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조선의 왕들 중 악학에 조예가 깊었던 정조가 마련한 이 회갑연은 단순한 잔치나 연회의 수준을 넘어 궁중 예술을 망라한 수준 높은 당대 문화의 결정체였다. 무엇보다 2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예악(禮樂)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던 정조의 효심과 문화적 자긍심을 궁중 연향의 무대화를 통해 되새겨볼 수 있다.
이번 공연 역시 당대의 찬란했던 궁중 예술의 품격을 살려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할 예정이다. 당시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바탕으로 ‘수제천’과 ‘여민락’ 등 대표적인 궁중 음악과 함께 ‘무고’와 ‘선유락’ 등 화려한 궁중 무용을 선보인다.
특히 뱃놀이를 기원으로 한 ‘선유락’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궁중 무용으로 우렁찬 대취타와 함께 무용수들이 대거 등장해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음악과 무용 외에도 진연에 올랐던 궁중 음식과 평소 접하기 어려운 궁중 복식과 의물(儀物) 역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국 자금성을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나 일본 궁내청의 대표 음악인 ‘가가쿠’, 고성(古城)과 대성당, 극장 등에서 100년 가까이 이어온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이미 다른 국가들은 각국의 전통 자원과 공연 예술을 결합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고유의 문화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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