 원, 수출은 15억 원, 투자유치는 13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신규고용은 346명이며, 사업수행으로 인한 지식재산권은 227건을 확보했고요. 유례가 없는 코로나 19의 여파 속에서도 창업기업의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만, 국내매출에 비해 수출의 규모가 2.3%에 불과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19의 확산이 진정되는 대로 수출을 위한 적극적인 프

    2022.03.18 10:40:05

    “‘부산시-진흥원’ 완벽 케미로 창업기업 양성소 만들 겁니다” 스타트업 키워내는 부산디자인진흥원 이현규, 전혜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