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당에, 누워 이동하는 휠체어를 탄 남자가 들어와 신부님을 찾았다. 신부님을 만난 그는 고해성사를 할 것이 있어 성당에 왔노라고 했다. 그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아 여섯 살 이후로는 자기 힘으로 일어나 앉을 수도 없이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를 의지하며 살아온 중증 장애자였다.
그가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고자 한 것은 “곧 결혼이나 사랑과 상관없이 섹스를 할 것이며 자신은 성적 오르가슴을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고해성사라니! 게다가 그 남자는 신부님이 보기에도 너무 쇠약해서 섹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신부님은 이 남자의 고해성사를 들었다. 그 남자는 서른 살이 넘었는데도 여자랑 데이트를 해본 적도 없고, 키스를 해본 적도 없으니 섹스를 해본 경험은 더욱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사랑도 경험해보고 싶고,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면(그의 소망이긴 했지만) 상대 여자에게 ‘아직 한 번도 경험이 없었음’을 들키고 싶지 않고, 설사 상대가 없더라도 자신도 성적인 오르가슴을 느껴보고 싶어서 섹스 소로게이트(sex sorogate)에게 섹스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섹스 소로게이트는 성매매와 달리 섹스의 문제를 직접 치료하는 치료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키스나 애무, 섹스를 상대해주면서 성적 문제를 치료하는 전문가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런 마음이나 태도가 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냐고 묻는다. 신부는 그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무신론자도 그 순간엔 ‘오, 신이시여(Oh, My God)’이라며 신에게 영광을 드리는 일이니, 신에게 용서를 구할 일은 아닐 것이다”라고 답했다.
◆섹스만 잘하는 부부는 없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상영됐던 <세션, 이 남자가 사는 법>의 한 장면이다. 이 이야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섹스 소로게이트로 활동하는 세일 코헨 그린이라는 여자가 쓴 책의 한 부분을 영화화한 것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중중 장애자의 성욕’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흔히 우리들은 장애가 심하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하는 이유로 그들이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 암을 진단받고 어려운 치료 끝에 살아남은 생존자가 심각하게 섹스에 대한 걱정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부부간 섹스가 없어지는 이유
섹스를 자력으로 하지 못한다면 더욱 간절하게 원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라도 성적인 존재이며, ‘사랑과 섹스’를 통해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즐거움과 위안, 소속감과 결속감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에 비해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으면서, 파트너와 섹스를 하지 않는 멀쩡한(?) 부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말한다. “섹스가 없어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우리 관계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그러나 정말 그럴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나눌 수 없다. 그래서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가고, 마음이 가는 곳에 몸도 간다. 자주 손잡고, 팔짱을 끼고, 눈을 마주 보고 웃고, 키스를 하고, 포옹도 자주 하고, 섹스를 자주 규칙적으로 하는 부부는 표정도 부드럽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다정하다.
상담을 해보면 실제로 섹스만 잘하는 부부는 없다. 섹스를 규칙적으로 자주 즐겁게 하는 부부는 말로도 소통이 잘되고, 상대의 몸짓언어를 잘 알아본다. 그러면서 서로를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것은 아마도 섹스가 서로의 포장 안 된 본연의 모습을 보고, 몸과 마음을 나눔으로써 그야말로 상대와 온전한 하나가 되는 체험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부간에 섹스가 없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시간을 함께 나누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상대와 나누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이 처지고, 허리가 굵어지고, 배가 나오고 하는 것과 같이 보디 이미지가 나빠지면 섹스는 더욱 멀어진다.
몸매가 무너지면서(?) 상대가 내게 느끼는 매력의 정도가 낮아질 거라 걱정한다지만 기실 상대보다 자신이 스스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기의 강직도가 약해진다든지, 발기가 잘 안 된다든지, 적절한 사정까지의 시간 조절이 어렵다든지, 흥분이 안 된다든지, 질 건조가 심해 삽입을 피하고 싶다든지 하는 몸의 문제를 상대에게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기가 원하는 섹스에 대해서 서로 정보를 주지 않았기에 늘 똑같은 패턴의 지루한 섹스만 한다. 이러한 몸의 문제 외에 마음의 문제가 있다. 상대와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삼 자신의 문제에 대해 나눌 수 없어서, 혹은 서로 너무 무관심하거나 냉랭해져서 무심한 상대에게 화가 나기 때문에 섹스를 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섹스를 회복하는 길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면 될 것이다. 즉, 파트너와 긴밀하고 다정한 시간을 나누고, 서로의 변해 가는 모습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 역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변해 가는 모습을 성숙이라 보고, 나와 함께 겪은 세월을 연민으로 보면 상대의 보디 이미지나 나의 그것에 좀 더 긍정적이게 될 것이다. 성적 문제는 의학적인 힘을 빌리거나, 생각보다 멀어지고 무심해진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상담 전문가의 힘을 빌린다.
무엇보다 커플 간 섹스가 회복되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관계적으로 건강해진다. 파트너에게 자신감이 회복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섹스를 회복하면 커플 간 결속력이 강해지고, 상대에 대한 사랑과 이해, 연민이 깊어진다. 서로에게 더욱 다정해지고, 관심을 갖게 되니 외롭지 않게 된다. 섹스는 사랑하고도 무관하게 할 수 있겠지만, ‘사랑’과 연관돼 있으면 더욱 멋지고 행복한 나눔과 놀이와 관계 맺기가 된다. 섹스는 사랑을 지탱해주는 강력한 힘이며, 훌륭한 섹스는 행복한 관계로 이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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