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 사진 변예슬] 짙어 가는 가을을 물들이는 중후한 나무 내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옷장에서 트렌치코트를 꺼내고, 물론 향수도 바꾼다. 여름 내내 뿌렸던 가볍고 상쾌한 코롱에는 안녕을 고한다. 가을 남자에 어울리는 좀 더 그윽하고 짙은 향에 손이 간다. 당연 우디(woody) 계열이다. ‘나무의, 우거진 숲의’라는 뜻을 지닌 우디는 말 그대로 나무의 향이다. 녹음이 짙은 여름 숲의 상쾌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낙엽이 물든 가을 숲의 중후함이 전해지기도 한다. 사실 우디 계열의 향은 다른 향들을 더욱 부각시키고 향의 지속력을 높여 계절에 상관 없이 하트 노트나 베이스 노트에 자주 사용된다. 우디 향을 내는 원료는 각양각색이다. 베티버는 흙냄새와 건조하면서도 약간 매캐한 듯한 나무 냄새가 나며 패출리는 달콤함과 스모키함이 공존한다. 따뜻하고 동양적인 샌달우드와 상쾌하면서도 촉촉한 시더우드 역시 우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원료다. 여기에 시트러스나 플로럴, 스파이시, 혹은 레더가 가미돼 가을의 향을 완성한다.

晚秋, 남자의 향기
TENDER GREEN
청명한 가을 햇살을 머금은 듯한 신록의 매력
왼쪽부터_레몬과 오렌지 에센스의 시트러스 향으로 시작해 그윽한 우디 향으로 마무리되는 일루지오네 포 힘 50ml 12만5000원 보테가 베네타 그린 아몬드와 주니퍼가 신선한 숲속을 연상케 하며 촉촉한 오크모스가 용연 향과 대조를 이루는 미스터 버버리 엘리먼트 100ml 13만 원 버버리 과일과 풀 냄새가 어우러진 클라리세이지를 메인 노트로, 싱그러운 시트러스와 흙냄새의 베티버가 조합된 콜로니아 퓨튜라 50ml 13만8000원 아쿠아 디 파르마 시트러스와 베티버가 어우러져 관능적이면서도 산뜻한 떼르 데르메스 오 엥땅스 베티베르 100ml 16만5000원 에르메스


MISTY WOOD
이끼와 흙냄새가 배가시키는 신비로운 숲의 향
왼쪽부터_건조한 흙냄새가 섞인 고결한 나무 향이 중독적인 보르가르 75ml 37만 원 펜할리곤스 두 가지 패출리 에센스를 하트 노트에 담고 흙 내음을 더한 앙코르 패출리 125ml 24만7000원 부쉐론 베르가모트와 가죽, 베티버의 조합으로 우거진 푸른 숲을 표현한 페라가모 오 드 뚜왈렛 100ml 13만 원 살바토레 페라가모 야생 이끼와 제라늄 에센스가 어우러져 풍부한 자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오 트리쁠 리켄 데코스 75ml 20만5000원 불리 1803 활기찬 시트러스 향으로 시작해 흙 내음을 지나 짙은 우디 향으로 마무리되는 맨 우드 에센스 100ml 15만8000원 불가리 퍼퓸

晚秋, 남자의 향기
ROSE GARDEN
장미 넝쿨로 뒤덮인 나무를 연상케 하는 우디 플로럴 향수
왼쪽부터_영국 윈저 공작에게 경의를 표하는 향수로, 은은한 장미와 풀 내음이 매혹적인 로열 메이페어 100ml 48만3000원 크리드 풍성한 장미향이 플로럴 향과 어우러지며, 흙 내음으로 마무리되는 로즈 오 드 퍼퓸 50ml 18만 원 이솝 베티버와 다마스크 로즈가 조합된 베티베리오 오 드 퍼퓸 75ml 21만 원 딥티크 터키시 로즈와 패출리, 베티버로 장미 정원과 그 흙냄새까지 표현한 윈 로즈 100ml 43만 원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晚秋, 남자의 향기
EXOTIC FOREST
알싸한 향의 꽃과 식물들이 가득한 이국의 식물원
왼쪽부터_레드 페퍼에 이어 패출리와 시더우드 향으로 마무리되는 길티 뿌르 옴므 오 드 퍼퓸 90ml 15만8000원 구찌 퍼퓸 강렬한 카다멈과 페퍼 향으로 시작해 스모키한 우디 향의 여운이 남는 스파이스 머스트 플로우 100ml 29만 원 에따 리브르 도랑주 by 메종 드 파팡 핑크 페퍼와 어우러진 베르가모트, 가죽과 섞인 베티버가 매혹적인 익스플로러 100ml 12만5000원 몽블랑 향신료와 아로마 향이 시트러스와 조화를 이루다 우디 향으로 마무리되는 메디 100ml 25만 원 트루동


晚秋, 남자의 향기
ANIMAL-LIKE
묵직한 가죽 향과 스모키한 타르 향이 어우러진 동물의 숲
왼쪽부터 시계 방향_인도네시아 패출리와 아이티 베티버 향을 기반으로 라벤더와 가죽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메스퀼린 플루리엘 200ml 43만7000원 메종 프란시스 커정 통카빈과 블랙 페퍼가 오래된 이발소의 가죽 시트를 연상케 하는 앳 더 바버스 100ml 15만 원 메종 마르지엘라 아카시아 나무껍질 위에 그을린 우아하고 섬세한 가죽 향이 느껴지는 퀴이르 모레스크 100ml 46만5000원 세르주 루텐 파우더리한 아이리스와 스파이시한 우디 레더 노트가 어우러진 레더 샷 100ml 33만 원 올팩티브 스튜디오 by 메종 드 파팡 샤프란과 블랙 페퍼의 스파이시한 향과 타르의 진한 동물적인 향이 관능적인 미스터 샘 75ml 37만 원 펜할리곤스 신선한 히야신스와 가죽 향을 중심으로 강렬한 패출리와 블랙 앰버로 마무리되는 보들레르 100ml 29만8000원 바이레도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