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공동체가 뜬다, 3인 3색 취향 공동체

[한경 머니=이현주 기자] 개인의 독특한 삶과 개성, 자의식은 ‘취향’을 통해 드러난다.
나다운 감수성을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발전시키며
일상의 활력을 찾아 나서는 일. 취미와 취향을 개발하는 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로 살고 싶은 날갯짓이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취향 공동체가 뜬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즐기는 크고 작은 모임들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PC통신이 사람과 사람을 잇기 시작한 이후 동호회와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티는 줄곧 있어 왔다.

요즘 뜨는 모임의 특징은 ‘취향의 세분화’, ‘취향의 전문화’다. 색다른 취향을 개발하고 함께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더 나은 삶을 모색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친목 도모의 성격이 강했던 과거 모임들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열풍은 ‘퇴근 후의 삶’이라는 화두를 이끌었다. 하루의 에너지를 일에만 쏟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 즐기는 ‘경험의 확장’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누리는 라이프스타일이 새로운 흐름으로 대두된다. 일상의 활력을 잃어가던 데서 다시 생동감 넘치는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변화의 시작은 ‘내면의 목소리’를 꺼내는 데 있다. 개인의 기호와 관심사, 즉 취향(taste)이 있는 삶이다.

<소모임(직장인 취미생활 애플리케이션)>, <프립(소셜 액티비티 앱)>, <에코라이후(경제·인문 독서모임)>, <트레바리(멤버십 독서 토론 클럽)>, <버핏서울(식습관 개선을 위한 운동모임>, <라이프쉐어(어른들을 위한 캠프)>와 같은 취향 플랫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고, 모이는 사람들도 뚜렷한 취향을 드러낸다.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더 색다르거나, 더 특화됐거나.

독서 모임 <에코라이후>에서 2년째 활동을 하는 이정민(가명, 34) 씨는 책 한 권을 내는 것을 목표로 매주 글을 쓰며 “인생이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는 평범한 직장인도 몇 권씩 책을 낼 줄 알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

김수경(가명, 34) 씨는 두 달 전부터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평소 반복되는 일상에 매너리즘을 느끼던 중 <소모임> 앱에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 중 ‘작사’라는 키워드를 발견한 김 씨는 목하 ‘열공 중’이다. “예전에는 어떤 동호회를 가도 결국 친목 도모의 성격이 강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목적이 뚜렷해졌다. 작사 모임도 술이나 친목은 오히려 금지돼 있고 좀 더 ‘공유하고 싶은 어떤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전문적인 취미 모임이 됐다.”

한때 취미는 ‘배부른 소리’였다. 과시나 겉치레에 급급한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이제는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음악 감상’, ‘독서’, ‘공연 보기’는 너무 단순한 답이 됐다. 취미는 곧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피에르 브루디외의 <구별 짓기>에 따르면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키워 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지위와 관련이 있다. 돈을 쌓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게 자산이 되는 시대다. ‘지금,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는 트렌드, 또 내일을 위한 확실한 투자로서 사람들은 취향을 찾아 나선다.

김진국 문화심리학자는 “최근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취미·취향 모임이 늘어나는 것은 집단주의에 매몰됐던 사람들이 개인주의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일과 놀이,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직장과 가족의 서열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지위와 자극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관심사를 매개로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도모하게 된다는 점에서 ‘취향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쓴다. 한편 취향을 전문적으로 습득해서 즐기는 취향의 전문화는 ‘생활의 풍요’를 증명하는 동시에 ‘생활의 빈곤’을 내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없던 취미나 취향을 배우고 싶을 만큼 일상의 만족이 없다는 얘기여서다. 절박하니까 취향인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일상의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기 안의 잠재돼 있는 욕구를 찾아 유희를 따르는 것은 자기다운 삶으로 돌이키는 선택임은 분명해 보인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1. 취향을 엿보다 _ 남의 집 프로젝트
남의 집 거실에서 건져 올린 딴짓의 가치
김성용 씨가 운영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는 남의 집 거실에서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낯선 이들의 커뮤니티다. 김 씨는 “취향만 통한다면 누구와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8년째 일하던 그는 거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1월 자신의 집 거실에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남의 집에서 별의별 콘셉트로 낯선 이들이 모이는 취향 경험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의 집에선 매번 다르게 새로운 취향이 소개되고 있다. 집주인의 관심사를 반영해 해당 프로젝트의 주제를 선정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호스트가 직접 게스트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김 씨는 “처음엔 남의 거실의 공유를 통해 남의 집 거실에서 놀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우려를 딛고 기대 이상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잘 뭉치는 이유를 들여다보니 결론이 취향으로 모아졌다”며 “일은 회사에서 하고 거실에선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 설명했다.

지난 설 명절의 끝 무렵, 또 하나의 프로젝트 ‘남의 집 희곡 리딩’이 열렸다. 이날의 호스트는 독립잡지 딴짓을 만드는 ‘딴짓 전도사’였다. 내밀한 공간 곳곳에 배어 있는 집주인의 취향을 엿보는 것은 타인의 삶의 방식과 만나면서 나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이날 한 참가자는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 하면서 일과 업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진짜로 원하는 것, 이왕이면 재밌고 의미 있는 것, 온전한 내 것을 찾기 위해 취미나 취향 모임도 찾아다니고 있다”며 “언젠가는 꼭 희곡을 직접 써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의 집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취향은 흥미로운 것에서 특이한 것, 또 이상한 것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남의 집 도서관’, ‘남의 집 영화관’, ‘남의 집 멘토링’, ‘남의 집 비스트로’ 등이 비교적 초창기의 주제들이다. 최근엔 ‘남의 집 코워킹’, ‘남의 집 요가’, ‘남의 집 티타임’, ‘남의 집 독립출판’, ‘남의 집 그냥 최은영’ 등이 열렸다. 아침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일상을 나누기 위해 이른 오전 ‘남의 집 아침’을 진행했고, ‘지라시’를 주제로 마니아들이 모이기도 했다.

“집주인이 브로셔나 영수증, 지라시를 모으는 게 취미였는데 생각보다 꽤 신청이 몰려서 놀랐다. 작성한 사연의 내용을 보면서 영화 <엑스맨>과 같이 초능력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느낌이었다.” 김 씨의 이 말대로 ‘남의 집 프로젝트’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고, 취향을 콘텐츠로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김 씨는 지금 3개월 안식 휴가를 얻어 또 다른 오피스, 코워킹스페이스 위워크에서 새로운 남의 집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실제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가장 즐거운 때는 호스트를 섭외하기 위해 집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이라고 한다. 색다른 취향 하나를 만날 때마다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자극이 있다. 그는 직장인도 즐겁고 의미 있게, 딴짓을 할 수 있다는 경험담을 모아 지난 2월 말 위워크에서 ‘남의 집 안식 휴가’를 열었다. 금세 정원이 꽉 찼다.

미니 인터뷰
김성용 남의 집 프로젝터 문지기
“직업은 꼭 하나여야만 할까요?”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어떻게 취향을 매개로 한 모임을 생각하게 됐나.
“시작은 직장인의 평범한 고민이었다. 만약 회사의 타이틀을 떼게 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자연스럽게 집 공간, 거실을 생각하게 됐다. 취향이라는 키워드는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 설문조사를 하면서 완전히 실감하게 된 공통분모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가 가능할까 의구심도 있었지만, 호스트는 마중물일 뿐 게스트들이 같은 관심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더라.”

남의 집 프로젝트는 일회성 모임인데,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지나.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다. ‘남의 집 독립출판’의 경우 IT 서비스 기획자가 호스트로 나서 독립출판물을 낸 경험에 대해 얘기했다. 기본적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였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우리도 한 번 해봅시다’ 해서 후속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을 내본 경험은 없지만 그 안에 디자이너, 개발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있어 시너지가 나고 있는 것 같다. 의미 있는 취향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직장과 병행 중인데, 향후 계획은.
“지금 최대 화두는 ‘왜 하나의 일만 하는가’다. 남의 집 프로젝트가 아직 수익성이 있는 모델은 아니다. 당장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오히려 병행을 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남의 집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린스타트업’과 같이 하나로 정의 내리지 않고 계속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지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계획이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2. 취향을 배우다 _ 교육 공동체 우리누리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지식 충전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고, 한 여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족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부엉이 영화 교실’의 주제는 어머니로 총 4편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여인들의 삶을 보실 겁니다.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아마 영화를 보신 후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겁니다.”

2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교육 공동체 우리누리에선 동네 주민과 함께 보는 작은 영화관의 불이 켜졌다. 삼삼오오 인근에서 모인 사람들은 ‘혼밥족을 위한 영혼의 한 끼 나누기’를 통해 배를 채운 후, 부엉이 영화 교실까지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 삶은 옥수수를 꺼내 간식으로 내놓았고, 더러 파격적인 장면에선 속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명에 나선 김윤아 우리누리 기획이사는 영화평론가이면서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전문가다. 교육 공동체 우리누리는 그가 지난해 10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만든 ‘배움의 놀이터’이자 ‘취향 교실’이다. 이곳에선 매일 같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지식 충전이 가능하다.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지적으로 행복해지자는 겁니다. 개인의 취미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관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는 게 ‘학교 밖 교육’의 목표가 아닐까요.”
우리누리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은 예를 들면 이렇다. ‘고대어를 활용한 워드 파워 업’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만들기’는 연속으로 이어지는 강의로 언어학자 겸 IT사업가가 강사로 나선다. 인간의 언어에서 기계의 언어까지 한번에 탐구한다. 상상력 교실(나만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텔링)은 미래의 직업 세계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담대함과 상상력으로 ‘마음의 방패’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양한 차의 세계와 다과로 중국 차 문화를 경험하며 관련된 옛 시도 읽고 영화도 보는 ‘수다회’도 인기다. 김동윤 건국대 문화콘텐츠 문과대학장이 이끄는 ‘행복론’과 ‘달팽이 북클럽’은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강의라고 한다. 이 밖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꼼꼼히 보기, 영화로 읽는 세계사, 북유럽 신화, 달팽이들의 문화예술 기행, 기타 동호회 등이 있다. 모든 과정엔 공통적으로 인문학이 바탕이 된다.

중고등학교 학생부터 중장년, 은퇴 이후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함께한다. 김윤아 기획 이사는 “어른들에게도 담대함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팍팍하게 앞만 보고 살면서 많은 경우 자신이 어떠한 취미나 취향이 있는지 모르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가는 어른들이 많다”며 “그림, 기타, 영화, 시, 차, 독서 등 어떤 것이라도 배우고 익혀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뒤집고 흔들어보는 사유의 힘을 기르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
김윤아 교육 공동체 우리누리 기획이사
“머리만 뜨거운 공부는 하나마나”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많은 모임들이 있는데, 우리누리의 차별점은 뭔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역량을 주고받는 장이다. 학위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순간 즐겁고 행복하고 서로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럼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의 수준이 절로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팽이 북클럽의 경우 리더가 유명한 학자이지만 수강생 중에는 고전을 줄줄 꿰고 계시는 전직 교장 선생님도 계신다. 은퇴 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데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긍심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훈련된 능력들을 발현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다.”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최소한 영어, 수학을 다루진 않는다. 이곳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기본적으로 읽고 쓰고 말하고 자기표현을 하는 능력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고대어를 배우고 함께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면서 허의 세계에 대한 철학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무엇이고, 매체에선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다. 재미와 흥미를 살리되 생각의 힘을 키우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우리누리가 추구하는 인문학은 뭔가.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나를 뜨겁게 하지 않는 학문이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다. 머리만 뜨거운 공부는 하나마나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삶에 주체적인 즐거움이 있고, 이타적인 나눔이 있고, 책의 한 줄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이 아닐까. ‘자기 안의 우주’를 보고 인생을 성찰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할 것이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3. 취향이 통하다 _ 소셜 살롱, 문토
좋은 취향 공유가 평생의 자부심이 된다
소셜 살롱, 문토는 취향 기반의 모임 공동체다. 3개월 단위의 시즌제로 각 모임에는 전문가 리더가 함께한다. 문토의 모든 모임에선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는다. 서로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를 뿐이다. 이미리 문토 대표는 모임을 만든 동기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저 또한 반복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직접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보니 대학 시절의 영화 동호회 활동이었고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사람들과 더불어 즐거웠던 그때의 기억을 다시 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주제라도 토론, 독서, 세미나가 뒤따른다. 예를 들어, ‘생각하는 주방’은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미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이 밖에 음주 독서 모임 ‘드렁큰 리더스 클럽’, 좋은 다큐멘터리를 함께 감상하는 ‘다큐로 묻는 밤’, 독립 서점을 탐방하는 ‘저녁 서점’, 영화 모임 ‘달밤 씨네마 클럽’ 등이 문토의 추천 모임들이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지들을 만난다면 그것은 평생의 자부심이 될 정도로 좋은 기억이 됩니다. 문토 또한 그러한 모임이 되길 바랍니다.”

미니 인터뷰
이미리 문토 대표
“멋진 사람 만나면 좋은 사람 되고 싶어져”
취향 공동체, 놀고 즐기며 길을 찾다
소셜 살롱, 문토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커리큘럼 자체로만 보면 학원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학원은 아니다. 학원과 친목 동호회 사이에서 배움과 즐거움 모두를 추구한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특정 리더의 권위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모임마다 리더인 전문가가 있지만, 참여자도 동등한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구성원끼리의 나눔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토의 경우 멤버십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아직 유의미한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이 시간들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직접 참여자로 참여하는데, 예를 들면 셰프의 주방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셰프가 어떻게 이 한 그릇의 음식을 만들게 됐는지 인생의 여정들과 철학을 함께 듣고 재료의 기원이나 해당 국가의 요리 문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순간에 흐르는 유대나 공감이 특별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앞으로의 계획은.
“모임을 통해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런 자극이 놀랍더라. 다큐멘터리 모임의 경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밤늦게까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한다.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공감이 있고, 그래서 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 공간을 특별하게 느끼도록 잘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