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박사]도시숲은 도심에 바람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 숨통을 만들고, 도심을 숨 쉬게 함으로써 한여름 폭염과 사계절 내내 우리를 옥죄는 미세먼지의 피해로부터 우리 삶을 지켜내는 역할을 한다.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대응책, 도시숲의 효과를 소개한다.

최근 인구의 92%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년 증가 추세이며, 미세먼지 경보 빈도 증가 등의 이상 현상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6년 전국 및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6㎍/㎥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10㎍/㎥보다 2배 이상 높다. 또한 최근 초미세먼지 경보 건수 변화는 2016년 90건에서 2017년 129건으로 1.4배 증가했다. 도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도시숲’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big story] 도심을 숨 쉬게 하는 도시숲의 비밀
도시숲, 초미세먼지 40.9% 낮아

도시숲은 도시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를 낮춘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2017년 4~5월 도심과 도시숲의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도심과 비교해 도시숲은 미세먼지가 25.6%, 초미세먼지가 40.9% 낮았다. 나뭇잎 표피세포의 굴곡, 섬모, 돌기, 왁스층 등에 미세먼지가 흡착·흡수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침강해 농도를 낮춘 것으로 판단된다.

시흥산업단지에 조성된 완충 녹지 또한 공단의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2018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결과 완충 숲 조성 전(2000∼2005년)에는 산업단지보다 인근 주거단지의 PM10 농도가 9% 높았다. 그러나 완충 녹지 조성(2013~2017년) 후 미세먼지 농도는 주거단지(53.7㎍/㎥)가 산업단지(59.9㎍/㎥)보다 1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미세먼지 농도는 주거단지(21.5㎍/㎥)가 산업단지(25.9㎍/㎥)보다 17% 낮았다. 최근 3년 동안 미세먼지 농도 ‘나쁨’ 일수(50㎍/㎥ 이상)는 산업단지가 109일, 주거단지가 75일로 31%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big story] 도심을 숨 쉬게 하는 도시숲의 비밀
숲의 미세먼지 감소 효과와 숲속 공기 정화의 비밀은 무엇일까. 나무는 크게 흡수, 흡착, 침강, 차단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인다. 흡수는 나뭇잎의 기공으로 먼지가 흡수되는 것을 말하며, 흡착은 나뭇잎에 먼지가 달라붙는 것, 침강은 숲 아래로 먼지가 가라앉는 것, 차단은 미세먼지의 이동을 빽빽한 숲이 막아주는 것을 말한다.

대기 중 미세먼지가 숲이 있는 임관층(지붕 모양으로 우거진 것)에 다다르면, 미세먼지의 확산 면적과 유속이 감소하면서 ‘차단’ 기작에 의해 농도가 낮아진다. 나무와 나무가 모인 숲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임관층에서 지면으로 낙하되는 ‘침강’ 기작에 의해서 잡힌다. 미세먼지는 나뭇잎의 기공에 의한 ‘흡수’ 기작으로 잎에 잡히고, 잎 표면, 줄기와 가지에서 미세먼지를 붙잡아 두거나 잎의 분비물로 부착하는 ‘흡착’ 기작에 의해서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진다. 즉, 차단→침강→흡수→흡착 기작에 의해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2017년 유신사오 중국 베이징임업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침엽수, 활엽수, 혼효림(2종류 이상의 수종으로 구성된 산림), 관목 숲(키가 작은 나무가 많이 모여 있는 산림)에서 앞의 4가지 기작별로 미세먼지 저감률을 분석한 결과, 관목 숲의 미세먼지 흡수율이 0.24%로 가장 높았다. 이 결과는 수종 선택과 숲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저감률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바람 방향, 숲 조성 위치, 대상지 기후나 현장 조건 등을 고려해 침엽수, 활엽수, 혼효림, 관목 숲을 조성할 경우, 미세먼지 저감률을 높일 수 있다.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어떤 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까. 이를 위해서는 4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상록수이며, 둘째, 단위 엽 면적이 크고, 셋째, 단위면적당 기공이 많고, 넷째, 표면이 거칠고 두꺼운 잎일수록 저감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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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히 심는 나무 322종을 대상으로 수종별 미세먼지 저감 능력을 분석한 결과, 키 큰 나무 중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우수한 상록수종은 소나무, 잣나무, 곰솔, 주목, 향나무 등이었으며, 낙엽수종 중에서는 낙엽송, 느티나무, 밤나무 등이 우수했다. 울타리로 많이 사용되는 관목류 중에서는 두릅나무, 국수나무, 산철쭉 등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면에는 눈주목과 눈향나무가, 실내 식물 중에서는 아이비, 네프로네피스, 스킨답서스, 넉줄고사리, 수염틀란드시아 등이 미세먼지 저감에 뛰어나다.

그렇다면 숲은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 먼저 수목을 식재하는 적정 거리가 중요하다. 미세먼지 확산을 막기 위한 ‘차단숲’의 경우에는 1만㎡당 1800본 정도의 밀도가 적정하다. 또 미세먼지 흡수 기능이 높아지도록 숲의 구조를 개선한 ‘저감 숲’은 1만㎡당 800∼1000본, 신선한 공기를 도심으로 유도하는 ‘바람길숲’은 1만㎡당 500본의 식재 밀도가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주변에서 도시 산줄기와 계곡부를 활용해 대규모 바람숲과 바람이 도심으로 전달되는 바람길숲은 미세먼지 저감에 특히 효과적이다. 산 지형 도시숲이 우세한 유럽과 한국에서 도시 외곽의 숲은 찬바람 공급처로 청량한 바람을 도시에 제공하는 ‘바람숲’의 역할을 한다. 이를 테면 서울 북악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바람길로 경복궁 주변에 바람숲을 조성하고, 찬바람이 종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두 줄 가로수길’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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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찬바람을 공급하기 위한 산줄기의 중요성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핑거 플랜’을 보면 된다. 핑거 플랜이란 도시숲을 관리하기 쉽게 한곳에서 여러 지역으로 분기하는 형식의 설계 방법이다. 예컨대 손바닥에서 바람숲을 만들고 손가락으로 찬바람이 전달돼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그린 인프라 조성을 뜻한다. 이러한 사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도시숲은 찬바람을 생성할 정도로 대규모로 조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존 도시숲의 경우에는 적극적 관리를 통해 나무의 임관층이 풍성해지고, 바람길이 만들어지도록 숲 관리가 절실하다.

홍릉숲, 바깥보다 평균 2도 낮아

도시숲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도심의 열섬 현상을 낮추는 데에도 일조한다. 2016년 6월부터 8월 말까지 홍릉산림과학시험림(이하 홍릉숲)을 포함한 도시에서 ‘도시림의 열재해 감소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기온 관측 및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 홍릉의 침엽수와 활엽수 등 다양한 종류의 숲에서 안팎의 기온 차이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가장 컸으며 전반적으로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숲속의 기온이 바깥보다 더 낮았다.

홍릉숲 속의 기온은 바깥보다 평균 섭씨 2도 낮았으며, 특히 침엽수가 최대 3도까지 낮았다. 이는 침엽수가 단위면적당 엽 면적이 넓어 증산 활동이 왕성해 기온을 크게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열재해 지수를 계산한 결과 ‘신체 활동 시 피로 위험이 높은 수준’이 숲 밖에서는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지속되지만, 숲 중심부(홍릉숲)에서는 열재해지수가 매우 낮았다. 위성영상 분석에서 홍릉숲과 같이 ‘산지형 도시숲’은 주변 도시보다 표면온도가 최소 5도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산지형 도시숲’의 열재해 감소 기능이 확인됐다.

2016년 8월 열대야 발생 시에 도시림의 기온 저감 효과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도시에 열대야가 발생할 경우 도시림은 기온을 저감하는 피난처 역할을 효과적으로 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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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여의도다. 1968년 여의도개발계획에 따라 여의도 주변에 둑이 축조되고 1972년 여의도광장이 조성된 후 1997년부터 공원화를 시작했다. 1999년 조성된 여의도숲이다. 여의도공원 조성 전(1996년)과 조성 후(2015년) 지표면의 온도 변화를 비교한 결과, 1996년 여의도광장은 주변보다 평균 2.5도 높았으나, 2015년 여의도숲은 평균 0.9도 낮았다.

서울숲의 생태숲 주변의 영상 분석에서도 약 20만㎡ 정도의 숲을 약 10년간 관리할 경우 도시의 열섬은 도시림에 의해 완화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의도숲과 서울숲은 한강 주변에 위치한 평지형 도시림으로서 산지형 도시림의 찬바람보다는 한강의 찬바람을 유지하고 주변 기온은 낮춘 측면에서 중요성이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54%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약 66%까지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기후변화와 더불어 도시 인구 증가, 환경 질 악화, 극한 기후 현상의 증가, 이에 따른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도시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것이다.

도시숲은 대기 정화, 기후 완화, 소음 감소 등 도시가 가진 난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도시숲의 가치를 유지시키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도시숲을 도시숲답게 유지관리 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노력은 도시숲의 가치와 숲세권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여의도숲을 조성함으로써 여의도숲의 기온이 낮아졌지만 실제로는 주변 온도가 낮아진 여의도 숲세권이 더욱 큰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말이다.

◆박찬열 박사는…

1994년 대학원 시절부터 도시숲을 연구해 온 산림 전문가다. 현재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에서 박사를 지내고 있다. 미세먼지 대응과 도시숲 그린 인프라 등을 연구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