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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달걀처럼…뻔한 비즈니스도 누가 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재욱이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한경잡앤조이=이재욱 성수미술관 대표] “지연씨, 우리가 픽 했던 아트소스, 디즈니에서 컨펌 됐나요?”“이번에 겨울전용 도안으로, 수달이 썰매타는 도안 어때요?”“영화사에서 개봉하는 영화포스터를 도안으로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이게 바로 ‘미술의 힘’ 인가. 매일매일 새로운 협업 제안이 오고, 우리 역시도 미술을 매개체로 신선한 협업을 제안한다. 다양함을 넘어 그 다양함이 함께 어울러 질 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들이 탄생한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 말도 안되는 그것은 다채로운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다.2019년 5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월트 디즈니 코리아 입니다.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가능하실까요?"그렇게 우리는 월트디즈니의 공식 라이센시(licensee)가 됐다. 처음엔 우리도 믿을 수 없었다. 월트디즈니와의 협업 이라니. 브랜드의 가치로는 코카콜라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런 회사와의 협업 이라니. 디즈니 영화가 개봉하면 그저 보러 갈 생각에 들뜨기나 했던 내가, 이제는 그들의 아트웍을 직접 고르고 수정한다. 나의 손끝에서, 나의 작은 회사와 저 큰 회사의 연간계획이 달라지다니.성수미술관의 탄생 그림을 그리는 카페 콘셉트는 일본여행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 흔한 벤치마킹이나 카피캣이 아니고, TV광고로 부터 얻은 아이디어였다. 호텔에서 티비를 보는데, 커다란 흰색 방에서, 자유롭게 물감을 흩뿌리는 광고였다.한국에 저런 공간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처음엔 흰 셋트장같은 공간을 생각했다. 그런데 저렇게 물감을 뒤집어 쓰면, 공간의 재활용도
2021.12.17 09: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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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예스맨’이 스타트업으로 옮긴 까닭은 [찐 팀장의 굿 초이스]
[한경잡앤조이=진태인 집토스 전략교육팀장] “아깝게 왜 그만 두노?” 아버지의 깊은 탄식과 함께 한 문장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보다 나은 아이디어는 없었다. 문득 첫 차를 살 때의 기억이 겹쳤다. ‘미니쿠퍼 오픈카를 타면 작으니까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무난한 걸 사야해.’ 온 사방에서 안정을 이야기했다. 그 때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이러다 돈만 벌다 죽는 기계가 될 것 같다..”새벽 5시 55분, 어두운 집 밖을 나선다. 오전 7시 30분, 출근 도장을 찍고 컴퓨터를 켠다. 출근 도장이 퇴근 도장으로 바뀔 때까지 나는 예스맨으로 바뀐다. 선배의 부름에 부리나케 달려가 선배 눈높이에 맞춘다. 저녁 8시, 저녁식사 시간이다. 배를 채우고 야근을 시작하면 어느덧 대중교통이 멈추는 시간이 된다. 11시 이후 퇴근 도장을 찍으면 택시비가 지원된다. 팀 영수증을 처리하다가 ‘이번 달도 내가 택시 제일 많이 탔구나’를 깨닫는다. 올림픽대로를 쏜살같이 달리는 택시 안에서 뻑뻑한 눈으로 한강을 바라본다. 한강의 야경은 루브르 박물관의 풍경처럼 멀게만 느껴졌다.초중고를 모두 어촌마을에서 다녔다. 지하철보다는 선착장의 배가 친숙했다. 지리 선생님의 꿈을 안고 지리교육과에 진학했다. 지리는 너무 재미있었지만 평생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도 답답했고, 대드는 학생을 사랑으로 감싸 줄 넓은 가슴도 없었다. 재미있던 지리학을 깊게 공부하다 보니 지질학, 나아가 지구과학에 대한 근원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혼자 도서관을 전세 내다시피 지구과학 책을 읽곤 했다. 그리고 수 년간 눈물의 시간을 보낸 후 S대에 학사
2021.12.16 0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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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결과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스타트업 5년차의 생존일지]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나는 어릴 적부터 모래놀이를 좋아했다. 두 손과 모래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었으니까. 거창한 도구와 재료가 없어도, 내가 상상하는 집을 만들 수 있었고, 모래를 캔버스 삼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래놀이가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만든 모래 작품은 다음날 놀이터에 가면 늘 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놀이가 좋았던 이유는 다시 만들 수 있어서였다. 모래놀이를 하면 내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낸다는 희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래의 자유분방한 속성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단순하고, 자유로웠던 시절이었다. 놀이터에서, 운동장에서, 해변에서 어린 시절 나는, 또 우리는 각자가 소망하는 무언가를 매번 만들고, 그리고, 쌓아 올렸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직장인이 되고, 가끔은 내가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래성이 뭐야,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쌓아 올린 튼튼한 건물이 내게 더 중요하지. 그리고 사회에서도 이걸 더 쳐주니까, 안 그래? 비가 오면 허물어질 그런 모래성 말고, 콘크리트와 같은 튼튼한 자재로 세워진 건물이 더 중요하지. 그렇지만 튼튼한 건물은 그냥 지을 수 없다, 일단 부지가 있어야 하고, 관련된 법도 알아봐야 하고, 꼼꼼히 설계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충분한 인력, 예산,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니 건물을 세우기 전부터 계산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선뜻 집을 짓자고 말하기도 어렵다. 중간에 수정도 힘들다, 설계한 대로 계획한 대로 가지 않으면 무너져버릴 테니까. 투자한 시간과 돈은 어쩌고? 많은 것을 잃어버릴 각오를
2021.12.15 09: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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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비로 월세내면서도 위워크를 나오지 않는 이유 [데스밸리를 건너는 스타트업]
[한경잡앤조이=김정훈 인코타 대표] 코로나19 발발 이후 나와 같은 여행업 종사자들 대부분은 투잡, 쓰리잡러로 직군이 바뀌었다. 대략 1년 정도 배달대행,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위한 몸부림을 쳤던 그들도 하나 둘 여행업을 떠나고 있다. 나 역시 앞으로의 길을 선택해야한다. 알바를 하며 버텨야 할 지, 아니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할 지 말이다. 수개월 간 낮밤없이 달려 온 알바를 잠시 내려놓고 사무실을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사무실은 왠지 낯설지만 반가웠다. 나의 사무실은 ‘위워크 서울스퀘어점’이다. 그 전에는 오피스텔이나 일반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했다. 처음 공유오피스에서 지낼 땐 처음보는 사람들과의 마주침 등 불편한 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공유오피스 전도사’가 돼 버렸다. 오피스텔과 비교해보면 장단점이 있다. 사무실 크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 스타트업 쪽에서는 핫한 오피스이기 때문에 파트너, 바이어와의 미팅 때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들이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커피, 맥주가 공짜라는 점도 입주사들의 발목을 잡는 매력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공유오피스가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은 하루에도 열 두번 내 머리속을 지나친다. 주변에서도 계속 사업을 이어가려면 한 달 몇 십만원이라도 아낄 저렴한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한다. 물론 여기보다 저렴한 사무실은 많다. 지금 이 상황에 집이 경기도인 내가 굳이 서울 한복판에 사무실을 얻은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공유오피스의 장점을 늘어 놓게 된다. ‘국내는 물론,
2021.12.14 09: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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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개발? 1도 모르던 비개발자가 AI업계서 살아남은 방법 [AI시대, 비개발자의 생존법]
[한경잡앤조이=손해인 업스테이지 리더] 지금의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 나는 실리콘밸리 IT 회사를 다녔다. 처음부터 기술과 관련된 업무를 했던 건 아니다. 그곳에서의 첫 업무는 게임 커뮤니티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는 일이었다. 오버워치가 막 유행했을 무렵, 회사에서 주최하는 게임 커뮤니티 행사에서 두 시간 동안 참가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때에 따라 타이밍에 맞춰 웃기만 하다 나온 기억이 난다.내가 몸담았던 실리콘밸리의 IT 회사는 AI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GPU를 개발하는 곳이었다. 주로 컴퓨터 게이머들에게 익숙했던 GPU가 병렬 작업을 통해 컴퓨터의 연산을 가속화해준다는 것이 한 머신러닝 대회에서 우연히 알려지고, 그 때부터 이 회사는 AI Company로 발빠르게 포지셔닝을 잡아갔다. 그 때가 우리나라 언론을 휩쓸었던 알파고가 등장했던 시기였고 나는 자연스럽게 AI 기술을 접하게 되었다.회사의 포지셔닝이 바뀌면서, 감사하게도 댓글 업무에서 조금씩 벗어나 AI와 관련된 업무를 조금씩 맡게 되었다. 하지만 업무를 맡는 것과 그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댓글 알바 인턴 시절에는 웃을 타이밍이라도 잡을 수 있었지만, AI 관련 업무회의에서는 ‘은,는,이,가' 외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가 없었다. 정신없이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코딩도 못했고, 심지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없었던 비개발자가 자고 일어나면 혁신적인 기술이 나온다는 AI업계에서 6년동안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일단 부딪혀 본다” 였다. 당시 회사 내부적으로도 AI산업에 진출하면서 이니셔티브가 혼란스럽
2021.12.13 1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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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제가 안 풀리는 이유 [스타트업 스케일업 스토리]
[한경잡앤조이=정성현 라이너 COS] 스타트업 사람들은 문제를 푼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나는 회사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가치를 만들며, 스타트업 팀원들은 회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각의 문제를 껴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COS(Chief of Staff)로서 라이너에서 풀고 있는 문제는 "라이너가 성장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며, 라이너 팀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더 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라이너에서 이 문제를 풀며 느낀 몇 가지 배움을 공유하고자 한다.일하는 방식도 제품이다첫 번째 배움은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도 제품 개발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고객은 함께하는 동료들이다. 제품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듯, 일하는 방식은 팀원들이 함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회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인 조직이며, 좋은 문화는 좋은 성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은 팀이 처한 환경과 풀어야 하는 문제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져야 한다. 팀으로 함께 일하는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며, 개개인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창조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COS는 넓은 시선으로 조직을 관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문제점 및 현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다. 솔루션 아이디어 및 구조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임을 확인하고 해결하는 것은 실무자의 몫이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제안하는 것이 고객이 COS에게 기대하는 역할
2021.12.08 0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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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소개팅서 상대에게 확인하는 것 [나는 Z세대다]
[한경잡앤조이=최선아 스카이랩스 pd] 출근길 픽업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는데 손이 시려 장갑을 구매했다. 그렇다. 한파에도 뜨아를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나는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 Z세대다. 회사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쓰고도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며 하루치의 연료를 넣는다. 점심시간 동료들과의 스몰토크는 바쁜 하루의 숨을 트여주는 콤마 같은 존재다.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 이 사람 저 사람의 일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상대가 나한테 어떤 부분에 대한 공감을 얻고 싶은지 느껴질 때가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공감받기를 기대하며 이야기의 보따리를 푸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형성되는 심리적인 교감과 소속감은 그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준다. 특히나 삶이 뭔가 각박하고 씁쓸할 때, 그저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더 고마운 사람이 되는 순간이 있지 않나.나를 포함한 동년배들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Z세대에게 심리 테스트 하나로 방구석에서 공감할 거리들을 찾는 것만큼 흥미로운 게 또 어디 있을까. 내가 MBTI를 처음 접했을 때도 싱가폴이 락다운 되어 칩거 생활을 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보내온 링크로 들어가 무심하게 질문들에 답했는데, 마치 24년의 내 인생을 꽤 가까이서 들여다본 사람이 쓴 것 같은 장문의 결과 분석지가 참으로 신통했다. 그리고 나는 내 유형의 특징들을 검색해서 찾아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2021.12.02 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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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오기 전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 [슬기씨의 슬기로운 회사생활]
[한경잡앤조이=김슬기 그렙 교육사업팀장] "번아웃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아마 이 말을 들어 봤다면 어디에서 일하고 있든, 정말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를 이겨내고 있을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단 몇 분이라도 잠시 쉴 수 있길 바라며, 스타트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번아웃에 대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번아웃(Burn-out)은 주로 직장 생활에서 많이 거론되는 하나의 현상이다. 지나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견디고 견디다가 결국 임계점을 한참 넘어버린 뒤 느끼게 되는 무한 무기력증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단순히 피곤하다, 지치다, 하기 싫다는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이제 이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겠고, 내가 뭘 더 한다고 해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노력할 힘도 의지도 전혀 없어 당장 퇴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신 또는 마음 상태가 되었을 때 보통 ‘번아웃되었다' 고 표현한다. 이 정도의 상태가 되면 몸에도 영향이 와서 컨디션이 엉망이 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번아웃은 세계 보건기구의 국제 질병/사인분류 11차 개정판에 등록된 하나의 증후군이며, 그저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단어가 아니다. 내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가장 간과했었던 것이 있다면 이 ‘번아웃'에 대한 인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나 자신도 소모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 얘기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과 과도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으며, 가급적 업무 시간 내에 일을 끝내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매일 철야를 불사하더라도 일이 &lsqu
2021.12.01 10: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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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엔 월급루팡이 없다? [스타트업 5년차의 생존일지]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흔히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무임승차자처럼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월급루팡’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당백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월급루팡을 찾기가 사실 힘들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리소스가 소중한 곳에서는 오롯이 정직하게 나를 노출하며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람이 없다고, 조직이 안 굴러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경우 그 사람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기에 그만큼 구성원 한 명 한 명 채용하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이슈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뭉친 조직에서는 늘 주도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을 찾는 것에 목말라 있다. 프로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프로처럼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인은 결국 모두 프로고, 프로처럼 일하는 것 아닌가. 프로 자체가 영어단어 ‘professional’의 축약어,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가끔 내게 ‘프로’라는 단어는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가까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프로의식을 느낄 때가 많고, 미팅을 통해 만나는 파트너사의 담당자를 통해 진한 프로의 향기를 느낄 때도 있다. 단지 지식과 기술로만 정의하기는 어렵고, 더 나아가 태도와 가치관을 포함한 확장된 개념의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는 이런 명패가 있었다.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
2021.11.29 10: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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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은 기사 하나가 예비 유니콘 발목 잡을 수 있다? [태윤정의 스타트업 PR insight]
[한경잡앤조이=태윤정 선을 만나다 대표] 장면 1_ 모레 오전 8시 30분 투자 보도자료를 배포를 앞둔 B AI스타트업 , 갑자가 투자사로부터 기사 초안 컨펌 요청을 받는다. 당황한 AI 스타트업 홍보대행사에서 기사 초안을 전달해준다. 기사의 내용은 기사화로는 부적절한 투자 이면의 후기까지 미주알고주알 나타나있다. 더욱이 만일 이 기사가 먼저 나간다면 다른 기자들은 물먹은 셈이 되고 투자 보도자료 배포의 컨벤션 효과는 사라지고, 그동안 투자 보도자료 릴리즈를 기다려온 기자들에게 심한 항의를 받을 것이 뻔하다. 홍보대행사는 즉시 기사 초안을 작성한 기자에게 확인전화를 걸어서 기사 업로드 시점을 확인한다. 기자와의 전화를 마치자마자 일반적인 관행과는 다르게 무려 낮2시 30분에 보도자료를 전격 배포해버린다. 장면 2_ 물류센터 건설 등 두 번째 스테이지의 성장을 앞둔 A플랫폼 스타트업, FI 투자 지분을 비즈니스와 전략적 시너지가 날 수 있는 SI 투자 유치로 전환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그런데 갑자기 창업자의 지분을 털어버리는 엑시트 플랜을 염두에 둔 헤드라인으로 기사화됐다. 홍보대행사는 우선 팩트를 확인한 후 A사와 함께 메시지 원칙을 전하고 수정 요청에 들어갔다. 창업자의 엑시트 플랜이 아닌 전략적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고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메시지를 중심으로 수정요청을 했다. 하지만 기사를 쓴 자본시장 매체는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 이틀 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정요청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창업 투자 열기가 더해지면서 ‘제
2021.11.24 09: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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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출퇴근·맥주무제한·요가'···스타트업의 기업문화가 아니다 [스타트업 스케일업 스토리]
[한경잡앤조이=정성현 라이너 COS] 2021년의 라이너 팀은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다음 게임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고 이를 위해 새로운 동료들을 맞이하게 되며 팀원이 10명이 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팀이 성장하면서 라이너가 여러 개의 미션팀으로 달리는 회사 구조를 위해 어떤 시도를 했고, 지금은 어떻게 일 하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라이너의 경우 회사의 정체성과 문화를 명확히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조와 리추얼을 진행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리더의 리소스 문제와 성장 방정식의 한계팀원이 10명이 넘자 기존의 팀 운영 방식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두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문제는 목표와 팀원 개인의 업무에 대한 체크인이 어려워진 것이었다. 팀원들의 집중과 정렬을 위한 주간 피드백 미팅은 약 30분간 진행되었는데, 팀원이 늘어나자 주간 피드백 미팅으로 CEO의 하루 스케줄이 꽉 차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회사 및 제품에 대한 이해가 높은 팀원들을 메신저로 지정해 회사 맥락을 같은 직군의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메신저 미팅으로 주간 피드백 미팅의 기능을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이 방법은 리더의 시간적 부담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메신저들이 듣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맥락이 일부 소실되거나 전달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잡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대체되었다.두 번째는 성장 방정식의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팀이 커지며 각 지표에 대한 오너십을 가진 팀원들을 지정해 지표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조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
2021.11.23 1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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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노래가 좋더라’ 창업자들이 픽한 노래들 [스타트업 비긴 어게인]
[한경잡앤조이=김철진 프립 매니저] 여러분께 약 한 달 동안 ‘스타트업 비긴 어게인’이라는 주제로 인사드렸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훌쩍 지나 겨울의 문턱에 다가왔네요. 그 사이 우리 사회도 위드 코로나라는 새 시대의 문을 열고 많은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조직문화팀에도 속한 저는 요즘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춰 오랜만에 전 직원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다들 이 순간을 기다리셨는지 이미 대부분의 연회장이 연말까지 예약 마감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조직문화는 규모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기업경영에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조직문화는 비단 어떤 행사나 복지만을 뜻하지 않죠. 조직문화 전문가인 김성준 국민대학교 교수는 조직문화를 한 부족의 세계관에 비유하며 한정된 인적, 물적, 시간적 자원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가치를 공유하는 정신 소프트웨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정답이 없습니다. 특정 조직과 구성원에게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다른 조직과 누군가에겐 합리적인 문화가 되기도 합니다.그렇기에 스타트업에 취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과연 해당 회사의 조직문화가 나와 맞는지 ‘컬쳐핏(culture fit)’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어떤 가치로 일하며,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소통문화를 가졌는지 등을 말이죠. 물론, 조직 외부에서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활동 시 가장 얻기 어려운 정보로 ‘기업의 조직문화 및 근무 분위기(38.4%)’를 뽑을 정도였으니까요. 해당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가 궁금하다면, 저는 창업자를 면밀히 들여다보길 추천해
2021.11.18 09: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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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팀장으로 살아가는 법 [슬기씨의 슬기로운 회사생활]
[한경잡앤조이=김슬기 그렙 교육사업팀장] 여기 스타트업이 하나 있다. 5~6명 정도의 멤버들이 똘똘 뭉쳤다. 각자의 명함에는 나름의 직함이 적혀 있긴 하지만, 스타트업의 실무 전선에서는 그건 그냥 종이에 인쇄된 잉크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터 인양 달라붙어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포지션을 명확히 구분하거나 업무의 범위를 규정짓는 일은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만약 그런 게 중요한 분이라면, 제발 초기 스타트업에 갈 생각은 하지 말자). 우선 생존해야 하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고, 그것이 돈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니까. 뭐든 할 수 있으면 하는 거다.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 스타트업은 한 명 한 명씩 멤버를 늘려 나간다. 20~30명 정도가 되어갈 때 즈음 팀을 나눠 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보통 이 시점에 상대적으로 해당 조직에서 업무 경험이 더 많고,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팀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총경력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조직의 성장에 따라 팀장직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케이스였다. 일을 시작한 지 겨우 2년 차가 되었을 때 팀을 맡게 됐다. 여기서 이미 코웃음을 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보통의 기업에서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이는 전적으로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했다. 적어도 그 회사 안에서 내가 담당했던 영역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며, 새로운 사람이 입사했을 때 온보딩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사발령 절차가 있을 리가 있나. 스타트업이 인사 조직과 절차를 갖추고 시작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
2021.11.17 0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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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분들, 콘텐츠 마케터가 되고 싶으시다면... [일당백:신입 마케터의 일상]
[한경잡앤조이=최선아 스카이랩스 PD]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콘텐츠 마케터의 영향력 또한 커지고, 이커머스와 소셜커머스의 뚜렷한 향후 전망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다. 그 덕분에 늘어난 나의 일거리에 덧대어 콘텐츠 마케터를 꿈꾸는 MZ 세대를 위한 소소한 팁 몇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콘텐츠 마케터. 직역하면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 의역하면 수립한 마케팅 전략에 기반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쓰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다. 이러나 저러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디자인 단계까지 고려해 구성물을 기획하는 디자인적 역량과 마케팅 관점에서 구성물을 기획하는 마케팅적 역량 모두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인사이트를 통해 평가받고, 최적의 결과물을 위해 실행과 반복을 거듭하는 직무다.대학교 졸업 이후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무로 사회에 뛰어든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나 또한 MZ 세대의 일원이다. 나는 싱가폴 대학교에서 패션 마케팅 & 브랜딩을 전공하며 브랜드 북, 무드 보드, 잡지, 브로셔와 같은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Adobe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독학했다. 초반 엉터리 결과물에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작업물을 만들며 일단은 부딪혔다. 작성된 기획안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과정에서 내용이 축약되는 경우도 있었고, 추가되는 경우도 있었다.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업 자체에 뛰어난 디자인 능력이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디자인적 감각이 있어야 결과물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것 같다.고객 니즈를 해소시켜야 하는 본분을 가진 콘텐츠 마케터에게는 메시지 전달 능력과 필력이 기본적
2021.11.16 13: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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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나는 또 스타트업을 선택했을까 [스타트업 5년차의 생존일지]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눈 뜨고 일어나보니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분명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영국 유학길에 오른 나였는데 스타트업의 형용할 수 없는 매력에 빠져 첫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 시작하게 되다니.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하려고 하니, 남들이 하나씩은 보유한 인턴 경험, 자격증, 어학 점수가 단 하나도 없었다. 구직 시장에서 나의 가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느껴져 속이 쓰렸다. 게다가 입학보다 졸업 난이도가 높은 영국 대학교를 졸업하려고 하니, 취업과 학업 사이의 저글링으로 나는 지쳐가고 있었고, 졸업 이전에 반드시 취업해야겠다는 강박도 나를 덮쳤다. 그래서 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가 기업이 주최한 설명회에 참석하며 구직을 얼른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정말 오랜만에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그러니까 6년 전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읽어봤다. 뭘 하겠다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간절함도 없는 진부한 표현의 변주에 왜 서류부터 탈락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가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었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취업이라는 큰 태스크를 빠르게 끝내고 싶었던 것뿐이지, 특정한 업무를 정말 미친 듯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학부 생활을 하며 경험한 프로젝트, 강연 기획의 기회가 이후 직무 선택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에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직무들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는 내가 원하는 직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그냥 주어진 일보다 내 마음이 움직여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은
2021.11.11 12:5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