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정채희 기자 |사진 각 사 제공] 제품의 가치가 곧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다. 고도의 기술과 디자인이 집약된 가전 시장은 프리미엄을 넘어 초(超)프리미엄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걸작이 쏟아지는 세상, 당신은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명품 가전의 세계, 첫 시작은 당신의 눈과 귀를 홀릴 ‘TV’다.
슈퍼리치를 위한 TV는 다를까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 사전 컨퍼런스 현장. LG전자의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가 공개되자 국내외 기자, 블로거 등 3000명이 참석한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리는 이른바 ‘롤러블(rollable) TV’가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나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올해의 필수 아이템.” -워싱턴포스트
“더 이상 대형 TV가 거실 중앙을 차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포브스


세계 최초로 공개된 롤러블 TV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외신은 저마다 ‘마법 같은 TV’, ‘집 안의 혁신’이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평상시엔 전망을 즐기다 TV를 시청할 때만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홈인테리어의 관점에서 TV를 바라본 혁신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LG전자는 연내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에 롤러블 TV를 순차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품 가격은 미정.

CES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이 제품은 단순히 원가에 이익을 더한 가격 책정이 아니라 롤러블 TV에 어느 정도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가격을 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가격보다 화질과 디자인, 제품의 품격을 중시하는 초고액 자산가(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슈퍼리치를 위한 TV는 다를까
(사진) (위)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 (오른쪽) LG 오브제 TV.

초프리미어엄 TV 시장
삼성-LG-소니 ‘TV 삼파전’


TV 시장이 슈퍼리치를 노린 초프리미엄 전쟁에 접어든 지는 이미 오래다. 업체 간 경쟁 격화로 TV 부문의 메가트렌드인 대형화, 고화질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상위 가전 업체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이를 주도하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소니다. 현재 3파전의 승자는 삼성전자다.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2018년 3분기(누적) 기준으로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 오른 28.9%의 점유율(매출액)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16.8%로 2위, 소니는 9.6%로 3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가 45.7%로 세계 시장의 절반가량을 ‘태극(K) 마크’가 점유한 가운데 과거 글로벌 TV 시장의 최강자로 통했던 일본의 가전 업체 소니는 3위에 머물러 있다.

이 뒤를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가전 업체들이 추격하고 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 업체가 각각 6%, 5.9%로 뒤를 이었다. ‘대국굴기’ 현상이 TV 시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60인치 이상 초대형·초고화질(UHD)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양강 업체가 기술 초격차(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를 바탕으로 후발주자를 따돌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슈퍼리치를 위한 TV는 다를까
(사진) (위)삼성전자 QLED 8K 98인치, (아래)삼성전자 ‘더 월’.

8K·마이크로LED·롤러블
초격차 신기술 각축전


TV 가전의 프리미엄 시장은 대개 초대형·초고화질,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그리고 인공지능(AI)의 대결이다. 매년 열리는 CES는 업계의 신기술 트렌드를 집약한 전시장인데, LG전자의 롤러블 TV가 완전히 새로운 TV 제품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면 올해의 최대 화두는 단연 초대형·초고화질의 ‘8K TV’였다.

8K는 현재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해상도다. 해상도는 몇 개의 화소(픽셀)를 사용해 이미지, 영상을 처리했는지를 나타내는 말로 우리가 흔히 ‘HD TV’라고 부르는 제품의 해상도가 1K, 풀HD(FHD)는 1920×1080(가로 픽셀 수×세로 픽셀 수), 4K는 FHD보다 4배 높은 3840×2160, 8K는 7680×4320 수준을 나타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주축으로 중국의 TV 제조사 역시 8K TV와 마이크로LED TV를 선보이며 올 한 해 8K 해상도 TV 시장의 개화 원년이 될 것임을 보여줬다. 2020년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과 일본 NHK 8K 방송 송출 시작에 따라 8K TV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8K 시장의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65·75·82·85인치로 ‘8K QLED TV’ 판매를 시작해 초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가격은 5000~1만5000달러(558만~1675만 원)로 책정돼 있다. 하반기부터는 LG전자를 포함한 일본, 중국 등 글로벌 TV 제조업체들이 8K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8K TV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IHS마킷은 8K TV 시장이 세계적으로 100만 대 규모로 시작해 오는 2022년에는 5배 넘게 성장한 540만 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기술 싸움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형 삼성 스마트 TV에 자사 AI 서비스인 ‘뉴 빅스비’를 탑재했다. 복잡한 명령어를 더 잘 이해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과 정보를 제공하며, 구글, 아마존의 AI스피커와 연동돼 더 편리해진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또한 올레드 TV에 독자 개발한 AI 화질 엔진인 ‘알파9’과 자체 AI 플랫폼인 ‘딥씽큐(Deep ThinQ)’를 탑재함으로써 AI 시대 새로운 경쟁을 예고했다.

소니 역시 이번 신제품 Z9G와 A9G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장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단, 소니의 TV 출시 국가에 한국이 빠져 있어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AI 3파전’이 치러질 전망이다.
슈퍼리치를 위한 TV는 다를까
(사진) 소니의 8K LCD 브라비아 마스터 시리즈 Z9G.

디자인의 미학 역시 명품 가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잣대다. 럭셔리 디자인의 경우 ‘개인화’, ‘차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하나의 예술작품 또는 인테리어의 일부로 가전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신개념의 융·복합 가전 ‘LG 오브제 TV’를 내놨다. 65인치 슈퍼 울트라HD TV, 3단 수납장, 사운드바를 결합한 융·복합 제품으로 고급스러운 거실 장식장을 연상시킨다.

소니의 마스터 시리즈 ‘8K LCD TV Z9G’와 ‘4K OLED TV A9G’는 슬림한 벽걸이 디자인으로 거의 한 폭의 그림처럼 공간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삼성전자는 ‘홈 시네마’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2019년형 ‘더 월’ 제품에 베젤이 없고 슬림한 두께를 갖춘 ‘인피니티(infinite) 디자인’을 최초로 적용했다. 스크린과 벽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개인 취향에 맞는 그림, 사진이나 영상 아트 등을 활용해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화면을 연출할 수 있어 스크린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슈퍼리치를 위한 TV는 다를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