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한국경제DB l 참고 도서 <언컨택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오프라인을 집어 삼키고, 모든 일상을 온라인으로 접속시켰다. 쇼핑과 문화공간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주 무대를 바꿨다. 도심의 상점 곳곳에는 폐업과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비대면 소비 확대가 도시공간의 재구성을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트리거가 되지 않았어도 계속 급성장하던 시장이었는데 이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폭발적 성장 분위기가 조성됐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최근 온라인 소비의 급성장을 이같이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9년 말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130조 원을 달성할 만큼 성장했지만, 전체 시장규모로 봤을 때 30%에 불과했다. 제아무리 온라인 쇼핑의 세상이라고 한들, 실제 사람들의 주 무대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이뤄졌다. 온라인의 공세 앞에서도 대면 소비가 굳건했던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가 통계 기반의 예측을 어그러뜨렸다. 외출이 제한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전자상거래 주문량이 폭증했다. 기존 오프라인 활동을 주로 하던 4060세대가 온라인으로 소비 무대를 옮겼고, 오프라인업체의 매출은 급감했다. 식당, 쇼핑 매장, 서점, 편의시설, 공연장, 전시회장 등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비 산업의 전 업종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가 공실률 12%, 키테넌트의 무용론


인구 감소,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자 비율,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 삼중고를 겪었던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핵폭탄과 별반 다름없었다.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빈 점포가 늘었고, 서울의 중심 상가들도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에 하나둘 폐업, 휴업딱지를 걸었다.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로 불렸던 키테넌트(key tenant, 핵심 점포)들도 맥없이 쓰러졌다. 특히 집객효과가 뛰어난 극장 상권이 가장 먼저 무너졌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쇼핑 매장, 레스토랑, 메디컬센터 등 입점 상가들도 기약 없는 불황을 견디고 있다. 코로나19가 키테넌트의 무용론을 가져온 셈이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다. 이는 2009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침체 속도가 더 빨라져 공실률이 증가했고 상가 투자수익률은 감소하며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었다”며 “코로나19의 종식과 내수경기 호전 등의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오프라인 점포의 침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앞당긴 비대면 소비는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다가온 미래라는 점을 강조한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4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 보고서를 보면 비대면 접촉의 편리함을 느낀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도권을 상실한 오프라인업체들은 향후 온라인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고서는 앞으로 오프라인 시장에는 코스트코, 다이소처럼 특화된 업태나 당구장처럼 오프라인에서만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업체만이 생존하게 될 것이란 무시무시한 전망도 덧붙였다. 비대면 소비가 중시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으로 더 빨리 전환될 것이고, 유통업계는 재편될 것이란 예측이다.



온라인은 권리금과 임대료가 없기 때문에 콘텐츠가 좋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네이버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오프라인보다 훨씬 비즈니스 환경이 좋다.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 사업자를 온라인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검색채널을 통해 쇼핑 사업자들을 그러모은 네이버는 비대면 시대에 중소유통업자들의 온라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쇼핑 라이브’ 서비스를 신설했다. 네이버에 입점된 판매자들이 라이브 영상과 실시간 채팅을 통해 상품을 직접 소개하는 기능을 제공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스튜디오나 대형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라이브 진행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주방조리실이나 과수원 등 판매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꾸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업적 공간 없이도 TV홈쇼핑 채널처럼 누구나 쇼호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네이버 ‘쇼핑 라이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CC콜렉션도 이를 통해 봄 신상품을 온라인에 소개했는데 40분 방송에 고객 1만여 명이 접속했고, 2000만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이 매출은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영캐주얼 상품군의 10일간 평균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네이버에 따르면 6월 기준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이용한 판매자 수와 라이브 방송 수는 서비스가 도입된 3월에 비해 각각 660%, 790% 증가했다.


온라인 공습에 유통 공룡들도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롯데쇼핑은 향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 200곳 이상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체의 30%가 넘는 규모다.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판매를 위한 거대한 쇼룸으로 변화시키는 움직임도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121개 점포 매대 곳곳에 마트 상품을 온라인으로 살 것을 권유하는 안내판을 내걸고 쇼룸으로 활용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장사가 안 된다고 오프라인 점포를 방치만 해 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위한 ‘쇼룸’으로 활용한다는 역발상”이라며 “이를 통해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기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의 공원화, 물류의 지하화


온라인으로의 전환과 시장 재편은 곧 공간의 변화를 시사한다. 도시공간의 재구성은 필연적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연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에서 물류 시스템을 지하 터널화하고 지상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소형 물류를 지하로 빼면 지상의 공간이 공원과 같은 다양한 계층이 공통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준 선물은 우리 모두가 공통의 추억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이전에는 휴식을 가질 때 부자와 빈자의 가는 곳이 달랐지만 지금은 모두 공원에 간다. 다양한 계층이 공통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재구성할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에 도시숲 조성 등 스마트 그린도시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발표하면서 공원 재구성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제안한 스마트 공원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파라솔과 캐노피가 움직여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냉각효과를 제공한다. 또 자율주행셔틀 등 스마트 운송수단을 도입해 공원 방문객의 편의를 증진한다. 방문 이력도 남으니 전염병 추적에 용이하다. 환경 센서를 부착해 공원 내 기후, 온도, 습도를 파악해 미세먼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김용국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비대면이 가능한 도시공간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스마트 공원은 감염병 등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 시민들의 안전한 공간 이용과 효율적인 관리 운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소비로 폭증한 물류공간은 지하로 내리는 안도 함께 제시됐다. 유현준 교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건설 중인 ‘우븐시티’의 자율주행로봇 전용 도로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big story] 지하에 심는 물류 지상에 피는 녹지

(사진) 도요타 ‘우븐시티’ 계획 발표.


‘살아 있는 실험실’로 구상된 우븐시티는 자율주행자동차와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스마트홈,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현실 환경에서 실증하는 기능을 한다. 유 교수는 “상하수도나 전선들이 지중화되는 것처럼 기술이 발달하면 지상에 있던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며 “1세기 상수도, 18세기 하수도, 20세기 지하철이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21세기에는 자율주행이 다니는 로봇물류터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