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주식시장 ‘결정 피로감’ 어떻게

[한경 머니 기고=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지난해부터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유행일 정도로 주식시장이 뜨거운 상황이다. 빚까지 내서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기대를 건 만큼 불안감도 커지게 된다.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간쯤 가슴이 뛰는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있다.

한 유명 주식투자 유튜브 방송에 스트레스 관리 관련 조언을 부탁받아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우량주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주식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해 매도했다가 손해를 보았다며 어떻게 하면 이런 행동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유사한 사연들이 많았다.

과도한 불안감은 합리적 결정을 방해해 손해 보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불안 위험 시그널을 증폭시킬 정도의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조언을 했는데, 이어서 답변을 한 함께 출연했던 주식 고수인 전문가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자신은 너무 주식을 팔고 싶을 때 한 개만 주식을 파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는 것이다.

마음이라는 내 인생의 파트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마음은 일반적인 논리적 상식과는 다르게 작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식 한 개 파는 것으로 매수에 대한 욕구가 채워질까 싶겠지만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욕구 해소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마음은 양 자체보다는 질적 관점에서 만족도를 평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기왕이면 비싼 선물을 주는 친구가 당연히 좋겠지만 작은 선물이라도 잘 준비해 상대방 마음에 찐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관계의 친밀함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주식을 너무 사고팔고 싶을 때 일단 한 개를 사서 마음을 달래고 냉정을 잃지 말자는 주식 고수의 조언이 일리가 있는 것이다.

“90%가 심리학으로 이루어진 증권시장이다”고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의 저자 코스토라니는 이야기했다. 이러한 현명한 투자를 위한 마음가짐에 대한 여러 투자 권고를 요약해 보면, 핵심은 두려움과 욕심을 잘 조절하고 충분한 공부와 검토를 통해 세워 놓은 투자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칙 없이 결정하다 보면 두려움에 버텨야 할 때 팔 수 있고 욕심 때문에 팔아야 할 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도한 빚까지 지는 투자는 욕심으로 인한 행동이고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현명한 결정을 어렵게 하고 세워 놓은 투자 원칙을 어기게 한다는 것이다.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는 결정에 있어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감소하거나 내줘야 한다는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야기한다. 기회비용이 없는 결정은 거의 없기에 결정에는 뇌 에너지의 소모가 상당하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처럼 거의 변하지 않는 패션 스타일로 오히려 패션 아이콘이 된 리더들이 있는데 멋짐을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선택을 위한 에너지 보존을 위해 매일 출근 복장 선택에 들어갈 에너지를 최소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뜨거운 주식시장 ‘결정 피로감’ 어떻게

열심히 결정하며 살다 보면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가 찾아올 수 있다. 전에는 결정을 빠르고 명확히 내렸는데 요즘 아무것도 결정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결정 피로가 찾아오면 마음에 불안감이 커지고, 기회비용에 대한 두려움도 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가감정이 생기게 된다. 양가감정은 결정 회피(avoidant decision)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선택의 압박에 못 이겨 비이성적인 고위험 결정(high risk-taking decision) 행동을 일으켜 내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결정 피로를 느끼는 투자자들에게는 가능하다면 중요한 결정은 잠시 보류하고 권한다. 수많은 결정으로 지쳐 버린 마음을 먼저 재충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룰 수 없는 결정이라면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과 충분히 상의할 것을 권한다. 결정 과정에 있어 정서적 요소가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바다.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 에너지를 충실히 유지하는 것은 지혜로운 결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번아웃 예방 솔루션으로 가벼운 산책이라도 신체 활동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특히 뇌에 기능적·구조적 변화를 주어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 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해를 맞아 굳게 결심했던 운동 계획도 작심삼일로 끝났다며 또 다음 해를 기약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오늘부터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계획이지만 일단 시작은 작게, 이 정도는 너무 쉬워 무조건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20분 정도로요”라고 이야기한다. 나를 못 믿느냐는 표정을 짓는 경우도 많은데 의지는 믿지만 마음은 믿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숙제처럼 지시하면 우리 마음은 청개구리처럼 저항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마음이 흥미를 잃고 재미라는 보상을 못 느끼면 건강 행동을 지속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건강 행동 변화에서 작은 계획이라도 ‘첫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 ‘매일 운동’이라는 큰 계획을 성공시키면 내 마음이 더 뿌듯하겠지만 큰 계획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실패는 마음에 좌절을 주어 운동에 대한 동기를 잃게 한다. 주식을 너무 사거나 팔고 싶을 때 일단 한 개를 팔거나 사서 마음을 달래고 냉정을 잃지 말고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주식 고수의 조언처럼 새해 운동 계획도 일단 작은 성공 경험을 마음에 주어 운동에 대한 성취감을 고양시키고 이후 점차 운동량을 늘려 가는 것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