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재텔 시대, “호텔로 출근해”
[정채희 기자 l 사진 각 사 제공] 특급 호텔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생존을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모시기에 나섰다. 이름하여 ‘재텔(재택근무+호텔)’이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휴식까지 겸할 수 있는 패키지에 근사한 유연 근무처로 호텔이 변신했다.

유명 호텔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반일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대실’ 서비스와 유사해 유명 호텔에서는 도입을 극도로 꺼리던 상품이었으나, 코로나19 생존법으로써 반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나 코로나19 우울증 극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지금은 재텔 시대, “호텔로 출근해”

재텔 시대가 온다

최근 글래드 호텔은 재택근무 직장인 고객을 위한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를 내놨다. 이 패키지는 쾌적한 업무 환경이 조성된 객실에서 오전 8시 체크인 후 당일 저녁 7시 체크아웃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업무 중 커피 한 잔으로 잠시 힐링 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커피와 간식이 제공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중 한정 상품으로, 서울 지역 4개의 글래드 호텔(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마포,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글래드 라이브 강남)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글래드 호텔 관계자는 “재택근무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 직장인들을 위해 패키지를 기획하게 됐다”며 “아늑한 조명, 넓은 책상 등 편안하게 업무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에 자리한 호텔 레스케이프는 두 가지 옵션의 ‘워크케이션(Workcation)’ 객실 패키지를 선보였다.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머물 수 있는 유연한 오피스 스타일의 옵션부터, 업무시간 이후 다음 날 12시 체크아웃까지 여유롭고 편안한 휴식을 보내며 즐기는 혜택까지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근무 환경이 필요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패키지를 제안한다. 해당 상품은 주중(일~목요일) 투숙 시에만 이용할 수 있다.

12시간 반일 이용 고객은 오전 체크인 후 조식(1인)을 즐기며 워크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으며, 객실에서 업무를 보고 휴식을 취하며 미니바 내 마련된 음료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투숙 기간 중 사전예약제로 프라이빗하게 운영되는 피트니스 이용 또한 가능하다. 이 호텔은 최근 비대면 트렌드를 반영해 모든 객실 내에 휴대전화 무선 살균 충전기를 비치했다. 최소 15만 원부터 이용이 가능해 일반 직장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하루쯤 호텔에서 편하게 일하고 싶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연 호텔미드시티 명동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 비중이 높고 여행을 떠나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쌓인 사람들을 위해 도심 호텔에서 출퇴근 및 한 달 살기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위크데이 하우스’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택근무 혹은 프라이빗 미팅이 증가함에 따라 고객들의 새로운 니즈에 부합하는 호텔 패키지를 기획하고 있다”며 “기존의 공간에서 벗어나 업무 공간으로 호텔을 선택, 리프레시를 즐기려는 MZ(밀레니얼+Z)세대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호텔들이 반일 프로모션 등으로 재택근무자들을 유혹한다면, 다른 숙박업체들은 장기 투숙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이들에게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며 안전한 집콕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장기 숙박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지난 9월 3일(현지시각) 미국 언론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 번에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간 장기 투숙을 예약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장기 숙박 프로그램의 인기를 설명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올해 6월 예약 건수는 1년 전보다 증가했으며, 7월에는 전 세계 숙박 예약 규모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100만 박을 회복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임민지 씨는 여러 장점을 열거했다. “제주도에는 ‘마음 챙김’을 하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새벽에는 숙소 앞 오름으로 산책을 다녀오고, 귀찮으면 숙소 2층에서 요가매트를 깔고 요가를 할 수 있죠. 앞으로는 바다를, 뒤로는 한라산을 감상할 수 있어요. 온라인 미팅이 있으면 방에서 집중하며 미팅에 참여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전복이 가득한 전복죽을 먹고, 퇴근 뒤에는 5분 거리 바닷가로 나가 일몰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이것이 제주에서의 재택근무 라이프라고 말하며, 한 달 살이와 같은 장기 숙박의 경험을 공유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숙박 트렌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멀리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집 안에서 업무와 생활을 하는 대신에 홈스테이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색다른 타인의 집을 빌려 쓰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근무 풍속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